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명화 돋보기]
재판관도 부패하면 단죄… 법정에 그림 걸어 경고했죠
명화 속 재판
작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헌법과 재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헌법 관련 책을 읽어보려는 사람이 늘고, 대학에선 교양 헌법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도 많아졌다고 해요.
인간 사회의 여러 덕목 중 ‘정의’는 법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 정의를 표현한 미술 작품이나 동상도 많지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로마신화의 유스티치아)의 동상을 한번쯤 봤을 겁니다. 한 손으론 저울을 들어 죄의 무게를 재며, 다른 한 손으로는 칼을 들고 형벌을 집행하지요. 칼 대신 법전을 손에 들고 있거나, 두건으로 두 눈을 가린 동상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법에 따라 죄를 판단하겠다는 뜻이죠.
디케의 동상과 더불어, 재판과 관련된 이야기를 그린 그림도 많아요. 이 그림들은 세계적으로 법과대학이나 법원 건물에 전시되어 있기도 한데요. 오늘은 재판을 묘사한 명화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솔로몬 왕과 캄비세스 왕의 재판

<작품1>은 프랑스 화가 니콜라 푸생(1594~1665)이 그린 것으로, 성서에 나오는 고대 이스라엘 왕 솔로몬의 재판 장면입니다. 두 여자가 한 아이를 안고 솔로몬을 찾아왔어요. 같은 날 태어난 두 아이 중 한 아이가 죽었는데, 두 어머니는 모두 살아있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했지요.
솔로몬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해요. 그는 칼로 아이를 쪼개어 두 여인에게 반씩 주겠다고 말했어요. 푸생의 그림은 아이의 생사가 달린 긴박하고 극적인 순간, 두 여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포착했습니다. 화가는 작품 속 인물들의 몸짓으로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림 속 두 여인은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과장된 몸짓을 하고 있지요.
그림 중앙 의자에 앉아 있는 솔로몬이 위엄 있는 표정과 손짓으로 단호하게 판단을 내리자, 왼쪽 편의 황금색 장식이 달린 투구를 쓴 병사가 곧바로 아이를 향해 칼을 들었어요. 바닥에 있는 두 여인 중 왼쪽 여인은 아이가 죽는 것이 두려워서 자신이 아이를 포기하겠다고 나서고, 다른 쪽은 그것 보라며 상대가 가짜라고 계속 몰아세웁니다. 두 여인 중 누가 아이의 진짜 어머니일까요? 솔로몬은 왼쪽 여인이 진짜임을 간파하고 아이를 그녀에게 돌려줍니다. 누가 더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시험해 본,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판단이지요.

<작품2>는 벨기에에서 활동했던 화가 헤라르트 다비트(1460~1523)가 그린 ‘캄비세스의 재판’입니다. 이 작품은 헤로도토스가 쓴 역사서 ‘역사’에 나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요.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 왕 캄비세스 2세와 그의 재판관 시삼네스가 그 주인공이죠. 그림 속 인물들과 건물은 중세 유럽 양식을 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이야기를 당시 시대와 문화에 맞게 재해석했기 때문이랍니다.
시삼네스는 왕이 임명한 고위 재판관이었습니다. 그는 뇌물을 받고 부당한 판결을 내리는데요. 이 사실이 캄비세스 왕에게 발각돼요. 그림에서 금 자수로 장식된 검은 옷 위에 흰 털로 된 망토를 두르고 앞쪽 왼편에 선 사람이 왕이에요. 화가가 옷의 질감과 보석 장식 하나하나 신경 써서 그린 걸 알 수 있어요. 왕은 재판관석에 앉은 시삼네스를 향해 하나하나 죄를 따져 묻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당시 벨기에 브루게시(市)의 의뢰를 받아 두 폭의 그림으로 제작돼 시청의 법정에 걸렸습니다. 다른 한 폭엔 시삼네스가 처형당하는 장면이 묘사돼 있지요. 법정을 드나드는 재판관들이 늘 그림을 보면서 청렴하고 정의로운 마음 자세를 다짐하도록 한 것이죠.
죽음을 강요받은 토머스 모어와 소크라테스

왕에게 충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 재판관도 있습니다. <작품3>은 독일 출신의 영국 왕실 화가였던 한스 홀바인(1497~1543)이 그린 토머스 모어(1478~1535) 초상화예요. ‘유토피아’를 저술한 인문학자 모어는 영국의 고위 관리였어요. 초상화에서 그는 목에 ‘S’ 자 모양 장식이 반복되는 금 사슬을 걸고 있는데, 이는 군주에 대한 충성과 ‘법과 정의’를 의미하는 휘장이에요.
이 초상화는 모어가 한창 헨리 8세 왕의 신임을 받고 있던 시절에 그렸어요. 그는 대법관 자리까지 오르지만 왕과 대립할 운명에 처하고 맙니다. 헨리 8세는 로마 교황청에서 독립하여 영국 교회(성공회)의 수장이 되고자 했지만,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모어는 왕의 뜻에 반대했지요. 분노한 왕은 모어를 파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역죄로 참수형을 내렸어요. 처형 직전 모어는 “나는 왕의 충직한 신하이지만, 신을 먼저 섬길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청년을 선동하여 국가 공동체의 질서를 해친다는 죄로 재판을 받았어요. 법정에서 무죄라고 변론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작품4>는 프랑스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가 이를 주제로 그린 것이에요. 다비드는 개인의 양심과 도덕적 신념을 강조하기 위해, 소크라테스를 마치 순교자처럼 스스로 죽음을 택한 자로 표현했어요.
그림 속 소크라테스는 침착한 표정으로 하늘 방향으로 손가락을 치켜들며 마지막으로 가르침을 전합니다. 그리고 기꺼이 독배를 받아요. 옆에 있는 제자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합니다. 법을 집행하기 위해 독배를 건네는 이마저도 고개를 숙인 채 소크라테스를 차마 보지 못하고 있어요.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이 말은 후대 사람들이 소크라테스 철학을 설명하면서 만든 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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