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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실학사상, 현대사회에 접목한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3. 8. 29. 11:11

다산 실학사상, 현대사회에 접목한다

남양주·구리 시민들의 다산연구모임 '여유당'

김정란 리포터
입력 2012.07.09. 03:33
 
 
 

올해는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일컫는 다산 정약용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서울 예술의전당, 전국의 다산유적지 등에서 다채로운 국제학술대회와 문화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몇 년 전부터 남양주·구리 시민들을 중심으로 다산의 삶과 학문을 연구하고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한 모임 '여유당'이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6월 28일 남양주시 진접읍 사능로에 위치한 농업기술센터 2층 강의실은 200여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 열띤 분위기이다.

"다산은 제자들에게 평상시의 가장 중요한 공부로 자기 마음을 평정하게 유지하는 것(中和)과 효제(孝悌)의 행실로 타고난 본성을 잘 연마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산은 효제가 우리 마음 안에 그냥 주어진 선천적 본성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을 통해 완성할 수 있는 덕목이라고 보았습니다."

지난 2008년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을 답사한‘여유당’회원과 가족들이 이곳의 설립 배경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초빙 강사인 백민정 교수(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의 '다산을 통해 본 철학자의 공부법' 강의가 계속됐다. 강의실을 메운 사람들은 시대를 관통하는 참다운 스승을 찾아 모인 '여유당' 회원들로 이들의 직업은 교사, 공무원, 회사원 등 다양하다.

'여유당'이란 머뭇거리고 두리번거리고 두려워하는 마음 상태를 뜻하는 말로 다산의 생가인 경기도 남양주의 마현(지금의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의 서재 이름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한다. 2007년 3월에 첫 모임을 가진 '여유당' 회원들은 매달 한 번씩 모여 세미나와 토론회, 현장 답사 등을 하며 '다산'의 학문과 삶의 발자취를 뒤따르고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남양주시청 공무원들의 학습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교사와 회사원 등 일반 시민의 참여가 늘어나 회원 수만도 60명에 가깝다고 한다.

그동안 회원들은 유배지였던 전남 강진을 비롯, 전국의 다산 유적지를 답사하며 다산의 생애와 그 뜻을 배우고 익힌 것은 물론이고 다산의 생애를 그린 소설 '목민심서'의 황인경 작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이원택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이태원('현산어보를 찾아서' 저자) 세화여고 교사 등 다산 연구자들을 초빙해 6년째 '다산학'을 폭넓게 공부해 오고 있다. 다산학 전공자들도 여유당 회원들 앞에선 말을 아낄 정도로 이들의 다산에 대한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봄에는 다산의 조카딸인 정명원(세례명 정마리아)의 발자취를 좇아 제주도에도 다녀왔다.

200여년 전의 유학자인 '다산'에게 이들이 이토록 깊이 빠진 까닭은 무엇일까?

김종선(40·남양주시 평생학습센터팀장) 회원은 "다산이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며 인간적인 모습에 울컥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다산의 지난했던 삶과 그 속에서 이루어낸 학문적 성과는 지금도 여전히 저희에게 생생한 감동을 줍니다"라며 따뜻한 심정을 가진 교육자이자 개혁가인 다산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말한다.

최수호(51·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 연구개발팀장) 회원은 "다산은 그저 옛날 유학자가 아니라 지금도 우리 정신 속에 살아 숨 쉬는 스승입니다. 다산의 깊은 학문과 뜻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 삶에 대한 자세는 늘 배우고 싶은 부분이고 다산의 실학사상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유효합니다"라며 "다산의 유적지가 훼손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안타까울 정도로 다산과 만난 게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오늘도 참다운 스승을 찾아 시간여행을 하는 '여유당' 회원들의 모습에서 옛것을 찾아 새롭게 창조하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실학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