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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 다양한 매력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4. 4. 16:03
부산 기장다양한 매력
갯바위 위 사찰 · 멸치만 명물?
판타스틱 테마파크도 추가!
 
빼어난 경관의 해안에 자리 잡은 해동용궁사는 부산 기장을 대표하는 사찰이자 관광 명소다. 해동용궁사는 개인 사찰이었는데 주지 정암 스님이 지난해 9월 절집 전체를 화엄사에 기부해 전남 구례의 화엄사 말사가 됐다. 경상도의 사찰이 전라도 사찰의 말사가 된 드문 경우다.


# 상전벽해에 들어선 테마파크

부산 기장에는 ‘오시리아 관광단지’가 있다. 관광과 숙박, 레저 등을 한곳에서 모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개발하고 있는 부산 외곽의 복합관광단지다. 본래 ‘동부산관광단지’라는 이름이었다가, 관광단지 통합브랜드 ‘오시리아’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오시리아란 이름에 뭔가 심오한 뜻이 있는 듯하지만, 인근의 바닷가 명승인 ‘오랑대’와 ‘시랑대’에서 앞글자를 따고, 부산으로 ‘오시라’는 중의적 의미를 더해서 붙인 이름이다.

오시리아 관광단지가 조성되면서 기장읍은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 8차로 도로가 사방으로 놓이고 쇼핑몰이며 대형 빌딩이 곳곳에 들어섰다. 해변에는 근사한 카페가 늘어섰다. 한적하고 누추했던 예전 풍경은 일부 지역에 고립된 섬처럼 남았을 따름이다.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가장 놀라운 건 변화의 속도다.

오시리아 관광단지는 크게 숙박, 레저, 쇼핑, 테마파크존으로 나눠 개발한다. 숙박존에는 이미 지난 2017년 아난티 힐튼 부산과 콘도미니엄 아난티 펜트하우스, 문화공간 아난티타운이 문을 열었다. 쇼핑존에는 핀란드 가구 브랜드 이케아와 롯데몰,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이 있다. 내년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쿠아월드가 들어서고, 2023년에는 6성급 리조트 반얀트리 부산이 개관하게 된다.

관광단지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앵커(Anchor·닻) 시설’은 단연 테마파크다. 테마파크존에는 지난해 7월 뉴질랜드의 스카이라인 엔터프라이즈사가 운영하는 ‘스카이라인 루지 부산’이 들어선 데 이어 31일 롯데월드 부산이 개관했다.

롯데월드 부산은 뜻밖에도 전통적인 ‘놀이동산’식 테마파크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놀이문화 공간의 주도권이 온라인 공간으로 넘어간 건 이미 오래된 일. 디지털과 영상, 게다가 비대면의 시대에 과연 아날로그식 놀이 공간의 대표 격인 테마파크가 설 자리가 있을까. 롯데월드는 그동안 테마파크와 가상현실(VR) 체험과의 결합을 다양하게 시도해왔으나, 롯데월드 부산에는 전통적 어트랙션(탑승 및 관람시설)을 배치했다. 테마파크에서의 두근거림을 유년시절 추억으로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런 결론이 반가울 듯하다. 아무리 디지털 가상체험이 감쪽같다고 해도, 비명을 질러대며 여럿이 함께 타는 아날로그식 롤러코스터를 대체할 수는 없다. 유년시절 놀이공원에서의 추억은 지금 세대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다.


# 롯데월드 부산의 자이언트 스플래시

오시리아 관광단지에는 당초 유니버설스튜디오와 MGM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테마파크 유치를 추진해 왔으나 결국 롯데월드의 부산 입성으로 결론 났다. 테마파크의 규모도 애초 계획했던 것에서 줄었다. 롯데월드 부산의 전체 면적은 15만8000㎡(4만8000여 평)로 전체 면적이 롯데월드 잠실보다 20% 이상 넓다지만 주차장을 빼고 파크 면적만 계산한다면 서울 롯데월드의 60%를 좀 넘는 정도다.

