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문화] [403] 리처드 도킨스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403]
리처드 도킨스
입력 : 2017.01.24 03:09
평소 과학책을 잘 읽지 않으면서도 기꺼이 사서 서가에 꽂아두는 책이 있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와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이 대표적으로 그런 책이다. 섭섭하게도 대개 장식용이다. '나 이런 책 읽는 사람이야' 하고 과시하려는 듯 서가에서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꽂아둘 뿐 독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좀 다르다. 과학 분야에서 변함없는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베스트셀러이며 실제로 꼼꼼히 읽고 개념을 이해한 독자도 의외로 많다. 어쩌다 화제작이 하나 나오면 잠시 1위를 내주고 점잖게 몇 단계 내려앉았다가 길어봐야 몇 주 후면 다시 권좌로 복귀한다. 책의 띠지에는 "한 권의 책 때문에 인생관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내게는 '이기적 유전자'가 바로 그런 책이다"라는 내 추천사가 박혀 있다. 유전자의 렌즈를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삼라만상이 달라 보이며 삶의 가치가 변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좀 다르다. 과학 분야에서 변함없는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베스트셀러이며 실제로 꼼꼼히 읽고 개념을 이해한 독자도 의외로 많다. 어쩌다 화제작이 하나 나오면 잠시 1위를 내주고 점잖게 몇 단계 내려앉았다가 길어봐야 몇 주 후면 다시 권좌로 복귀한다. 책의 띠지에는 "한 권의 책 때문에 인생관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내게는 '이기적 유전자'가 바로 그런 책이다"라는 내 추천사가 박혀 있다. 유전자의 렌즈를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삼라만상이 달라 보이며 삶의 가치가 변한다.
그가 드디어 한국에 왔다. 영국의 시사 월간지 '프로스펙트'는 2005년부터 독자 투표로 '세계 지성 100인'을 뽑는데 놈 촘스키, 움베르토 에코, 스티븐 핑커 등과 더불어 도킨스는 이 영광의 리스트 단골이다. 2013년에는 1위에 올랐다. 나는 2009년 '다윈의 해'를 맞아 옥스퍼드 그의 집을 방문해 인터뷰한 적이 있다. 공식 인터뷰를 마친 다음 나는 그에게 가장 아끼는 책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확장된 표현형'이라고 답했다. 내가 그의 저서 중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는 책이다.
엊그제 방한한 그를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물었다. 여전히 '확장된 표현형'이 최고의 책이냐고. 그는 즉답을 회피하며 자신의 책 가운데서는 '불가능의 산을 오르며(Climbing Mount Improbable·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가 제일 눈에 밟힌단다. 가장 안 팔리는 책이라서. 내게도 그런 책이 있다. '열대 예찬'이 바로 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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