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둠이 켜켜이 쌓여 짓눌린
반 지하방에서 그는 죽었다
늦은 밤 컵라면을 먹으며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맛 집을 찾아다니며
행복을 외쳐대는 티브이 프로를 볼 때 행복하다고
언젠가는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낯 선 이방인이 되어보는 꿈을 꾸고 싶다던 그가 죽었다
이미 이 세상의 이방인인 줄 모르고
이미 스스로 돌아버린 줄 몰랐던 것이
그의 사인 死因
꿈밖으로 운구 되어가던 그는
오늘도 음지에서 돋아 오르는
불용버섯으로 찬란하게 피어 있다
그래도 이 세상이 밝아 오르는 것은
수많은 그가 피어 올린
꿈의 빛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버릴 수 없었던
아, 쓸모없는 희망
문학과 창작 201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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