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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이 땅의 큰 나무들에게 가장 알맞춤한 자리를 생각합니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9. 14. 14:38

[나무를 찾아서] 이 땅의 큰 나무들에게 가장 알맞춤한 자리를 생각합니다

모든 생명들에게는 제가끔 제 자리가 있겠지요. 알맞춤한 제 자리를 찾아 뿌리 내린 생명들이라면 그의 생명에 주어진 기품과 아름다움을 갖추고 오래오래 살아갈 겁니다. 한 그루의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그런 이야기를 글로 써 정리하다 날짜를 보니, 앗! 벌써 월요일이네요. 시간 가는 걸 모르고 한 주일을 보냈습니다. 분주한 탓이기도 했지만, 별다른 변화 없이 한 주일을 작업실에만 틀어박혀 지낸 탓도 있겠지요. 지난 계절의 답사를 되짚으며, 나무 사진을 끄집어내고, 나무 곁에서 끄집어낸 사람살이 이야기를 생각하며 글로 쓰는 일들은 하염없이 이어집니다.

글 속에 담는 나무마다 생김새가 서로 다르고, 그 나무 안에 담긴 사람살이 역시 서로 다르지만, ‘글쓰기’라는 노동의 방식이 매오로시 똑같다는 게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비대면’ 방식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만남이 시간의 흐름을 현실과 조금 다르게 느끼게 한 모양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다양한 만남이 이어지지만, 그 대부분은 같은 작업실, 같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습니다. 커다란 나무에게 알맞춤한 자리를 한참 생각하던 중에 문득, 지금 이 시간에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인지를 생각해봅니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푸른 하늘 풍경에서 가을이 다가오는 향기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봄과 여름에 이어 가을까지 모두 별다른 이동 없이 한 자리에서만 보내게 됩니다. 아마도 올 한 해는 나무를 찾아다닌 지난 20여 년 가운데에 가장 이동 거리가 짧게 보내는 한 해가 되겠지요. 하지만 내게 올 한 해는 《나무편지》에서 미처 보여드리지 못한 나무들을 포함해 새로 만난 크고 아름다운 나무가 여느 해 못지 않게 많은 한 해가 되기도 할 겁니다.

아직 나무 찾아 길 위에 오르는 마음이 넉넉한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다시 또 길 위에 오르렵니다. 내일 다시 만나게 될 또 다른 큰 나무 생각에 설레며 오늘의 《나무편지》는 짧게 여미겠습니다.

오늘 《나무편지》에 담은 나무는 위로부터 구미 대망리 회화나무, 김천 광명리 왕버들, 구미 무동리 느티나무입니다. 고맙습니다.

- 나무들이 서 있는 아름다운 그 자리를 떠올리며 9월 14일 아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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