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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부르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2. 28. 16:51

이름을 부르다

                나호열

 

떠나간 사람을 붙잡을 수는 없어도

마음 밖으로 어찌 보낼 수 있으랴

아무도 나를 불러주지 않을 때

나를 호명하면

장항선이 달려오고

바다에 가닿는 언덕 등 뒤로

엄동의 동백 몇 잎

붉게 피어난다

이제는 옛집으로 남은 사람아

끝내 종착역은 더 멀리 떠나

내 몸을 내리지 못할지라도

나는 어둠을 걸어 닿으리라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끝끝내 피어있는 동백아

가여운 내 몸을 버리지 못하는 까닭은

내 몸에 깃든 장항선 철길을 지우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이름은 형상이 없는 언어의 움직임이다.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람이나 사물 ,단체 현상 등에 붙여서 부르는 기호는 형상을 설명하던가 불러주기 위하여 짓는다. 보이지 않으나 분명 존재하고 모든 것들과 구별되어 고유의 명칭을 부여 받는다.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에 모두 이름이 있는 이유는 각각에 맞는 고유한 특성이 있고 특성에 한정 되지 않는 성질이 있다. 사람이 만들어 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의 이름은 사람의 편리성을 위하여 짓게 된다. 이중 사람의 이름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데 호칭의 구별과 특성의 차별을 두기 위함이다. 따라서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 다면 없는 것이나 다름 없고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증거다. 자신의 이름을 자신이 부른다는 것은 홀로 있다는 것으로 외로움의 극치를 맛본다는 뜻이다. 나호열 시인은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무슨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꿈 꾸면 가닿았던 고향의 옛 둥지를 그리워 하며 나직한 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본다. 자신이 부르고 자신이 듣지만 다른 사람이 불러줬을 때보다 울림이 크다. 추억에 젖어 있어서다. 아무도 나를 불러주지 않았을 때 자신을 부르면 고향으로 달려갈 장항선 기차가 달려오고 바닷가에 닿아 어렸을 때 뛰놀던 동네가 다가오며 일찍 피어나는 동백꽃의 향기가 감싸준다. 차츰 잊혀져가는 기찻길과 허물어져가는 옛집이 희미하게 남아 영혼을 부르듯 자신을 부른다. 이름 부를 때마다 끝끝내 피어나는 동백은 사리같이 단단하게 자리 잡아 몸 속 깊숙히 들어앉은 장항선 철길을 지우지 못하게 한다. 그렇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고향은 가까워지고 추억은 짙어지는 게 사람이다. 추억을 더듬어가며 나직하게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는 것은 누구나 갖는 황혼의 일상이라 할 것이다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