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강
새벽이 오면
강은 스스로 나무가 된다
빛깔도 향기도 없는
수만 송이의 꽃을 피우는 나무
어둠을 딛고 아스라이 바라보는
수묵의 너른 품
정갈한 백자를 담은 얼굴은 기쁨과 슬픔을 곱게 풀어 놓은 듯 하다
밤을 오래 걸어와
새벽을 응시하는 사람에게만
문을 열어주는 강의
천불천탑 나무들의
수만 송이 꽃들의
책갈피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들어가면
온몸에 물의 전생을 담은
너를 만난다
가보지 않은 고향을 그리워하듯
홀연히 사라지는 나무 속으로
나 또한 깊이 젖는다
새벽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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