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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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가을을 지나는 법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10. 5. 22:57

가을을 지나는 법

 

가을은 느린 호흡으로

멀리서 걸어오는 도보여행자

 

점자를 더듬듯

손길이 닿는 곳마다

오래 마음 물들이다가

투우욱

 떨어지는 눈물같이

곁을 스치며 지나간다

 

망설이며 기다렸던 해후의

목 매인 짧은 문장은

그새 잊어버리고

내 몸에 던져진 자음 몇 개를

또 어디에 숨겨야 하나

 

야윈 외투 같은 그림자를 앞세우고

길 없는 길을 걸어가는

가을

도보여행자

 

이제 남은 것은

채 한 토막이 남지 않은

생의 촛불

바람이라는 모음

 

맑다

*우리시 2016년 10월호 기획소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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