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나호열의 시와 토크 2019

나호열과 함께 하는 시의 향기 도봉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1. 15. 16:13





7회 시와 토크

 

 

 

 

 

 

  나호열과 함께 하는 시의 향기 도봉

 

 

     일시 2019.12. 05() 15:00

장소 도봉구민회관 1층 예식홀

 

주최 도봉문화원

진행 도봉시벗문학회

도움  도봉구청


Program

 

 

 

진행 나호열

 

1

 

축사 / 문향文香 가득한 시의 향연 饗宴 이영철 (도봉문화원장)

 

시와 노래 나호열 시 나유성 작곡

 

노래 눈부신 햇살 정아름

노래 눈사람 박주연

 

시낭송

 

현정희

최경애

 

2

 

* 2회 르네포엠 시상식

* 도봉시벗 앤솔러지 1어스름에 옷깃을 여미는 당신 발간기념식

 

3

 

도봉시벗 시 낭독회

 

4

특강 강만수

 

디카시에 관한 소고 小考

목차

 

 

축사 - 문향文香 가득한 시의 향연 饗宴 이영철 (도봉문화원장)

 

 

시와 노래

 

눈부신 햇살 (나호열 시 나유성 작곡 노래 정아름)

눈사람 (나호열 시 나유성 작곡 노래 박주연)

 

시낭송

 

현정희 김석흥 시 쇠똥구리 / 폭포

최경애 정달막 시 외로움은 늙지 않는다 / 갈대 심지

 

 

* 2회 르네포엠 시상식

* 도봉시벗 앤솔러지 1어스름에 옷깃을 여미는 당신 발간기념식

 

도봉시벗 시낭독회

 

김석흥 - 구둔역(九屯驛)에서

김윤숙 - 쑥 이야기

김태범 - 성황당

나영애 - 산수유 꽃 밥

손근희 - 코스모스

유숙희 - 세월

이정희 - 감꽃

정진이 - 동학사 흰 구름

주영란 - 놀이가 지나가는 방식 -슴겨 놓은 새

최여원 - 바람의 뿌리

최종태 - 작은 별로 떠 있다가

 

특강

 

디카시에 관한 小考 강만수

 

 

                                                                                                          축사      

문향文香 가득한 시의 향연饗宴

 


이영철 도봉문화원장

 

나호열 시인이 지도하는 도봉문화원 시창작교실은 지난 15년 동안 도봉의 주민들뿐만 아니라 시를 좋아하는 분들이 찾아오는 명품 강좌로 자리 잡았습니다.

 

나호열 시인은 마음을 적시는 훌륭한 시들을 우리에게 전해준 우리 시단에 서 명망 높은 분이기도 합니다.

 

이번 7회를 맞이한 시의 향연은 도봉문화원 시창작교실의 회원 여러분들이 갈고 닦은 작품들을 낭독, 낭송하면서 우리말과 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아름다운 시간이 될 것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세모歲暮에 펼쳐지는 문향이 새해에도 변함없이 그윽하게 퍼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여 문학을 사랑하는 여러분께 건강과 행운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시와 노래

 

눈부신 햇살 (나호열시 나유성 작곡 노래 박주연)


   

눈사람 (나호열시 나유성 작곡 노래 박주연)


   

 

시 낭송 현 정희 폭포 (김석흥 시)

 

계곡을 뒤흔드는 우레 같은 울음소리

하늘 높이 솟구치는 거대한 물기둥

 

저 낭떠러지 아래 푸르른 소에는

가슨 저린 고래 한 마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바다와 뭍으로 갈라지던 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새끼고래가

절벽 깊숙한 곳에 어미 모습 새겨 놓고

날마다 날마다

사무치는 그리움에 몸부림치다가

밤하늘 검푸른 물결 속을 유영하는 별들에게

나 여기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시 낭송 현 정희 쇠똥구리 (김석흥 시)

 

 

땡볕 아래

쇠똥구리가 구슬을 굴리고 있다

비탈길을 오르다가 그만

천 길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아차

나락으로 떨어졌나 싶더니

지구를 들어올리듯

다시금 비탈길을 오른다

 

 

쇠똥구리에게 있어 똥 굴리기는

평생 놓을 수 없는 양식이자

끝을 알 수 없는

머나먼 집이다

 

 

 시낭송 최경애 외로움은 늙지 않는다 (정달막 시)

 

 

