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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100세, 이중섭 부인의 마지막 지킨 345통의 편지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8. 31. 10:24

향년 100세, 이중섭 부인의 마지막 지킨 345통의 편지

  • 기자명황은순 기자 
  • 입력 2022.08.30 22:37
  • 수정 2022.08.31 09:15
  • 호수 2723
 

 

2016년 5월, 도쿄 시부야구의 자택에서 주간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는 이남덕 여사. photo 황은순 기자

 

국민화가 ‘이중섭’의 부인 이남덕(야마모토 마사코, 1921~2022) 여사가 지난 8월 13일 향년 100세(한국 나이 101세)로 사망했다. 이중섭 화백의 둘째 아들 이태성(야마모토 야스나리. 72)씨는 주간조선에 "지난 8월 13일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가 100세로 영면에 들어갔다. 장례는 도쿄 세타가야 기독교회 예배당에서 가족끼리 조촐하게 치렀다“고 전해왔다. 

이와 함께 태성씨는 ”한국 아이들이 보낸 그림과 편지에 어머니도 나도 아주 많이 힘을 얻었다. 마음속 깊이 감사한다“는 말도 전해왔다.

이남덕씨가 한국 어린이들에게 쓴 345통의 엽서.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태성씨가 말한 ’그림과 편지‘의 사연은 특별하다. 주간조선과 고 이남덕 여사와의 인연은 2016년 5월에 시작됐다. 이남덕 여사는 1952년 두 아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돌아간 이후 일본 도쿄도 시부야구에서 평생을 살았다. 2016년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주간조선은 도쿄의 자택에서 이남덕 여사를 인터뷰했다. 당시 95세 였던 이 여사는 다리가 조금 불편한 것을 빼놓고는 혼자 생활하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건강도 좋고 기억도 또렸했다. 이 여사는 대학 시절 이중섭 화백과의 첫 만남, 한국에서 보낸 7년의 결혼 생활, 이중섭과 생이별을 한 이후의 시간들을 담담하게 전해주고 한국에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 잡아주기도 했다.

이남덕씨에게 어린이들이 편지를 보낸 사연을 실은 2016년 10월 3일자 주간조선 지면(2426호)

 

주간조선에 나온 이남덕 여사의 인터뷰를 보고 한 어린이 박물관 측에서 연락이 왔다. ”이남덕 여사에게 보내는 편지쓰기를 하고 싶다,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편지를 전달해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어린이들이 그림과 함께 정성껏 쓴 편지 345통이 이남덕 여사에게 전달된 것이 2016년 10월 12일, 우연찮게도 이 여사의 생일날이었다. 그리고 몇 달 후 이 여사는 345통의 엽서 한 장 한 장에 일일이 답장을 써서 보내왔다. 이 여사는 편지와 함께 ”어린이들의 편지를 읽고 굉장히 감격해서 읽고 또 읽었다. 따뜻한 편지 덕분에 기운이 많이 났다. 힘을 내서 아고리 몫까지 잘 살겠다”고 말하고 “편지의 힘으로 남은 생을 살겠다”고 전해왔다. 

 

1952년 이중섭과 생이별을 한 이후 바다를 사이에 둔 부부는 절절한 그리움을 편지로 달랬다. 이중섭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엽서화, 편지화 등의 일부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으로 선보이고 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