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8월 1일
무수히 손길이 얹혀지고 지워진 손잡이에 아직 체온이 남아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문의 흔적을 차가운 쇠붙이에 남기고 간 사람은 누구였을까 제 몸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나비를 기억하지 않는 꽃처럼 나는 숙성을 모른다 익어가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몸을 발효하는 술처럼 오래 기다릴 수도 없다 침묵을 지우개로 지우면 곧 삭아버릴 것 같은 시간의 뼈가 일 년 전 신문 기사로 환생하는 밤 숙성과 성숙이 무엇이 다른지 궁금해 하던 한 생을 꾸짖는 듯하다
다시올 2021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