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이 채
장작을 패보니 알겠다
나무는 내가 쪼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슴 여는 것임을
곧게 잘생기고
결이 고운 나무들은
굳이 마당쇠가 내려찍지 않아도
결 따라 순순히
향긋한 가슴을 내어주지만
굵은 옹이를 지니고
천성이 뒤틀어진 놈들은
열 번 찍어도 넘어가지 않는다
소통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순한 결을 내어주는 일이리
혹 누군가 다가와
내 마음 두드릴 때
수많은 옹이들을
낡은 훈장처럼 끌어안고
배배 꼬인 마음결로
그의 도끼자루나 부러뜨리지 않았으면 싶다
결국 소통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이 땅위에서 벌어지는 많은 오해는 대부분 소통의 부재에서 발생합니다. 전하는 사람도 잘 전해야 하지만 듣는 상대방의 자세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무리 말을 잘 해도 들으려 하지 않으면 소통은 불가능 하지요. 자기 안에 갇혀 자기만 바라보는 에고이스트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허공을 통해서 전달되는 말은 그 크기만이 아니라 의미도 온전히 전달되지 않습니다. 마음과 정성을 다해 사랑한다고 말해도 받아들이는 상대방은 항상 100 % 보다 적게 받아들이지요. 상처를 가진 마음은 더 심합니다. 결국 소통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배배 꼬인 마음결로 / 그의 도끼자루나 부러뜨리지 않았으면 싶다”는 시인의 말이 와 닿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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