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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met … fine girl” 미당 붓글씨 영문편지엔…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10. 14. 22:38

“I was met … fine girl” 미당 붓글씨 영문편지엔…

“I was met … fine girl” 미당 붓글씨 영문편지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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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시인이 1980년대 미국 하버드대 데이비드 매캔 교수에게 보낸 영문 붓글씨 편지. [사진 동국대]

And I was met the woman translator, an American fine girl. She is yet a student in doctor degree of your old school of Harvard….”

And I was met the woman translator, an American fine girl. She is yet a student in doctor degree of your old school of Harvard….”

 
문법 오류가 일부 있지만 뜻은 명확하다. 하버드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미국인 여학생 번역자를 만났다는 내용이다. 미당(未堂) 서정주(1915∼2000) 시인이 자신의 시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과 관련, 1980년대 중반 길이 1m가 넘는 두루마리에 붓글씨로 써서 보낸 영문 편지의 일부다. 수신자는 미당이 맥현(麥峴)이라는 한글 이름까지 지어주고 시우(詩友) 삼아 가깝게 지냈던 미 하버드대의 데이비드 맥캔 당시 교수.

동국대 국문학부 70주년 기념전
한용운 8폭 병풍, 양주동 시집
조지훈『청록집』초판본 등 전시


한국어의 사용과 발명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 미당이었지만 아무래도 영어 작문은 서툴었던 모양이다. 인용한 문장에서 ‘fine girl’ 같은 표현이 재미있다. 훌륭한 여학생이라는 뜻으로 쓴 것 같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미당의 영어 문장은 능란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영어 편지를 쓰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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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과(科)가 만들어진 지 올해 70주년을 맞은 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가 12∼18일 서울 동국대 중앙도서관 2층에서 여는 창과 70주년 기념전에서 전시된다. 동국대의 전신인 중앙불교학교 출신일 뿐 아니라 나중에 교편도 잡았던 미당 이외에 역시 동국대에서 후학을 가르쳤던 만해 한용운의 8폭 병풍, 조지훈 시인의 『청록집』 초판본, 자칭 국보였던 무애 양주동의 시집 『조선의 맥박』 초판본, 신석정의 『촛불』 초판본 등이 주요 전시물이다. 동국대 출신 소설가 이범선의 단편 ‘오발탄’을 역시 동국대 출신 영화 감독 유현목이 영화화한 영화 ‘오발탄’ 영상 부스도 마련된다.

동국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는 시인 김달진·이형기·문효치·홍신선·문정희, 소설가 조정래, 문학평론가 홍기삼, 동화작가 정채봉 등을 배출했다. 기념전은 그 발자취를 되새기자는 취지다. 14일 오후 서울 앰배서더 호텔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신준봉 기자 in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