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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도봉구 문화 발전을 위한 제언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9. 12. 13. 22:37

도봉구 문화 발전을 위한 제언

                                                                        나호열(시인, 한국예총 정책연구위원장 )

1.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수많은 '문화'에 대한 학문적 정의를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인간다움을 실현하고 축적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풍요가 반드시 문화의 융성을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닐테지만, 절대적 빈곤에서 해방되는 순간부터 자신의 존엄을 깨닫고, 가치를 일깨우며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발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에 대한 관심은 비단 국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 인류적이고 전 지구적인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구체적 현실 속으로 들어가 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과 여건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지난 10 여 년 간 '문화'에 대한 인식은 중앙과 지방 이라는 이분법적 구도 하에서 낙후된 지방의 총체적 능력을 향상시키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와 여타 지역의 균형을 잡는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각 지자체에는 문화를 붙인 부서가 신설되고, 공연장, 도서관 등의 公共시설을 앞 다투어 세웠고, 전국적으로 수 백 개가 넘는 축제가 넘쳐나고 이는 곧, 지방자치단체장의 업적으로 치환되는 볼 쌍 사나운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겠으나 활용도가 떨어지고, 운영상의 적자가 발생함에도 난립하는 시설물들, 전문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문화행정과 관리능력은 주민들의 관심 부족과 감독 부재로 많은 부작용을 초래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 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이고, 한 걸음을 나아가기 위해서 감당해야 하는 시행착오는 필연인 까닭에 그런 시행착오와 과오를 두려워해서 과업을 실행하지 않는 것은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지난 10여 년 동안 충분한 문화정책의 입안과 실현에 관련된 경험을 축적하고 있으므로 이제부터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한 문화정책을 현실화해야 한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각 단위 지자체 간의 불균형은 도시와 지방 간의 문제로 한정되는 것 아니다. 서울에서도 강남과 강북간의 경제적 격차가 상존하고 있고, 그 테두리 안에서도 불균형과 격차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도봉구 또한 그런 측면에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일거에 그런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마련될 수 없음도 익히 아는 바이다.

 

 다른 區의 사례를 좇아가는 정책이나, 전시적인 造形에 치우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현대사회의 특성 중의 하나인 빈번한 주거지 이동은 막을 수 없겠으나 적어도 거주하는 동안 우리 구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이 우선적인 문화정책의 기조가 되어야 한다.

 

 다행히 도봉구는 북한산 국립공원에 포함된 도봉산을 鎭山으로 삼고 있다. 경관이 수려한 까닭에 ≪well-being 도봉은≫ 그런 의미에서는 타당한 캐치플레이즈이다. 그렇지만 이 캐치플레이즈가 타 지역과 변별성과 경쟁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도봉산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봉구의 문화적 자산과 가치를 특성화하는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말을 부연하면 문화적 역량을 키우는데 도봉산을 중심으로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의 계발이 시급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도봉구의 재정상 획기적인 문화기반 확충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효율적이면서도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문화기반을 공고히 할 수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문화'의 바람직한 창출은 예술의 효용을 높이고 그 지역의 역사적 맥락을 짚어 그 의미를 다가이 향유하고 더 나아가서 국가적 가치로 승화시키는데 있다.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문화의 가치와 생활화에 접근하지 못하는 계층들을 위해 계몽과 봉사를 실천하는 데에 있다. 이제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이 문제들을 짚어보기로 한다.

 

 첫 째로 예술의 가치 수용이 필요하다.

 

 우리 구에는 예술의 각 장르에 걸쳐 예술적 성취를 이루고 지명도를 가진 예술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일일이 거론하기에는 문제가 많겠으나 그 분들의 예술적 성과를 선양하고 고취하고 학습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예술기념관 등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 분들의 원고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본인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고, 지역주민, 나아가서 전국적으로 탐방을 원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게 되므로서 도봉구의 인식은 지금보다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뒤바뀔 것이다. 그 공간은 크면 클수록 좋겠으나 관내 유휴시설을 조사하여 활용한다면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더라도 실현 가능한 사업이 될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더 든다면 관내 거주하는 문인들이나 화가들의 시화를 중랑천 또는 도봉산 등산로 등에 설치한다면 탐방객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시비 공원 등의 조성도 필요하겠으나 굳이 碑를 세우지 않더라도 안내판 수준의 제작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둘 째로 문화예술공간의 합리적 설계가 필요하다.