동트는 이 아침이

궂은 비에 젖어 멈춰 있고

수시로 바라보던 앞산 하늘 본 지 며칠

창가에 차가운 바람

오는 가을 재촉하고

 

떠났던 그 사람이

추적추적

걸어온다

그 날의 우산 속에

맞잡던 두 손에서

그 온기 비보다 먼저 스며들던 그 자리

 

이렇게 비 내리고 거리엔 하나 둘씩

우산이 펴질 때면 그 시절 물결이 일어

괜서리 울컥울컥 또 외로움이 오고오고

 

  

시낭송 최경애 갈대 심지 (정달막 시)

 

 

갈바람 불어오면 남몰래 속을 비워

늪가에 무리지어 삼베옷 입고 서서

시퍼런 낫질에서도

피 한방울

안 보였다

 

삭풍이

매를 때려

각질이 휘날리고

긴 머리 마구잡이 흔들려 뒤엉켜도

범새워 울먹일 뿐 꺾이지는 않았다

 

 

이 한 생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면

누구네 앞마당의 빗자루로 버려져도

닳아서 없어질망정 부러지지 않겠다

 

 

구둔역(九屯驛)에서

                         김석흥

 

 

 

떠나보낸 사람 잊히지 않아

다시 찾은 구둔역

낯익은 대합실 빛바랜 벤치에

엷은 햇살 길게 몸을 누인다

 

구름과 바람만이

떠돌이처럼 기웃거리다 가는 정거장

엄마 손을 놓쳐버린 느티나무와 향나무

자장가처럼 기적소리 기다리는데

녹슨 철길에 누워 있는 환상열차는

아직도 깊은 잠에서 깨어날 줄 모른다

 

이따금 청춘들이 찾아와

몇 장의 추억을 만들고 돌아갈 뿐

시간이 멈춰버린 구둔역 플랫폼에 서서 나는

멀리 파란 하늘 끝자락으로 떠나간 사람 그리다가

끝내 행운의 종을 울리지 못하였다

 

 

 쑥 이야기

     

김윤숙

 

 

 

쑥이 투구를 쓰고 돋는 것은

할 일 많아 중무장을 해서이고

뿌리를 따라 쑥쑥 번져가는 것은

수많은 입 먹여 살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6.25 피난지에서 굶기를 밥 먹듯 했다는 할머니

자고 나면 너나없이 쑥을 뜯어 벌겋게 벗겨진 방죽에

비 한번 뿌리고 지나가면 이내 푸릇푸릇 돋아나는 쑥이

고맙고 고마웠다고.

하루는 어느 골에서 쑥을 뜯다가 소복이 자란 쑥 무더기를 보고

웬 횡재인가 싶어 달려갔는데 그 쑥을 받치고 있는 것은

이름 모를 한 구의 시체더라는 몇 번을 돌려들은 할머니의 이야기엔

쑥물 같은 쓴맛이 배어있다.

모진 세월, 쓰디쓴 쑥을 먹고 견딜 수 있었다는 할머니도

쑥떡이라면 손사래를 치시는데

이 봄 또 쑥은 무슨 할 일 그리 많아 서둘러

별꽃처럼 돋고 있다.

 

 

성황당

 

김태범

 

 

 

성황당 있던 마을

 

장마 때는 미꾸라지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밤송이 벙그레 웃을 때면

타작마당 낟가리 키가 자라고

도리깨질 땀에 곳간을 채운다

하얀 밤 눈길 밟으면

초가지붕 처마 밑 참새들의 수난

신작로 길가 아름드리 노송들은

마지못해 길손을 허락하고

동네 아이들은 산소 구르며

빌고 떠난 어머니의 성황당을 훔친다

 

지금은

타작마당도 초가지붕도 노송들도 없고

미꾸라지와 참새와 아이들도 사라졌다

소원 빌던 어머니마저 떠난 성황당에는

더 이상 훔칠 것 없는

낯선 빈 집터만 있을 뿐

 

옛날이 텅 빈 마을에는

성황당 이름만 겨우 남아 있지만

그 이름 불러 줄 사람들은

하나 둘씩 성황당을 떠난다

 

 

 

산수유 꽃 밥

 

나영애

 

 

 

밤새 지어 퍼 담았나

들여다보고 또 봐도 솥뚜껑 들썩일 기미 없더니

어느새 고봉으로 담긴 서숙밥

그릇도 꽃문양이네

 

