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김재진
교양은 있어도 인정 없는 사람보다
투박하더라도 따뜻한 사람이 좋다.
눈길을 끄는 미모보다
평범해도 부드러운 얼굴이 좋다.
거침없는 달변보다
마음이 담긴 눌변이 좋으며
두드러지게 반짝거리는 사람보다
있는 듯 없는 듯 편안한 사람이 좋다.
가르치려 드는 사람보다
배우려는 사람이 좋으며
아는 척 나서는 사람보다
모르는 척 물러서는 사람이 좋다.
잘 팔리는 책보다 마음에 오래 남는 책이 좋고
똑똑한 사람보다 덕 있는 사람이 좋다.
내가 잘해 상 받는 것보다
자식이 잘해 칭찬받는 것이 좋으며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해도 그것을 이겨내는 사람이 좋다.
돈 많은 사람보다
돈을 귀하게 쓸 줄 아는 사람이 좋으며
한때의 친구보다
무덤덤하게 오래가는 지인이 좋다.
남을 이기는 사람보다
나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좋으니
살아보면 인생은 이기는 것이나 지는 것이나
멀리 있지 않다.
거짓된 사람은 늘 자신을 드러내느라 시간을 허비하지요
살아보니 잘난 사람은 남이 먼저 알고, 똑똑한 사람도 남이 먼저 알아보고, 겸손한 사람도 남이 먼저 인정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도 그러하더군요.
깊이 없이 한 때 뜨거웠던 것들의 종말은 타버린 습자지의 재처럼 가볍게 허공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일 그램도 안 되는 기억에 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거짓된 사람은 늘 자신을 드러내느라 시간을 허비하지요. “남을 이기는 사람보다 / 나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좋으니 / 살아보면 인생은 이기는 것이나 지는 것이나 / 멀리 있지 않다”고요.
'문철수의 시로 보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래깃국 / 양문규 (0) | 2023.04.25 |
---|---|
사람 / 박 찬 (0) | 2023.04.20 |
빌려줄 몸 한 채 / 김선우 (0) | 2023.04.14 |
늑대의 눈물 / 김남권 (0) | 2023.04.07 |
틈에 관하여 / 고영민 (0) | 2023.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