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설 실종 有感
입력 : 2015.08.12 03:00
![어수웅 문화부 차장](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508/11/2015081103978_0.jpg)
작가 김영하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한국 소설가들 정말 장하지 않으냐고. 영화에는 스크린 쿼터라도 있지만 한국 문학은 쿼터제 하나 없이 전 세계 작가들과 대결 중이라고 말이다. 영화배우 최민식이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해 훈장을 반납할 즈음이니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다. 그즈음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박완서·최인호·김훈·전경린·은희경·공지영·정이현 등의 이름이 그것도 윗줄에 있었다.
최근 몇년간 한국 문학의 위축과 부진은 이제 뉴스도 아니지만 올해는 유달리 심한 것 같다. 신경숙 표절 논란 등으로 인한 실망도 일부 있겠지만 그 사태 이전이라고 달랐던 건 아니다. 종합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소설 부문 순위에서도 한국 작가의 이름은 찾기 힘들었다.
물론 베스트셀러가 양서(良書)와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중의 트렌드와 취향을 반영하는 베스트셀러의 관점에서 보면 올해 한국 소설의 성적표는 '낙제'라고 할 만큼 참혹했다. 대신 독자들은 '오베라는 남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황금방울새' '산 자와 죽은 자' 등 스웨덴·일본·미국·독일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웃고 울었다.
프랑스 작가 모파상(1850~1953)은 독자의 요구를 8가지로 정리했다. ①위로해 달라 ②즐겁게 해 달라 ③슬프게 해 달라 ④감동시켜 달라 ⑤꿈꾸게 해 달라 ⑥ 전율시켜 달라 ⑦울게 해 달라 ⑧생각하게 해 달라.
한국인 주인공이 한국인의 문화와 감정으로 독자를 위로해주고, 감동시키며, 사유의 폭을 확장시켜 줄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하지만 애국심으로 한국 문학을 읽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이 숙제는 한국 작가들이 도전하고 해결할 수밖에.
일반 독자는 낯선 이름일지 모르지만 신인 작가 중 장강명(39)이라는 이름이 있다. 최근의 문학동네 작가상까지 4개 문학상을 연이어 받은 이 '문학상 사냥꾼'은 일반적인 문학상 수상자의 포부와는 조금 다른 야심을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독자가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이 독자를 찾아가겠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사막을 가로질러서 사람 사는 도시로 가겠다"고 표현했다. 창비·문학동네 등 메이저 출판사의 소위 '문단 권력' 논쟁에 대해서도 씩씩하다. "오아시스 부근 생태계에 머무는 건 작가의 임무도 아니고 좋은 전략도 아니다."
시장과 예술이 지지하는 문학이 서로 겹치는 경우는 물론 많지 않다. 또 모두 그의 전략을 지지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나 보조로 연명(延命)해야 하는 장르라면 그 장르가 존속해야 할 이유를 대중에게 설득할 수 있을까. '쿼터제'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문학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재능 있는 젊은 작가의 노력을 소개하는 이유다.
언어가 가난해진다는 것은 생각이 가난해진다는 것이고, 생각이 가난해진다는 것은 우리의 시야가 점점 더 좁아진다는 뜻이다. 가난한 한국어는 가난한 한국 문학에서 비롯된다. 한국 작가들의 분투(奮鬪)를 응원하고 당부한다.
최근 몇년간 한국 문학의 위축과 부진은 이제 뉴스도 아니지만 올해는 유달리 심한 것 같다. 신경숙 표절 논란 등으로 인한 실망도 일부 있겠지만 그 사태 이전이라고 달랐던 건 아니다. 종합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소설 부문 순위에서도 한국 작가의 이름은 찾기 힘들었다.
물론 베스트셀러가 양서(良書)와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중의 트렌드와 취향을 반영하는 베스트셀러의 관점에서 보면 올해 한국 소설의 성적표는 '낙제'라고 할 만큼 참혹했다. 대신 독자들은 '오베라는 남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황금방울새' '산 자와 죽은 자' 등 스웨덴·일본·미국·독일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웃고 울었다.
프랑스 작가 모파상(1850~1953)은 독자의 요구를 8가지로 정리했다. ①위로해 달라 ②즐겁게 해 달라 ③슬프게 해 달라 ④감동시켜 달라 ⑤꿈꾸게 해 달라 ⑥ 전율시켜 달라 ⑦울게 해 달라 ⑧생각하게 해 달라.
한국인 주인공이 한국인의 문화와 감정으로 독자를 위로해주고, 감동시키며, 사유의 폭을 확장시켜 줄 수 있다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하지만 애국심으로 한국 문학을 읽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이 숙제는 한국 작가들이 도전하고 해결할 수밖에.
일반 독자는 낯선 이름일지 모르지만 신인 작가 중 장강명(39)이라는 이름이 있다. 최근의 문학동네 작가상까지 4개 문학상을 연이어 받은 이 '문학상 사냥꾼'은 일반적인 문학상 수상자의 포부와는 조금 다른 야심을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독자가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자신이 독자를 찾아가겠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사막을 가로질러서 사람 사는 도시로 가겠다"고 표현했다. 창비·문학동네 등 메이저 출판사의 소위 '문단 권력' 논쟁에 대해서도 씩씩하다. "오아시스 부근 생태계에 머무는 건 작가의 임무도 아니고 좋은 전략도 아니다."
시장과 예술이 지지하는 문학이 서로 겹치는 경우는 물론 많지 않다. 또 모두 그의 전략을 지지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나 보조로 연명(延命)해야 하는 장르라면 그 장르가 존속해야 할 이유를 대중에게 설득할 수 있을까. '쿼터제'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문학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재능 있는 젊은 작가의 노력을 소개하는 이유다.
언어가 가난해진다는 것은 생각이 가난해진다는 것이고, 생각이 가난해진다는 것은 우리의 시야가 점점 더 좁아진다는 뜻이다. 가난한 한국어는 가난한 한국 문학에서 비롯된다. 한국 작가들의 분투(奮鬪)를 응원하고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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