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5/03/04 8

생生에 대한 반역과 번역

생生에 대한 반역과 번역                                                                         나호열시를 써 보겠다고 마음 쓴 지 50년이다. 우유부단한 내가 진득하게 한 가지 일에 매달린 유일한 시업詩業 덕분에 나는 내 생에 반역反逆을 저지르고 그 반역의 생을 번역하는데 반평생을 보냈다. 이 말에 대해서는 조금 긴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아니,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이 세상에 대해, 인간에 대해 별 기대를 걸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 무딘 감성이 그나마 예리하게 작동하여 피붙이를 포함한 타자로부터 받은 불쾌함과 상처가 도무지 이 세상을 아름답게 보이지 않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말한다면 이해가 가능할까?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남보다는 맑고..

재판관도 부패하면 단죄… 법정에 그림 걸어 경고했죠

[신문은 선생님] [명화 돋보기] 재판관도 부패하면 단죄… 법정에 그림 걸어 경고했죠명화 속 재판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기획·구성=윤상진 기자입력 2025.03.04. 00:30업데이트 2025.03.04. 02:47  작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헌법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헌법 관련 책을 읽어보려는 사람이 늘고, 대학에선 교양 헌법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도 많아졌다고 해요.인간 사회의 여러 덕목 중 ‘정의’는 법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 정의를 표현한 미술 작품이나 동상도 많지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로마신화의 유스티치아)의 동상을 한번쯤 봤을 겁니다. 한 손으론 저울을 들어 죄의 무게를 재며, 다른 한 손으로는 칼..

내 인생의 강철 무지개

피니언 삶의 향기내 인생의 강철 무지개중앙일보입력 2025.03.04 00:16황주리 화가누구에게나 미련 없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그 날이 올 것이다. 차례대로는 아니라 해도, 그 아무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가깝던 의사 한 분이 떠오른다. 나는 그를 늘 약자의 아픔을 돌본 휴머니스트 의사로 기억한다. 참 꾸밈없고 솔직한 분이셨다. “이 산, 저 산~” 하며 창을 부를라치면 세상이 쩡쩡 울리는 목소리를 지녔었다. 오래전 나는 의사 선생 부부와 젊은 신부님 한 분과 함께 넷이 안나푸르나 등반을 했다. 한 이십 년은 된 것 같다.모두 나만의 통증 지닌 채 살아시대의 통증도 스치는 바람이길그 모든 미움이 착각일지도 몰라그림=황주리하루에 여섯 시간은 산에 오르고, 해가 지면 산속의 숙소에 ..

[나무편지] 멸종된 걸로 알려졌던 ‘라사로분류군’의 특별한 나무

[나무편지] 멸종된 걸로 알려졌던 ‘라사로분류군’의 특별한 나무   ★ 1,277번째 《나무편지》 ★   ‘라사로 분류군(Lazarus Taxon)’이라는 게 있습니다. 여기의 ‘라사로’는 짐작하신 것처럼 그리스도교의 신약성서에 나오는 바로 그 인물입니다. 베다니아라는 마을에 살던 라사로는 큰 병에 걸려 죽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라사로의 주검 앞에 찾아온 예수가 “라사로야, 일어나 나오거라”라고 말하자 수의에 덮여있던 라사로는 예수의 말을 따라 살아 일어났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스도교 문화에 익숙한 서구인들은 “한때 완전히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나중에 살아있는 게 발견된 생물 분류군을 ‘라사로 분류군’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나무편지》에서 보여드리는 나무가 바로 그 ‘라사로 분류군’에 속하는 나무..

글쓰기의 비법

천년에 한 번 있는 강의에 실력 부족한 나는 윤후명 박완서 강은교를 대동했다.광주에 오셨던 박완서 선생님께 누가 물었다.어떻게 하면 글을 잘 씁니까.선생은 웃었다.끼가 있어야하지 않겠어요.끼가 뭔가요.늘 솟구치는 안쓰면 안 될 것 같은 간절한 마음.내가 만난 윤후명선생은 술 좀 잡숫더라.누가 물었다. 어떻게 하면 소설이 잘 써지느냐.원고지 하루 한 장씩 꾸준히. 일년이면 365장 단편이 7.80매니 다섯편을 쓰는 것이오.강은교는 말했다.제자들이 시를 들고와 묻는다.제가 시로 성공하겠습니까. 자질이 보입니까.선생은 대답 대신 말했다.시를 쓰고 잠이 들면서,나는 나의 언어를 다 썼다. 내일 나는 쓸   말이 없다. 오늘 영혼을 끌어올려 쓰고픈 말을 다 써버렸다.그러나 내일이면 내게 시어가 고여있었다. 퍼올려..

양수리에서

양수리에서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양수리에 온다날갯죽지를 상한 물총새뛰어들까 말까 망설이는 갈대숲이귓가에 물소리를 가까이 적신다신문지에 가득 담겼던 세상일이푸른 리트머스 시험지에 녹아깊이를 알 수 없는 흐름으로 덮혀 가고가진 것 없으면서 가난해 보이지 않는 손으로생명을 키운다슬픔도 잘만 익으면제 맛 나는 술이 되는가흙탕물이 덮쳐오는 세월도 스스로 걸러함부로 노하지 않는다면몸과 몸을 부딪쳐도 나무랄 일 없겠네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양수리에 와서노을 지는 팔당댐을 바라보면서마음속에 갈대숲과 물총새의 비상을 가득 담는다물보라로 사라지는 시간의 저 너머로낚싯대를 길게 길게 내던지면서

영춘화·봄맞이·보춘화, 이름으로 새 봄 알리는 꽃들

영춘화·봄맞이·보춘화, 이름으로 새 봄 알리는 꽃들 [김민철의 꽃이야기]김민철 기자입력 2025.03.04. 00:04   3월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꽃 소식은 뜸한 편입니다. 지난겨울 평균기온은 -1.8도로 지난해보다 2.5도 낮아져 개화가 늦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지난해 봄꽃 개화가 워낙 빨라서 그렇지 올해가 예년 수준으로 피는 것이라고 합니다. 5일이 경칩이니 머지않아 개화 소식이 본격적으로 들려올 것입니다. ◇영춘화, 봄을 맞이하는 꽃꽃 중에 이름 자체가 봄을 맞이하는 또는 새봄을 알리는 꽃이 있습니다. 먼저 영춘화(迎春花)입니다. 꽃 이름은 일찍 피어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뜻입니다.보통 2월 말이면 피는 꽃인데, 지난 일요일 서울 경의선숲길에서 영춘화를 관찰해보니 이제 막 꽃망울이 터져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