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가는 길
오래 전 떠나온 초원을
그리워하는 낙타처럼
먼 숲을 향하여 편지를 쓴다
하늘을 향해 무작정 기도를 올리는 나무들과
그 나무에 깃들어 사는 새들의
순정한 목소리를 알아 듣게 될 때가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날이 오면
나는 숲으로 숨어들어가
그저 먹이에 충실한 채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짐승이 되거나
아니면 마음의 때를 씻고자 하는
수행자가 될 것이다
매일이라는 절벽 앞에서
마른 울음을 삼키는 그림자를 던지고 있지만
곧 나는 숲으로 갈 것이다
짐승이 되거나
아니면 수행자가 되거나
나는 매일 숲에게 편지를 쓴다
『미래시학』 2019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