 

 우리 구에는 구민회관, 구청, 정보 도서관, 주민자치센터 등등의 주민 편의시설이 산재해 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채로운 강좌가 연중 시행 중에 있고, 전시회, 공연 등도 활발히 열리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프로그램은 분명 주민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음은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각 공간의 특성을 살리고 프로그램의 특성에 맞춰 공간의 재배치, 주관부서의 재 조정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서 관내 문화시설물의 특성과 활용도 등을 분석하고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구조 조정에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활용도가 높은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을 구분하고 비효율적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예를 든다면 현재 구민회관 내 공연장을 유관 예술단체(예를 들면 연극)와의 협약에 의해서 연중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시도해 봄직할 것이다.

 

 셋 째로 예술활동 지원의 합리성 강구가 요청된다.

 

 첫 번째 거론한 예술인의 문제와 결부되는 사항으로서 관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단체 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예총과 민예총과 같은 예술단체는 서울에 별도의 지회, 지부를 두지 않고 각각 그 단체의 중앙본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관내에서 활동하는 단체소속 예술인들은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으며, 활동에 필요한 재원의 안정적 확보가 어려운 탓에 구의 지원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예산을 지원하는 구나 지원을 요청하는 예술단체나 예술인들이 낯 붉히는 일이 없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법인화된 전문예술단체는 구에서 활동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렵다면 지원 방안에 공간 확보에 필요한 비용을 보조해 주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 그 지원의 근거가 법적으로 미약하다면 연 단위의 과제를 프로젝트화하여 각 예술단체들이 그 사업을 시행하고 그 실적에 근거하여 지원을 시행한다면 예술인들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고 애향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차제에 구에서 도봉예술상을 제정하여 예술단체의 재정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대외적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것도 도봉문화의 기틀을 다지는 한 방안이 될 것으로 본다.

 

 넷 째 관내 역사 사료, 유적의 정비와 활용 방안 모색

 

 도봉구는 도봉산을 중심으로 많은 역사 유적을 포용하고 있다. 도봉서원, 연산군 묘 등을 비롯하여 사찰, 암각화 등이 산재하고 있다. 이미 도봉문화원에서는 이에 관련된 충분한 조사 연구가 완료되었다. 최근에는 도봉서원이 법인으로 등록되고 서울시 기념물로 지정받았다. 도봉서원은 서울시내에 유일한 서원으로 그 가치가 입증되고 있으나 유교를 중심으로 하는 역사 교육 場 으로서 역할을 다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부분도 있으나, 문화 해설사 양성, 유학교실 등에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급 학교, 교육청 등과의 유기적인 관계 정립과 협조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말 할 나위가 없다.

 

 이런 과업을 활성화하고 활착시키기 위해서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관의 성격이 분명해야 한다. 문화원은 지방문화원진흥법을 근거로 전통문화의 계승과 보존을 첫 번 째 기능으로 삼는 단체이다. 시대적 요청과 변화에 따라 대도시 문화원들이 여러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일면 타당해 보이지만 앞으로 문화원의 활로를 모색하고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문화원의 전문화 즉 전통문화 계승과 보존, 발전이라는 측면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문화원 고유의 기능을 축으로 기타의 프로그램은 관내 유관 단체에 기능을 위탁하거나 위임하고 조사, 연구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된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문화 관련 행정기관의 전문화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문화원 실무자들의 전문성의 확보는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또 문화원 내에 부설 연구소를 두고 비상임 연구위원들을 위촉하여 항시적 연구를 시행할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된다면 도봉구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3.

필자와 같이 삼 십 년 이상 도봉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살면 살수록 도봉구만큼 쾌적하고, 거주의 편의성이 보장된 곳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봉구의 평가는 냉정하게 말해서 꼭 긍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우리의 거주문화의 척도가 선진국 수준의 척도에 이르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구의 살림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지도자들이 주민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도봉구에 사는 한 주민으로서 진정으로 도봉구의 발전을 기원하지만 그 발전은 문화의 힘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 문화의 힘은 情緖에서 우러나는 것임을 확신하면서 글을 마친다.

 

                           2009 도봉문화 칼럼으로 게제된 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