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지나는 법
가을은 느린 호흡으로
멀리서 걸어오는 도보여행자
점자를 더듬듯
손길이 닿는 곳마다
오래 마음 물들이다가
툭
투우욱
떨어지는 눈물같이
곁을 스치며 지나간다
망설이며 기다렸던 해후의
목 매인 짧은 문장은
그새 잊어버리고
내 몸에 던져진 자음 몇 개를
또 어디에 숨겨야 하나
야윈 외투 같은 그림자를 앞세우고
길 없는 길을 걸어가는
가을
도보여행자
이제 남은 것은
채 한 토막이 남지 않은
생의 촛불
바람이라는 모음
맑다
*우리시 2016년 10월호 기획소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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