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일기
말문을 그만 닫으라고
하느님께서 병을 주셨다
몇 차례 황사가 지나가고
꽃들은 다투어 피었다 졌다
며칠을 눈으로 듣고
귀로 말하는 동안
나무속에도 한 영혼이 살고 있음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허공에 가지를 뻗고
파란 잎을 내미는 일
꽃을 피우고
심지어 제 머리 위에 둥지 하나
새로 허락하는 일까지
혼자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파란 하늘에서 떨어진 별처럼
주먹만큼 빛나는 새 한 마리가
잠시 머물고 간 뒤
사월의 나무들은 일제히 강물 흘러가는
소리를 뿜어내고 있다
말문을 닫으라고
하느님이 내린 병을 앓고 있는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