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의 은유
살아남기 위하여
단 하나 남은
잎마저 떨구어 내는
나무들이 무섭다
저 혼신의 몸짓을 감싸는 차디찬 허공
슬픔을 잊기 위해서
더 큰 슬픔을 안아들이는
눈물 없이는
봄을 기다릴 수 없다
- 시집 『칼과 집』 (시와 시학 1993)
피할 수 없는 것과 피하지 않아야 할 것들
어떤 나무는 새잎이 나올 때까지 잎을 달고 있지만 대부분의 나무는 겨울이 올 때마다 모든 잎을 떨구고 온전히 벗은 몸으로 겨울을 이겨냅니다. 그것은 죽으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고, 더 풍성하게 여름을 맞이하기 위한 처절한 삶의 몸부림인 것이지요.
혹자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실연의 슬픔을 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사랑을 하는 것입니다. 하나 그보다도 가장 확실하게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은 그 슬픔과 온전히 함께 하는 것이지요. 슬픔으로부터 도망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 비로소 슬픔의 후유증도 없고 살아가는 새로운 에너지도 얻게 됩니다.
살다보면 피할 수 없는 것들도 있고, 피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빈 주머니 맨몸으로도 당당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절반의 봄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시로 보는 세상 - 詩想錄 『그까짓 게 뭐라고』( 문철수 『밥북』 2021)
'내 시와 시집에 대한 평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름을 부르다 (0) | 2022.02.28 |
---|---|
후생(後生) (0) | 2022.02.22 |
나호열 시인의 시집 『안부』(밥북)를 읽고/한혜영 (0) | 2022.01.22 |
권영옥 문학박사의 현장시평 (14)나호열 시인, 「목발」 (0) | 2021.06.01 |
날 것의 이미지로 무지개다리를 건너가는 ‘나호열’ 시인 (0) | 2021.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