삼시 세 끼는 꿈속의 일

겨우 받아 앉은 개다리소반엔

서숙밥 속 쌀 알갱이 몇 개

눈물처럼 박혀 있었지

 

까슬하다고 투정부리는 내 숟가락 위에

엄니의 호통소리 떨어지네

고구마로 끼니 때우는 사람도 있단다

 

난 부러웠지

달콤한 고구마가 먹고 싶어

서숙밥 꾹꾹 눌러 퍼 담아

엄니 눈 피해 개구멍으로 바꿔 먹었지

 

봄이 또다시 지어

산수유나무에 걸어 놓은 밥

보릿고개 잘 넘기려면

꾹꾹 밀어 넣어야 했던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렸네

모른 척 눈에 밟혀오는

산수유 꽃 밥



코스모스

 

손근희

 

 

하늘이 내려오고 있어

천상 물감을 흩뿌린 길섶마다

흔들리는 고운 얼굴이 눈부셔

팔 벌려 뛰어든 하늘 바람

가냘픈 허리를 안고

강물 따라 흐르네

 

꽃 이파리 톡톡 따내서

허공에 날리면

네가 돌고 나도 돌고

하늘도 돌다 내려앉네

가는 곳 모르고

강물 따라 흐르네

 

홍시처럼 말간 해가

강물로 빠지고 있었지

점점이 검붉어가던 꽃 멍들

미어지게 보내기 싫어

가슴으로 휘어지는

깊은 강 하나 들어 앉혔네

 

-<2019년 도봉문화원 주최 한글날 기념 도봉백일장최우수상 수상작>

 

 

세월

 

유숙희

 

 

 

무지개 같은 젊은날의 꿈

갈고 닦고 날을 세워

베거나 베이거나 하는 세상은

언제나 채워지지 않는

욕심의 굴레였다

 

날카롭고 예리한 날들 속에

찔리고도 아픔을 느낄 수 없는

무감각한 나의 삶

 

날 선 눈빛이 가슴으로 스며들고

탁해진 핏줄기 언제 멈출지 모르는

조용한 침묵 속에 시간이 흐른다

 

내 안의 날 선 것들은

뭉툭하고 무디게 더디어 가는데

녹슬은 세월은 왜 질주하는가

 

 감꽃

     이정희

 

 

 

아기의 속살이 떨어졌다

뒤란이 울고

장독대가 울어줬다

그것이 울음인줄 몰랐다

 

속살이라는 것도 모르고

사금파리에 고봉으로 담아다가 무명실에 꿰어

언약식을 했다

밥상도 차렸다

 

도시의 가로등 불빛에

떨어져 있는 속살

, 울음

 

 

 

동학사 힌 구름

 

- 정달막

 

세우고 무너지고 붙타고 세운 자리

고집멸도 苦集滅道 큰 진리

마음 속에 못 세우고

종소리 풍경소리 세속사람 기원소리

 

천년을 살았다는 학들은 사라졌고

동녘에 바위만이

전설을 쥐고 서서

비구니 눈물인듯한 계곡물을 엿보네

 

우뚝 선 산 너머엔 노을이 붉게 타고

뭉쳤다 흩어지는 구름이 던져주네

세상사 기쁨과 슬픔

일체일여 一體一如이라고

 

 

 놀이가 지나가는 방식

숨겨 놓은 새

 

주영란

 

 

 

새 한 마리가 지치지도 않고 갈비뼈 한 켠에 걸터앉아 있다

 

나는 술래, 너럭바위 뒤에 숨었을지 모를 친구 대신 너를 찾는 게 아니었는데 날개가 바깥으로 꺾인 채 살쾡이도 술래였을까 목덜미를 물린 채 너는 언덕 뒤로 사라지고

꿈은 두텁고 뻣뻣했다 살쾡이는 이빨을 들이댈 수 없었다 매번 새만 물고 달아났다 놀이 속에 갇혀 어른이 되지 못한 채 못 찾겠다 꾀꼬리를 곤줄박이의 음성으로 밖으로 내 보내지 못하고

 

횃대는 휘어질 줄 모르고

새는 너무 가볍고

내 어깻죽지는 자주 욱신거리고

 

 

 

 

바람의 뿌리

 

최여원

 

뿌리를 찾아 떠돌던

바람이

나무를 보았다

 

뿌리가 단단한 나무는

숲을 이루었다

숲이 되고 싶은 바람은

나무기둥에 매달리다가

나뭇잎을 흔든다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뿌리를

뽑아버린다

 

