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편지
절뚝이며 느리게 온 봄은
목발의 발자국을 남기고 갔다
아쉬운 사람의 얼굴을 닮은 목련은
눈을 감아도 올해도 피고 지고
눈물 떨어진 자리에 자운영
행여 밟을까 먼 산 바라보면
뻐꾸기 울음소리에
푸르게 돋아 오르는 이름이 있어
나는 편지를 쓴다
외로워 별을 바라보다가
자신이 별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별인지 몰라 더 외로운 사람에게
주소를 몰라도 가닿을 편지를 쓴다
심장에서 타오르는 장미 한 송이
라일락 향기에 묶었으나
그예 남은 그림자 한 장
봄이 지나간 자리에 놓인
꿈이라는 한 짝의 신발
우리는 모두 그 꽃말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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