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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연리목을 바라보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11. 18. 01:06

연리목을 바라보다

강둑에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
바닷가 파도소리에 키를 세우는 나무들
깊은 산중 적막을 수행하는 나무들
산마루 허리 꺾고 넘어질듯 넘어지지 않은 나무들
그 나무들 오늘은 고고한 탑으로
내 앞에 서 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얼굴 보이지 않는
오래된 시계를 몸 어딘가에 감추어 놓은
울울함을 바라보며
아득한 먼 옛날 씨앗으로 움트던 날을 기억한다
생전에 그늘을 바라보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달디 단 열매를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알면서도
흙속에 마음을 묻은 사람처럼
나도 한 그루의 작은 나무를 심는다
흰 구름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날개를 가진 나무는
어느 생에 저 창공을 박차고 올라
마악 사랑을 배우는 사람들의 눈빛을 닮은
별이 될 것이므로
나는 한 그루 나무속에 내 이름을 숨기려 하니
나이테 속에
당신의 숨결로 빚은
빛나는 시를 새겨 넣어다오
그대여

다시올 문학 2020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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