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데서 자꾸 슬픈 소식이 들려온다. 백세시대라지만 목숨은 그리 녹녹치 않다. 김점용 시인 또한 그렇다.
쾌유를 빈다
황혼
어머니는 자꾸 숨겼다
처음에는 옷장 속에 쌀통 안에 보일러실에 돈을 숨기더니
새로 산 신발을 숨기고 시금치 씨를 숨기고
호미를 숨기고 얻어 온 옆집 똥거름을 숨기고
커다란 빨래 건조대까지 숨겼다
선산에 묻힌 아버지를 숨기고
부산의 정신병원에 입원한 막내이모를 일본 대마도에 숨겼다가
우리에게 들키자 다시 내 여동생 속에 꼭꼭 숨겼다
하루는 멀쩡한 우리 집을 숨겼다가 경찰차를 타고 들어오더니
자신의 머리카락과 옷을 가위 속에 가스렌지 속에 숨겼다
오늘은 저 바다에 무엇을 숨겼을까
선창가에서 올라오는 어머니 뒤로
서쪽바다가 시뻘건 노을에 뒤덮여 있는데
어머니가 난데없이 숙제를 낸다
내 좀 찾아 봐라 온 동네를 다 뒤져도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