태풍이 지나간 숲에는

뿌리 뽑힌 나무가

쓰러져있다

더 이상 부러울 게 없자

신바람을 살랑살랑 불며

숲을 떠나려는데

아무도 바람을 배웅하지

않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을 흔들며 반겨주던

바람의 존재를 먼저 알아채던

나무는

뿌리가 뽑혔다

 

바람의 뿌리가

뽑혔다



작은 별로 떠 있다가

 

최종태

 

 

 

반달이 떠 있다

그 어깨에 걸린 희미한 별 하나

아무런 맵시도 뽐낼 수 없고

함께 얘기할 그 누구도 없다

그저 홀로 되뇔 뿐인

지나간 날의 노래 한 자락

 

달은 점점 차오르고

작은 별은 멀어져만 간다

아무런 즐거움도 찾지 못하고

하소연할 곳도 보이지 않는데

그래도 한가닥 의지를 끌어안고

힘겨운 생명의 빛으로 반짝인다

 

달이 이제 꽉 차오르면

별은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겠지

그는 님을 거역하지 아니하고

어쩔 수 없이 먼 길을 가야 하리라

언제고 초승달 하나 떠오를 때

다시금 님의 어깨에 맞닿으리

 

   

특강

디카 시에 관한 小考

강만수(시인)

 

 

 

여태껏 쓴 시만으로는 부족해 잘 드러내지 못한 부분들을 보다 선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매우 풀려서 느슨해지려고 하는 나 자신을 바짝 조여 나간다. 그러면서 잠깐 눈앞에 나타났던 현상現象이라고 할까? 그런 순간순간의 사물들을 디지털 카메라에 쉼 없이 담았다. 그 이유는 이지러진 감정의 결을 바로 잡아 실시간으로 느끼고 싶었던 나 자신의 강한 열망熱望 때문이었던 것 같다. 순간瞬間은 흐르고 있다 저 깊은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다. 저 순간들이 내 안에서 쌓이고 쌓여 나를 만들어 나갔고 그를 만들었으며 우리 모두를 만들었다. 카메라에 담았던 그 사물들을 천천히 새긴 뒤 한 호흡에 휙 내려 쓴 짧은 시로 표현했다.

 

  

 

 

손에 쥐게 되면 바스러지는 까닭에

 

은빛 향과 금빛 향을 잡을 수 없다

 

44444444월에서

 

55555555월로

 

세상은 은빛 가루와 금빛 가루

그 향으로 가득 차 있다 (나약한 봄)

 

봄을 보내며 봄을 담았으며.

 

 

  

 

그저 긴 장마와 함께 온

여름이 지나가기를

과도를 들고 사과 껍질을 벗기며

삶의 한 테두리가 무리 없이 풀리기를

노곤한 졸음 속에서

땀을 줄줄 흘리며 기다렸다 (졸음)

 

여름을 보내며 여름을.

 

  

 

나뭇가지 위 앉아 졸고 있는

고추잠자리 한 마리

꿈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걸까 (고추잠자리)

가을을 보내며 가을을.

 

  

 

걷고 또 걸어 들어가도

오직 눈밖에 보이지 않는

길 위에 거친 숨소릴 토해내며

밤재를 넘어 구례를 향해

華嚴寺 가는 길 (2)

 

 

긴 겨울을 보내며 겨울을 담아나갔다.

 

  

 

시간 은행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집 앞 편의점에서 본

우주나라 외계인 은행 출장소에서

한시적으로 은밀히 운영한다는

시간 자동인출기

영생은행은 바로 내 옆에 있었다 (시간 자동인출기)

 

그러다 또다시 반복 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맞이하면서 가볍게 다가오는 시간이랄까?

아니 가볍지 않은 무겁게 시시각각時時刻刻 변하는 시간을 맞으며 나는 나 자신에게 겸허謙虛해지려고 노력했던 걸까? 그런 물음에 답을 해야만 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말실수를 하게 되면

중국 여행 때 북적이는 식당에서 본

사기그릇처럼 이빨이 깨질 수 있다

말은 늘 줄이는 것이 좋다 (舌禍)

 

 

어느 순간엔 그저 입을 다물고서 오랜 시간을 침묵의 시간 속에 나를 밀어 넣고서 묵묵히 그 현실을 견디곤 했다. 그러던 중 하나의 붓처럼 서 있는 사내를 봤다. 그 사내는 거친 사막을 지나서 내게 다가오고 있다 그는 누구일까? 그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그가 내 앞에 가깝게 다가오면 올수록 거대한 사막은 사라지고 봄이 오고 있다. 그 사내가 걸어온 먼 길들이 보인다. 그가 찍어 놓은 발자국도 함께 보인다. 그가 온 사막을 되돌아 그곳으로 사내는 돌아갈 수 있을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형상을 나는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계속 담아야만 했다.

