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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시킨 일 2011

고사리 꺾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3. 31. 11:41

 

고사리 꺾기

 

- 제주도 기행. 5

 

맛은 없지만

밥상에 오르지 않으면 왠지 서운한

고사리 꺾으러 간다

새벽 해 뜨기 전 이라야

찔레 덩굴 속이나 풀 섶에 숨어 있는

고 놈이 보인다는데

내 눈엔 그 풀이 그 풀 같다

대궁을 잘라도 여덟 번 아홉 번

순을 올린다는 오기가

나에게는 없다

뽑히기를 평생 바랬으나

수많은 군중 속에 하나에 불과한 것이

행인가 불행인가

문득 이 세상 모든 나무의 시조가

바다에서 올라온 고사리라는 진화론의 한 구절이

전생을 스치고 지나는 순간

꼿꼿한 고사리들이 불쑥 돋아 올랐다.

소도 말도 먹지 않는다는 고사리

나도 덤불 속에 몸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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