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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놀다 (2022.12)

얼굴- 봉감 모전 오층 석탑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5. 1. 14. 13:31

얼굴

- 봉감 모전 오층 석탑

 

 

아무도 호명하지 않았다. 까마득하게 오래 전부터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를 맑은 물가에 나아가 홀로 얼굴을 비춰보거나, 발목을 담궈 보다가 그 길 마저 부끄러워 얼른 바람에 지워버리는 나는 기댈 곳이 없다. 그림자를 길게 뻗어 강 건너 숲의 가슴에 닿아보아도 나무들의 노래를 배울 수가 없다

 

나에게로 가는 길이 점점 멀어진다. 떨어질 낙엽 대신 굳은 마음의 균열이 노을을 받아들인다. 늘 그대 곁에 서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깨에 기댄 그대 때문에 잠깐 현기증이 일고 시간의 열매인 얼굴은 나그네만이 알아본다. 흙바람을 맞으며 길을 버린 그대가 하염없이 작다.

 

*봉감 모전 오층 석탑: 경북 영양군 입압면 산해리 봉감마을 밭 가운데 서 있는 模塼 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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