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이거나 그림자이거나
나를 부르면 그가 온다
절뚝이며 먼 길을 꼬리로 달고
초식도 아니고 육식도 아닌 퇴화의 이빨을 드러내며 오는 사람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굶주린 사막의 아가리 속으로
기꺼이 사라지는 수많은 그는
내가 호명했던 나
어둡고 긴 골목 같은
목울대를 치고 올라오는 그믐달처럼
어딘가를 향해 흔들었던 깃발이었다가
껍데기만 남은 그림자를
홑이불로 덮는다
한낮에는 갈 길이 멀고
밤이 깊으면 머무를 곳이 두렵다
객이거나
그림자이거나
우리시 2016년 10월호 기획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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