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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시, 東西古今 통틀어 사람 마음은 같다고 알려줘"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7. 1. 8. 22:22
 

"서정시, 東西古今 통틀어 사람 마음은 같다고 알려줘"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 시선집 '서정시 동서고금 모두 하나' 출간
  • 박해현

    발행일 : 2017.01.05 / 문화 A21 면

     

     

    조동일(78)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세계 명시(名詩)를 한자리에 모은 시선집 시리즈 '서정시 동서고금 모두 하나'(전 6권·내 마음의 바다)를 냈다. 조 교수는 '한국문학통사'(전6권)를 비롯해 '세계 문학사의 전개', '세계 문학사의 허실' 등의 저서로 문학의 거대 담론을 다루면서 국문학계의 거봉(巨峯)으로 꼽힌다.

    조 교수는 영어·프랑스어·독일어·중국어·일본어를 구사하고 한시(漢詩)에도 능통하다. 그는 '서정시 동서고금 모두 하나'를 만들며 한국 현대시의 명편을 고르고, 외국어로 쓰인 시를 직접 번역하고 원문도 실으면서 해설까지 달았다. 한문(漢文)이 동아시아 공통의 문학 언어였다고 친다면 모두 7개 언어로 된 시선집이다. 서울대 불문학과 출신인 조 교수는 "영어와 독일어는 고등학생 때 배웠고, 대학원에서 국문학으로 전공을 바꾼 뒤 일본어와 중국어, 한문(漢文)을 익혔다"며 "시 짓기를 즐거움으로 삼았던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해 지금껏 공부한 시를 이처럼 한자리에 모으는 데 60년이 걸린 셈"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지난 3년 동안 '서정시 동서고금 모두 하나'를 편집하고 집필했다. 첫 권 '실향의 노래'에서 출발해 각 권마다 '이별의 노래' '유랑의 노래' '위안의 노래' '자성의 노래' '항변의 노래'란 제목을 달았다. 조 교수는 "시인이 '고향'을 잃고 '이별'을 겪은 뒤 '유랑'을 하면서 시에서 '위안'을 얻고, 시인 노릇을 '자성'(自省)하고, 그릇된 세상을 바로잡으려 '항변'하는 과정을 담은 시편들을 순차적으로 담았다"며 "시인은 개인의 아픔에서 출발해 결국 시대와 역사의 고통을 노래한다"고 풀이했다. 그는 주제별로 부드러운 서정시를 선정해 섬세한 촌평을 달곤 "시를 공부하려는 젊은이들을 위해 책을 냈다"며 직접 그린 동양화로 삽화를 꾸몄다.

    국내 시인 177명과 해외 시인 223명의 작품 650편이 실렸다. 중국의 두보(杜甫)와 독일의 하이네의 시가 13편으로 가장 많이 수록됐고 릴케(11편), 소월·보들레르·헤세(8편), 김지하(7편)가 그 뒤를 잇는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20세기 해외 시인들도 대거 소개했다. 특히 프랑스 식민지였던 마다가스카르의 시인 라비아리벨로의 시 '서곡'을 비롯해 제3세계 문학에도 눈길을 돌렸다.

    조 교수는 "국내 불문학계가 프랑스인의 문학에만 치중하면서 프랑스어로 쓴 비서구 문학은 외면하고 있다"며 "우리는 서구 문학에 편향된 시선에 갇혀 세계 문학을 폭넓게 보지 않은 채 남이 우리 문학을 몰라준다고 염치없이 불평하고, 일방적 민족주의를 내세워 우리 이야기만 쓴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설이 사람살이의 차이를 보여준다면, 서정시는 사람의 속마음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다 똑같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