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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나무편지

새로 낸 책 《고규홍의 나무》를 모두에게 올립니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6. 3. 23. 13:46

[나무편지] 새로 낸 책 《고규홍의 나무》를 모두에게 올립니다

★ 1,332번째 《나무편지》 ★
 

   새 책을 냈습니다. 《고규홍의 나무》라는 제목의 큰 책입니다. 책이라고 하기보다는 ‘인테리어용 소품’이라고 이야기해야 더 맞춤할 만한 책입니다. 책이 워낙 두꺼워서 그렇습니다. 총 1300 페이지나 되는 책이어서, 한 번에 읽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이걸 두 권으로 나누어 내는 게 합리적이라는 주변의 의견이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의 의미를 짚어보기 위해 마련한 책이라는 점에서, 한 권이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원고를 살펴 본 출판사에서도 그런 의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300페이지나 되는 큰 책은 그래서 한 권으로 묶여, 지난 주중에 서점에 나왔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고규홍의 나무》 찾아보기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9468374
알라딘: https://bit.ly/4bZionO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82624490

나무가 펼치는 경이로운 생명의 신비를 풀어낸 ‘제13장. 나무의 생명력’의 한 페이지.

   전에 낸 《천리포수목원의 사계》라는 책도 두 권으로 나눠 냈지만 봄여름편이 655쪽이고, 가을겨울편이 528쪽이니 모두 합하면 1183쪽이나 됩니다. 그 책은 그래도 시기별로 나누어 볼 수 있는 책이어서, 두 권으로 나누어 펴내는 데에 별다른 의견이 없었지만, 이 책만큼은 좀 달랐습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나무의 역사’라 할 만한 내용을 하나의 생각으로 이어가는 책이다보니, 중간에 끊어지지 않는 게 좋으리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더 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내용을 최대한 압축해서 엮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나무와 관련한 책이라면 포함되어야 할 사진은 크기도 줄이고, 컷 수를 최대한 줄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1300쪽 가까이 되는 원고가 마련됐습니다. 5년쯤 걸린 작업이었습니다.

시아노박테리아의 화석,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이야기한 ‘제1장. 나무 이전의 세계’의 한 페이지.

   시작은 ‘지구의 탄생’으로 잡았습니다. ‘제1장, 나무 이전의 세계’라고 표시한 첫째 장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는 세상에 나무가 나타나기 전까지의 과정을 ‘제2장 나무 이전의 육지 생명체’와 ‘제3장 나무 이전의 식물’로 구성했습니다. 나무를 주제로 한 책이라면, 이런 건 그냥 넘어가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제 앎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방대한 지식과 공부가 필요한 이 내용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우리 앞에 서 있는 나무의 경이로움을 더 경이롭게 이해하려면 나무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대관절 나무가 우리 사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의도입니다.

나무를 심고 키운 소중한 기록이 담긴 옛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제24장. 나무 심기’의 한 페이지.

   29개의 장(章)과 프롤로그, 에필로그, 보태어채움(보유) 까지 포함하면 모두 32개 장으로 구성한 이 책에서 아마도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글을 쓴 건 바로 이 제1~3장이었을 겁니다. 제1장에서는 우주천문학 관련 문헌을, 제2장에서는 균류학 관련 문헌을, 제3장에서는 양치식물 선태식물 관련 문헌을 톺아보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이 분야에 한글로 공부할 문헌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겁니다. ‘샅샅이’라고 표현할 것도 없이 얼마 없는 게 현실입니다. 생명의 진화라는 큰 맥락에서 의미를 짚어본 건 더 그랬습니다. 모자란 외국어 실력으로 외국 문헌을 살펴보아야 했고, 시간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무가 태어나 어울리며 숲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한 ‘제5장. 숲의 형성’의 한 페이지.

