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촉도 2015

어디로 가고 있나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6. 28. 17:00

어디로 가고 있나

 

안산행 지하철 지금 막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오후 2시에서 3시를 향하여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한 사나이 마지막 칸을 향하여

걸음을 옮기고 있다

어두운 물방울들이 합쳐지지 않은 채 굉음을 내며

지난 신문을 읽거나 졸고 있다

마지막 칸까지 갔던 사나이가 빈 동전 바구니를 흔들면서

오후 2시와 3시 사이를

혜화역과 동대문 역 사이를

머리롸 꼬리 사이를 지팡이로 내리치면서 지나간다

동굴은 철갑으로 둘러싸인 물방울들이

서로 부딪칠 때마다 내는 날카로운 비명 때문에 더욱 어두워진다

내려야 할 곳을 잊지 않으려면 눈이 좋거나 귀가 밝아야 하는데

굉음이며 비명인 물방울들은 눈이 멀었다

빨리 이 생을 지나치고 싶은 어떤 날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여 미치고 싶은 어떤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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