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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동네 친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12. 9. 13:59

동네 친구

 

동네 친구는 삼십년이 넘었어도 아는 게 없다 고향도 나이도 물어본 적이 없다 어디서 뭘 하다 왔는지 알 필요도 없이 만나도 눈빛만 교환할 뿐이다 먼저 3동 친구는 그냥 산수유라고 부른다 부지런하게 봄이 오면 맨 먼저 노란 손수건을 흔들고 긴 겨울에도 붉은 열매를 내려놓지 못하는 욕심꾼이다 6동 친구는 앵두나무라고 하자 키도 작고 담장 너머를 기웃거리는 폼이 의심스러운데 동그랗고 붉은 눈망울을 탐내는 새도 없다 경로당으로 가면 몇 년째 오지 않는 친구는 까치이다 반가운 손님은 보이지 않고 빈 목소리만 가득하다 하루 종일 고개 숙였지만 늦은 밤 당당히 하늘을 보면 개밥바라기별이라는 친구가 나를 대신해서 눈물 한 방울을 발밑에 떨구어준다 집에서 청승떨지 말라고 동네를 한 바퀴 들며 만나는 친구들의 얼굴을 삼십 년 동안 본적이 없다는 사실에 문득문득 그리움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신문예 겨울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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