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지상의 방 한 칸 / 김사인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3. 6. 13:59

지상의 방 한 칸

 

김사인

 

 

세상은 또 한 고비 넘고

잠이 오지 않는다

꿈결에도 식은땀이 등을 적신다

몸부림치다 와 닿는

둘째놈 애린 손끝이 천근으로 아프다

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나를 애비라 믿어

이렇게 잠이 평화로운가

바로 뉘고 이불을 다독여 준다

이 나이토록 배운 것이라곤 원고지 메꿔 밥 비는 재주

쫓기듯 붙잡는 원고지 칸이

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데

달아오른 불덩어리

초라한 몸 가릴 방 한 칸이

망망천지에 없단 말이냐

웅크리고 잠든 아내의 등에 얼굴을 대본다

밖에는 바람소리 사정없고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

잠이 오지 않는다

 

 

 

아버지라는 존재의 무거움 이면의 희망

 

아버지라는 존재가 신과 동격일 수는 없지만, 자식에게 아버지는 자식이 원하면 무엇이든 해줄 수 있는 신과 같은 존재로서 비춰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희망일 것입니다. 끝없이 다가오는 고비마다 내려놓을 수 없는 어깨의 짐들을 지고 세상을 항해하는 아버지라는 존재의 무거움 이면의 희망.

“세상 그만 내리고만 싶은” 적 어찌 없었을까요. ”밥 비는 재주 // 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데 / 달아오른 불덩어리 / 초라한 몸 가릴 방 한 칸이 / 망망천지에 없“을 때 어찌 그만 삶을 내려놓고 싶지 않을까요. 더욱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에서 어떤 사람은 혼자 300채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더라면 .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 가난으로 인한 온갖 나쁜 생각들이 결국 죄로 유인하는 견인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반지하 월세방에서 목숨을 끊은 늙은 모녀의 소식이 들립니다. 겨우내 마른 풀숲에서 밤을 새워 떨고 있을 초식동물 같은 그림을 상상합니다. 리어카에 이불보따리를 싣고 월세방을 전전하던 어린 시절이 영화처럼 아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