롯데월드 부산은 파크 전체가 야외공간이다. 서울에서 실내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월드로서는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롯데월드 부산에 설치한 어트랙션은 모두 17개. 이 중 대표 어트랙션은 ‘자이언트 스플래시’다. 양쪽 레일 끝을 수직에 가깝게 세워서 탑승물이 레일을 따라 앞뒤로 오가도록 한 놀이기구인데, 44m 높이에서 수직으로 추락하는 느낌이 아찔하다. 바닥에는 물을 담아 탑승물이 하강할 때 온통 물보라를 일으킨다. 탑승객들이 지르는 비명과 장쾌한 물보라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린다.

테마파크의 꽃은 롤러코스터다. 롯데월드 부산의 롤러코스터 ‘자이언트 디거’는 레일 최고 높이나 낙차 폭 등 기록 면에서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지만, 구동방식이 다르다. 다른 롤러코스터처럼 경사를 톱니로 올라서 위치에너지로 속도를 내는 방식이 아니라, 총을 쏘듯 평지의 탑승물을 쏘아서 순식간에 시속 105㎞ 속도를 낸다. 소음 없이 매끄럽게 레일 위를 미끄러지는데 비명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돌파하는 360도 회전구간이 아찔하다.

롯데월드 부산이 특히 공을 들인 것이 바로 퍼레이드다. 부산에는 최근까지도 변변한 놀이공원 하나 없었으니 퍼레이드와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높다. 롯데월드 부산의 전체 스토리를 ‘대표 캐릭터인 로리가 통치하는 왕국’으로 정하거나 6개 테마존을 캐릭터 왕국의 기반을 이루는 행정·농업·광업 등의 산업 분야로 나눈 것도 이런 지역주민의 기대를 읽은 것이다. 다양하게 장식한 7대의 차량에 나눠 탄 화려한 의상의 캐릭터와 전속 무용수들이 총출동하는 퍼레이드는 낮과 밤 하루 두 번 진행된다.

테마파크의 판타지 중심은 롯데월드 부산을 상징하는 성 ‘로리캐슬’. 성 뒤편에 딱 붙어 있는 거대한 주차장 같은 루지 시설이 거슬리긴 하지만, 루지시설 앞을 미디어월 등으로 가릴 예정이란다. 로리캐슬 앞에는 분수가 있고 양옆으로는 유럽풍의 온실형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섰다. 그리고 그 앞쪽의 허브 광장에는 그림 동화책에 나올 법한, 거대한 말하는 나무(토킹트리)가 서 있다. 가지를 움직이고 눈을 깜빡이거나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파크의 테마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말하는 나무는 유년기 방문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할 듯하다.


# 유년 시절의 정서적 유대…놀이동산

롯데월드 부산 개장을 놓고 관광객 유입 규모를 셈하거나 생산유발 등 경제적 가치를 분석하는 등 경제적 효과 계측에 눈길이 쏠리고 있지만, 테마파크 개관은 한편으로는 부산 시민들에게 유년 시절의 정서적 유대를 만들어주는 공간의 재탄생이란 의미가 있다. 부산에는 한동안 놀이공원이 없었다. 부산 시민들은 테마파크에 가려면 양산으로, 대구로, 경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양산에는 통도환타지아가, 대구에는 이월드가, 경주에는 경주월드가 있다.

지금은 다 사라졌지만 부산에는 크고 작은 놀이공원이 있었다. 1973년 6월 동래금강공원을 시작으로, 태종대 자유랜드, 초읍 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 광안리 미월드, 광안비치랜드, 영도 월드카니발 등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1996년 롯데월드도 부산 롯데백화점의 4개 층을 털어 ‘스카이프라자’란 이름으로 테마파크를 열었다가 진동과 소음 등에 따른 민원이 빗발치자 3년 만인 1999년에 문을 닫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는 태종대 자유랜드와 초읍 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이 쌍벽을 이뤘다. 2000년대에는 광안리의 미월드와 광안비치랜드가 양대 테마파크였다. 특히 광안대교가 한눈에 다 들어왔던 미월드의 대관람차 ‘자이언트휠’은 광안리를 찾은 청춘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았다. 규모가 작기는 했지만, 광안비치랜드에는 아찔하기로 이름났던 ‘바이킹’이 있었다.