그 순간 나는 사내의 얼굴에서 시공時空을 초월해 내 할아버지의 얼굴을 얼핏 봤으며 할머니의 얼굴도 스치듯 봤던 것 같다. ? 삶에 지친 할아버지 얼굴과 할머니 얼굴이 떠올랐던 건지? 나 자신도 명확하게 알 수 없었던 건 사실이다. 나는 제대로 걸음도 걷지 못하고 생동감을 느낄 수도 없는 모습보다는 젊고 아름다웠던 얼굴을 그려내기 위해, 과거 기억 속에다 카메라를 들이밀고서라도 셔터를 누르고 싶었다. 두 분의 형형한 눈빛과 오뚝한 콧날 넓은 이마를 담고 싶었던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곳에 서서 그가 영감靈感이란 또 다른 이름으로 내 옆에 설 때까지 천천히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 뒤 그와 만나 오랜 친구처럼 내 주변에서 서성거리던 무거운 우울감憂鬱感을 밀어낸 뒤 많은 대화를 나눌 것이다. 나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그간 겪은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내 삶의 의미를 그에게 알아달라고 말할 것 같다. 나는 그동안 기 발표한 뒤 수정을 거듭한 시와 함께 신작시를 포함. 몇 번이라도 시간을 돌리고 또 되돌리면서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사진으로 표출된 것을 동시에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늘 안과 밖을 드나들며 읊조려 왔다. 그러면서 지나간 어제와 다가올 내일에 대한 의미意味를 곱씹으며 빠르게 펼쳐질 찰라刹那마다 새로운 시작詩作은 무엇인지? 사진과 시가 한 몸이 될 멋진 순간을 나는 홀로 서서 모색摸索 혹은 예감豫感한다. 시가 되어가는 순간이거나. 순간이 영원히 포착捕捉 될 것 같은 시이거나. 시가 되지 않으면 순간에 충실했다는 소리라도 듣기 위해. 나 자신에게 집요하게 집중했다. 한순간이라도 시를 접을 수 있을 것인지? ! 끊을 수 없는 중독성으로 다가와, 나를 유혹하는 시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5월 아침에 어쩔 수 없는 공황증恐惶症이랄까? 무언가를 받아들이려고 해도 이런저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서 마구 지워져 나가는 무력감 앞에서. 오랫동안 버둥거리며 지나가는 시간 속 사물들을 멈춰 세워 창조적인 계기로 삼기 위해 노력했던, 그 순간순간의 작은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감각의 창출創出인 디카 시를 앞에 놓고 시를 사랑하는 여러분과 이 자리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강만수

 

월간 현대시(1992), 계간 문예중앙(1906)으로 등단. 계간 뿌리주간, 문학과 창작기획위원 역임. 현재 도서출판 문장대표, <휴먼 인 러브 재단> 글로벌 콘텐츠 자문위원장. 르네포엠편집위원. 한국시문학상 (2003), 바움문학상(2015) 수상.

 

시집으로 첫 시집 가난한 천사(1993)을 시작으로 디카시집 시간자동인출기(2019)에 이르기까지 10여 권의 시집과 동시집 구두쇠 아빠(2012), 그림동화책 사라진 벌들을 찾아 나선 꿀벌 구조대(2012)등을 상재했다.

 

  

   

함께 한 사람들

 

나유성 (시인 작곡가)

정아름 가수

박주연 가수

 

현정희 (시낭송가)

최경애 (시낭송가)

 

도봉시벗 문학회

 

회장 김석흥

총무 김원상,양운화

 

김광숙 김도형 김세홍 김영자 김윤숙 김태범 나영애 나종근 류세진

박미희 손근희 손애순 유숙희 이정희 이호관 정달막 주영란 차목련

최여원 최종태

 

숲 시 문학회 (동두천),

시원문학회 (경희대학교),

노원시창작교실(노원문화원)

 

 

 

  

시인은 언어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 언어를 섬기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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