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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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6. 2. 28. 03:59

불꽃

 

 

나는 아직 모른다
불이 꽃인지 아니면, 꽃이
불인지 모르면서 나는 불꽃이라고
성급하게 너를 잡는다
물이 깊은지 흘러가는 것인지
물수제비 뜨려고 돌멩이 하나 쥐어드는 순간
어디서 굴러왔는지 아니, 어디서 그렇게
짓눌리며 살아 왔는지 납작하게
그 얼굴 낯이 익다
어느 날인가 끓어오르다 못해
분화구를 뛰쳐나오던 불들이
잠깐 허공에 꽃으로 피었다가
굳어버린 웃음을 주름으로 새긴
돌멩이 하나에도 상처가 깊다
내 손금 위에 부드럽게 얹히는
한 때는 불이었고 꽃이었던
그러나 이 세상에는 볼 수 없는 불꽃을
강물은 적막하게 점자로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