광안비치랜드가 지난 2019년 12월까지 버티긴 했지만, 테마파크라기에는 워낙 규모가 작았다. 규모까지 감안한다면 ‘부산에서 테마파크가 사라진 때’는 미월드가 문을 닫은 2013년 6월로 보는 게 맞을 듯하다. 그렇다면 롯데월드 부산은, 부산에서 놀이동산이 사라진 지 9년 만에 새로 문을 연 테마파크다. 롯데월드 입장에서는 ‘스카이프라자’를 열었다가 문을 닫은 지 23년 만에 다시 부산에 입성한 셈이다. 그래서 이야기의 결론은? 롯데월드 부산은 한동안 ‘부산 관람객들로만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란 얘기다.



위 사진은 롯데월드 부산의 로리캐슬’. 테마파크 판타지의 핵심 공간이다. 가운데 사진은 롤러코스터 자이언트 디거’. 360도 회전 구간이 세 곳이나 된다. 아래 사진은 말하는 나무 토킹트리’. 표정을 만들며 말을 한다.



# 아난티코브가 부산의 명소가 된 이유


기장의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가장 먼저 들어선 건 리조트 단지 ‘아난티코브’다. 아난티코브는 2017년 8월 기장 해안에 들어선 거대한 숙박리조트 단지다. 연면적이 17만8000여㎡(5만4000여 평)로 단일 휴양시설로는 국내 최대 규모. 서울 여의도 63빌딩보다 넓다.

아난티코브는 크게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하나는 일반 투숙객을 받는 호텔 아난티 힐튼 부산. 다른 하나는 회원제 리조트인 아난티 펜트하우스다. 객실 수는 호텔이 더 많지만, 공간 면적으로 보면 호텔이 3분의 1쯤이고, 리조트가 3분의 2쯤 된다. 호텔도 훌륭하지만 회원제 리조트는 넓고 더 고급스럽다.

처음 아난티코브가 들어섰을 때만 해도 말이 많았다. 모래라고는 한 줌도 없는 거친 바다 앞 갯바위 위에다 리조트를 짓는다는 건 의표를 찌른 결정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해안 고급 리조트나 호텔은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짓는 게 보통이었다. 바다는 빼어난 경관으로 소비하고 온천과 인피니티 풀 등을 충실하게 갖춘 리조트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또 하나 의표를 찌른 결정은 아난티코브의 개방적 운영이다. 대부분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는 외부인들에게 폐쇄적이다. 숙박 손님이나 회원들에게는 친절하지만, 비투숙객이나 비회원들에게는 지극히 배타적이다. 심한 경우는 리조트 경비원이 가스총을 차고 있는 경우도 있다. 손님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는 명목 때문이다. 그런데 아난티코브는 전혀 다르다.

아난티코브가 차지한 기장 해안을 끼고 2.1㎞에 달하는 해안 산책로가 있다. 누구나 걸을 수 있는, 바다를 끼고 있는 오솔길이다. 아난티코브의 최고급 리조트인 아난티 펜트하우스 앞 바다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리조트 안쪽의 근사한 소파도 산책객들에게 조건 없이 개방했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전용 카페도 근래 외부인들에게 개방했다.

개방적인 태도의 압권은 아난티코브가 호텔 부대시설처럼 운영하고 있는 ‘아난티타운’이다. 호텔에서 바다 쪽 경관을 마주하고 있는 공간에다 대형 서점과 소품숍, 카페 등이 들어선 소규모 쇼핑타운과 무대를 만들어 놓았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문화적 경험 등을 누릴 수 있는 감각적인 느낌의 공간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나 호주 시드니쯤의 근사한 해변 쇼핑몰의 축소판처럼 여겨질 정도로 이국적이다.

아난티타운은 투숙객이 아니라도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휴식을 취하거나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상업적 공간임에도 이런 공간이 고맙게 느껴지는 건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개방적인 운영방식 때문이다. 이런 운영방식이 아난티코브를 소유자나 투숙객만의 성(城)이 아니라, 부산의 내로라하는 관광 명소로 만든 원동력이다. 덧붙이자면, 기장에 새로 생기는 바다 전망의 대형 카페 중 일부는 출입문을 극장 입구처럼 만들어놓고, 커피를 주문하지 않으면 카페 안에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해놓았다.