   제4장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나무가 탄생합니다. 드디어 이 땅에 우리의 나무가 모습을 드러내고 나무와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었으며, 그 안에서 사람이 태어났습니다. 그 과정을 이야기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철학’이라고 이야기하는 신화 속의 나무 이야기가 요긴했습니다. ‘길가메시 서사시’ ‘그리스 로마 신화’가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신화는 조지프 캠벨의 이야기처럼 “지금 실현해야 할 사람살이의 가치를 담고 인구에 회자한 스토리텔링”입니다. 신화에 담긴 상징과 은유 속에 담긴 나무의 의미는 오래오래 기억해야 합니다. 상징과 은유에 담긴 옛 사람들이 나무 철학은 허수로이 지나칠 수 없는 소중한 철학입니다. 나무 탄생과 관련해 신화를 이야기했던 까닭입니다.

숲의 신비를 파헤친 ‘우드 와이드 웹’을 설명하면서 그 용어가 처음 등장한 ‘네이처’지의 표지 사진을 담은 한 페이지.

   그건 이 책의 ‘제12장 나무 숭배’로 이어갔습니다. 종교인류학의 절대 고전이라는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황금가지》가 그 기초 문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쓰는 동안 가장 ‘짜릿’했던 게 제12장이었습니다. 나무를 공부하는 동안 ‘황금가지’를 이야기한 문헌은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황금가지》에 조지 프레이저가 독립적으로 마련한 〈나무 숭배〉 장에는 신화의 그것처럼 사람들 사이에 전해오는 온갖 설화 속의 나무 철학이 폭넓게 담겨 있습니다. 《황금가지》를 샅샅이 읽어가면서 나무를 향한 사람들의 생각, 철학은 세상 어디라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 옛 어른들의 이야기와 다를 게 하나 없었습니다.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의 대작 《황금 가지》와 우리의 큰 나무에 담긴 이야기들을 함께 이야기한 ‘제12장. 나무 숭배’의 한 페이지.

   그래서 비교적 우리 안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나는 사례들을 《황금가지》의 사례들과 연결해 풀어보려 했습니다. 시대도 지역도 전혀 다른 사람들에게서 어쩌면 이리도 똑같은 이야기, 똑같은 일들이 벌어지는지 짜릿해하며 글을 썼습니다. 즐거웠습니다. 나무 이야기를 이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쓰는 경험도 쉽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황금가지》와 우리 안의 신화, 전설, 설화를 빗대어 썼습니다. 그 과정은 직소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추어가며 마침내 〈나무와 숲으로 뒤덮인 초록빛 지구본〉을 완성하는 듯한 생각이었습니다. 너무너무 아름다운 지구본이었고, 잊어진 위대한 걸작 《황금가지》를 끄집어냈다는 생각에 홀로 황홀했습니다.

177년 연구만에 밝혀진 빅토리아수련의 새로운 종류인 ‘볼리비아나 빅토리아수련’을 이야기한 ‘제10장. 큰 나무’의 한 페이지.

   한 권의 책에 담은 내용이 방대하다 보니, 소개하는 글도 길어지네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씀 올리고 다음에 또 이어가겠습니다.

   책을 통해 분명히, 아주 또렷이 말하고 싶었던 생각이 있습니다. 이 책을 소개한 편집자께서도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나무가 살아있다”는 걸로 뽑아주셨는데, 네, 맞습니다. 바로 그 단순한 이야기를 널리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책을 출간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나무는 살아있다”는 그 메시지를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는 일이 이 책과 함께 앞으로 꼭 해야 할 일입니다.

   그것이 사람살이의 이야기를 보듬어 안고 우리 곁에 살아있는 나무들이 지난 28년 동안 저와 함께 한 고마운 날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생각을 가장 먼저 알려드려야 할 분들은 바로 《나무편지》를 아껴주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으로 오늘의 《나무편지》 올립니다.

   더 많은 분들과 “나무는 살아있다”는 생각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고맙습니다.

- 3월 23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