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 나호열
조심스레 뒤를 바라본다
따라오는 사람 없어도
흐트러진 발자국 가지런히 해 놓고
막다른 골목에는 말뚝도 세워 놓는다
늘 하루의 반을 먼저
걸어가야 하는 나는
얼굴 보여주지 않는 시간 앞에
고개 돌리고 말지만
뒷모습은 거울로 비워두고 싶다
밤길 걸어가면서
먼저 돌 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먼저 사금파리에 살 베이고 싶다
시냇물처럼 맑은 길을
그에게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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