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나다
손잡을 듯
놓을 듯
산, 산
그리고 산
등 너머 노을이
울컥 쏟아내는
푸른
그림자
어쩌란 말이냐
맴도는 발자국은
먼 하늘
기러기 몇 줄
눈물
예쁜 꽃들 사이에
예쁘지 않은
눈물은
향기가 없으나
향기 속에
눈물을 가득 담은 나무 아래서
하루 종일
기도하는 법을 배웁니다
사랑하게 하소서
눈물이 시킨 일
한 구절씩 읽어가는 경전은 어디에서 끝날까
경전이 끝날 때쯤이면 무엇을 얻을까
하루가 지나면 하루가 지워지고
꿈을 세우면 또 하루를 못 견디게
허물어 버리는,
그러나
저 산을 억 만 년 끄떡없이 세우는 힘
바다를 하염없이 살아 요동치게 하는 힘
경전은 완성이 아니라
생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의 푸르름처럼
언제나 내 머리맡에 놓여져 있다
나는 다시 경전을 거꾸로 읽기 시작한다
사랑이 내게 시킨 일이다
눈물
길에도 허방다리가 있고
나락도 있다고 하여
고개 숙이고 걸어서 여기까지 왔다
눈물은
꽃 지고 잎 지고 나서야
익을대로 익는 씨앗처럼
고개를 숙여야 숨을 죽였다
길은 시작도 끝도 없어
우리는 길에서 나서 길에서 죽는다고
꿈에서나 배웠을까
문득 내가 한 자리에 멈추어 서 있을 때는
누군가 간절히 그리웁거나
서러웠을테지
가슴에서 퍼올린 눈물이
그 길로부터 하염없이 굴러 내려가
강물이 되기를
그리하여 회귀의 꿈을 다시 꿀 수 있기를
그러나 나의 눈물은
강물이 되지 못하고
호수가 되지 못하고
씨앗이 되지 못하고 사라져 갔을 뿐
그러나 키 큰 절망 앞에 고개를 드니
비로소 하늘이 보였다
하늘이 없는 사람 그 얼마나 많으냐
하늘이 없는 사람에게 돋지 않는 별이
손바닥 만한 내 하늘에 떠 있다
오래 전 잃어버렸던 눈물이
익을대로 익어
따듯한 가슴으로 떨어질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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