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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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숲으로 가는 길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9. 1. 15. 14:29

 

숲으로 가는 길

 

오래 전 떠나온 초원을

그리워하는 낙타처럼

먼 숲을 향하여 편지를 쓴다

하늘을 향해 무작정 기도를 올리는 나무들과

그 나무에 깃들어 사는 새들의

순정한 목소리를 알아 듣게 될 때가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날이 오면

나는 숲으로 숨어들어가

그저 먹이에 충실한 채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짐승이 되거나

아니면 마음의 때를 씻고자 하는

수행자가 될 것이다

매일이라는 절벽 앞에서

마른 울음을 삼키는 그림자를 던지고 있지만

곧 나는 숲으로 갈 것이다

짐승이 되거나

아니면 수행자가 되거나

나는 매일 숲에게 편지를 쓴다

 

 

『미래시학』 201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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