기장을 대표하는 고급 리조트 단지 아난티코브.



# 전남 사찰이 영남의 말사를 거느리다

관광단지 개발 이전부터 오랫동안 기장을 대표했던 관광지는 해동용궁사였다.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관광객이 기장을 찾는 이유는 여기 해동용궁사 아니면 봄 멸치 맛을 볼 수 있는 대변항, 둘 중 하나였다. 기암괴석의 해안을 마당으로 삼은 경치 좋은 곳에 들어선 덕에 해동용궁사는 ‘한국의 3대 관음성지’라고 추켜세워지기도 하고, 고려 우왕 때 나옹선사가 창건했던 ‘보문사’의 법통을 잇는다는 주장도 있지만 말 그대로 주장일 뿐. 별다른 근거는 없다. 정확히 말한다면 해동용궁사는 1974년 창건한 개인 소유 사찰이다.

해동용궁사는 성공한 사찰이다. 성공의 비결은 단연 입지다. 산중에 들어서는 게 보통인 사찰이 바다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독특한데, 시랑대의 기암을 한쪽 날개로 삼고 갯바위의 바다를 품듯이 들어서 있으니…. 여기에다 사찰 소유주인 주지 정암 스님의 수완도 한몫했다.

절은 종교적 엄숙함보다는, 어쩐지 현세 기복적인 느낌이 강하다. 교통사고에서 보호해준다는 ‘교통안전탑’을 높이 세운 것도 낯설고, 정암 스님이 작사했다는 대중가요 ‘용궁사의 밤’ 노래비가 세워져 있는 것도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동전을 던져 넣으면 소원성취를 이룬다는 시설도, 곳곳에 있는 모금함도 마음이 불편하다.

이게 절집의 세속화로 느껴져 못내 못마땅한 이들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과거 불교의 구복적 신앙의 단면이라고 보면 생각이 좀 달라질 수도 있을 듯하다. 여기 해동용궁사 세속화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걷어내 줄 만한 이야기가 있다. 해동용궁사 갯바위에서 좌판을 깔고 커피나 음료수를 파는 이외훈(79) 할머니에 얽힌 얘기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 마흔하나의 나이에 혼자돼 4남매를 키운 이 할머니는 젊어서 미군 부대며 맥줏집, 당구장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러다 당구장에서 먹고 자며 일하던 예순여섯의 나이에 그만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 완치 판정을 받고도 몇 번이나 암이 재발했지만 천신만고 끝에 치료를 마쳤다. 그러다 의사로부터 ‘암이 뼈로 전이됐다’는 다섯 번째 재발 판정을 받고, 그는 여기 해동용궁사에 ‘죽으러’ 왔단다.

매일 이른 새벽에 갯바위에 나와서 목놓아 울었는데, 한순간 목구멍에서 무언가 쑥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면서 삶의 의욕이 되살아나더란다. 그때부터 그는 13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40분을 걸어서 해동용궁사로 나와서 기도하고 지장보살 주변을 깨끗하게 쓸고 닦고 청소했다. 그 모습을 유심히 본 주지 정암 스님이 하루는 할머니를 부르더니 갯바위에서 좌판을 펴고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했다.

정암 스님은 지금 해동용궁사에 없다. 지난해 9월 정암 스님은 자신이 출가한 화엄사에 절을 통째로 기부했다. 절을 기부하면서 인근의 땅을 묶어 팔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어찌 됐든 해동용궁사는 이제 화엄사 말사다. 화엄사가 전남 구례에 있으니 전라도의 사찰이 경상도에 말사를 거느린 거의 유일한 사례일 듯하다.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해동용궁사는 화엄사에서 파견된 젊은 스님들이 운영하고 있다. 달라진 게 많다.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에 철문이 생겼다. 아무 때나 해안으로 내려설 수 없도록 출입시간 제한이 생겼다. 갯바위의 지장보살 앞에서 촛불도 켜지 못한다. 출입제한에다 촛불도 켜지 못하게 하니 초도 안 팔리고, 장사도 예전 같지 않다.


