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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어렵게 살아야 1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6. 19. 13:13

 

시가 있는 아침

[중앙일보] 입력 2012.06.19 00:00 / 수정 2012.06.19 00:00

시인은 어렵게 살아야 1

시인은 어렵게 살아야 1

- 황동규(1938~ )

 

이성복 시인이 물었다.

“시인은 끈질기게 어렵게 살아야 시인이 아닐까요?

보들레르, 랭보, 두보(杜甫)를 보세요.

”어려운 삶!

일찍이 호머는 눈이 멀어지중해를 온통 붉은 포도주로 채웠고,

굴원(屈原)은 노이로제에 시달리며

양자강을 온통 흑백으로 칠했다.

저 어려운 색깔들!

“시인은 끈질기게 어렵게 살아야…….

”말 잠시 끊고 창밖 풍경을 바라본다.

시야 한번 닫았다 여는 눈보라,

그 열림 속으로 새 하나가 맨발로 날아간다.

 

 

이 물질의 시대에 어렵게 산다는 건 구차하고 외롭게 산다는 뜻이겠지만, 그게 다는 아닌 듯하다. 처음에 그는 말로 풀어야 할 시름이 있어 시라는 걸 쓰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다 시를 쓰는 일 자체가 시름이 되는 이상한 길에 들어섰을 것이다. 모든 말이 다 시가 되기는커녕 때로 어떤 말도 시가 되지 않는 곳에서, 그는 가난에 쫓기고 고독에 쫓기고, 무엇보다도 시에 쫓긴다. 어려워지고 싶은데 왜 어려워지지 않는 걸까, 그는 약한 자신을 몰아세운다. 언젠가는 시가 입을 열어 자신과 모두의 삶을 한번쯤 변호해주는 날이 오길 바라서일 것이다. 시인들은 어디 없는 강물에라도 빠지고, 아니면 술통에라도 빠지고, 그도 아니라면 마음의 지옥에라도 떨어져야 하나 보다. 보들레르, 랭보, 두보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호머나 굴원처럼 영혼의 몸체를 온통 다치진 못하더라도. 힘들지 않으면, 시는 힘이 없다. 어렵지 않으면 시는 어렵다. 그런 것 같다. <이영광·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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