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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슬픔 2008

사월의 일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4. 21. 09:34

사월의 일기 

 

말문을 그만 닫으라고

하느님께서 병을 주셨다

 

몇 차례 황사가 지나가고

꽃들은 다투어 피었다 졌다

며칠을 눈으로 듣고

귀로 말하는 동안

나무속에도 한 영혼이 살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허공에 가지를 뻗고

파란 잎을 내미는 일

꽃을 피우고

심지어 제 머리 위에 둥지 하나

새로 허락하는 일까지

혼자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파란 하늘에서 떨어진 별처럼

주먹만큼 빛나는 새 한 마리가

잠시 머물고 간 뒤

사월의 나무들은 일제히 강물 흘러가는

소리를 뿜어내고 있다

 

말문을 닫으라고

하느님이 내린 병을 앓고 있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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