죽성 드림 세트장. 드라마 촬영을 위해 지어진 성당 건물이다.
 



# 죽성과 임랑…세트장과 기념관

기장에는 고만고만한 명소가 적잖다. 그곳 하나만을 목적으로 여행하기에는 좀 모자라지만, 이리저리 엮으면 훌륭한 코스가 되는 여행지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죽성리다. 죽성리에는 드라마 세트장과 황학대, 죽성리 해송, 죽성리 왜성 등이 있다.

죽성리 드림 성당은 지난 2009년 SBS TV드라마 ‘드림’의 촬영을 위해 지은 세트장. 드라마는 소년원 출신의 격투기 선수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한다는 내용으로 손담비와 주진모 등이 출연한 청춘드라마였다. 22부작으로 예정된 방영 횟수도 다 못 채우고 20회 만에 조기 종영했을 정도로 인기가 없었지만, 드라마 세트장만큼은 명소가 됐다.

세트장 인근에는 어사암이 있다. 일광면 해창에서 대동미를 싣고 부산진 포구로 떠난 배가 죽성리 앞바다에서 풍랑으로 뒤집혔는데, 이를 조사하러 암행어사 이도재가 다녀간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도재는 어사암 바위에다 시 한 수를 새겨 남겼다는데, 시가 새겨진 바위는 흔적이 없고 그가 다녀갔다는 이야기만 남았다.

죽성리 해안에는 고산 윤선도가 6년 동안 유배생활을 하면서 오르내렸다는 자그마한 언덕 황학대가 있고, 그 뒤로 다섯 그루 소나무가 마치 한 그루처럼 조화롭게 가지를 펼치고 하늘을 가리고 서 있는 죽성리 해송이 있다. 죽성리에는 또 임진왜란 때 왜장 구로다 나가마사(黑田長政)가 쌓았다는 왜성도 있다. 왜성으로 이어지는 나무 덱 끝은 아쉽게도 사유지라는 이유로 철책으로 막아놓아 올라갈 수 없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장에서 또 한 곳, 꼭 권하고 싶은 곳이 장안읍 임랑리의 ‘청암 박태준기념관’이다.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 유족이 기증한 생가 일대의 부지에다 지어 지난해 연말 완공한 아담한 기념관이다. 박 전 회장의 업적도 업적이지만, 남해 사우스케이프 등을 설계한 조병수 건축가의 솜씨로 지은 기념관의 건축적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곳을 찾은 보람이 느껴진다.

기념관의 건축물은 안과 밖이 전혀 다르다. 외벽을 철이나 알루미늄 외벽으로 마무리해 가건물처럼 투박한 느낌인데, 안으로 들어서면 빛과 비정형의 곡선이 어우러져 섬세한 느낌이 가득하다. 중정에다 작은 연못과 함께 박 전 회장이 생전에 좋아했다는 개잎갈나무를 심었고, 주변으로 돌려 지은 건축물의 창을 통해 그 장면을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중정을 걸으면서 보는 그 광경이 어찌나 인상적인지 마치 그림이나 사진전을 보는 듯하다.


■ 바다전망 카페의 격전지

기장에는 해안을 따라 근사한 카페가 곳곳에 있다. 바다를 바라보는 이른바 ‘전망카페’다. 이곳에서 제법 오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카페가 장안읍 월내리의 ‘웨이브온’이다. 직선이 교차하는 독특한 건축물의 외관과 남국의 리조트를 방불케 하는 이국적 풍경의 바다 쪽 야외공간이 인상적이다. 부산 이흥용 과자점의 이흥용 대표가 일광면 칠암리에 개점한 대형 베이커리 카페 ‘칠암사계’도 요즘 못잖은 인기를 누린다. 일광면 동백리의 ‘헤이든’은 바다 뷰 루프톱 카페로 이름났다. 같은 이름의 한식집, 버거집 등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부산 = ·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게재 일자 : 2022 3 31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