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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도농 都農 의미와 지역문화의 이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9. 9. 30. 13:32

도농 都農 의미와 지역문화의 이해

나호열

 

 

1. 한국 현대사회의 경향

 

20세기 후반부터 일어난 정보산업의 발전은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거대한 물결을 이루었다. 우리나라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통신망의 확충으로 각종 정보의 공유와 생활방식의 평준화를 이루어 의식주 전반에 걸친 획기적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고속도로와 KTX와 같은 철도망은 전국을 일일 생활권으로 묶는 동시에 도시로의 인구 집중을 야기하여 농어촌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직면하게 되었다. 60 - 70%에 이르렀던 1차 산업의 비율이 현재는 20내지 30%로 떨어지는 대신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도시로의 인구 유출이 일으키는 농촌의 공동화 空洞化는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국가 존립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면에서 90년대에 시작된 지방자치제도는 민주사회의 활착이라는 측면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으나 재정자립을 전제로 하는 지방정부의 원활한 운용에 지역적 편차가 발생한다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넓은 의미에서 우리 사회는 다음과 같은 시대적 조류에 따라가고 있다.

 

첫 번째로 가치의 다양한 분화(分化)를 근간으로 하는 탈 이성주의 (脫 理性主義:포스트모더니즘)가 두드러지고 있음을 살펴보아야 한다. 경계의 해체와 이종 (異種)간의 결합이 지속적으로 변동하는 사회에서 의식의 흐름은 정해진 방향성을 갖지 못한다.

두 번째로 강력한 SNS(Social Network Service)가 아날로그적 사고방식을 디지털의식으로 바꾸고 가상현실과 같은 새로운 세계(현상)로 감각을 인도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의사소통(意思疏通)은 속도의 가치를 지향하면서 아날로그적 사고를 지양한다.

세 번째로 세대 간의 불통을 야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후기산업사회로 곧바로 뛰어넘은 우리 사회에서 SNS는 세대 간의 공유할 수 있는 가치의 영역을 격절시켜 버렸다.

네 번째로 우리 사회는 -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소비를 추종하는 시대에 진입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사용가치보다 교환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식이 팽배한 사회로 들어섰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효용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문학은 대중으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다.

 

2. 도농 都農 간 문화 교류의 의미

 

우리나라에서 도시와 농촌이 부딪치고 있는 문제는 상호보완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도시가 지니고 있는 편이성, 재화 획득의 용이성은 익명사회가 안고 있는 치열한 경쟁과 획일성을 견뎌야 하는 심리적 불안을 안고 있다. 이와 달리 농촌은 자연재해에 취약하고 균일한 재화의 취득에 어려움을 겪으며, 농업의 특성상 단순한 노동에 집중해야 하고 병원이나 영화관, 레저시설 등의 복지적 측면에서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도시의 삶은 충분한 경제적 재원이 충족 되지 않는다면 생활의 만족도는 낮아지고 농촌의 삶은 개인 간의 재화획득을 위한 경쟁에서 보다 자유스러우나 시간 대비 수입의 차원에서 도시보다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다.

도시인들은 인공 人工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자연으로 찾아가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고, 농촌은 그런 도시인들을 매개로 농업 이외의 수입원을 창출하므로써 보다 나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농어촌에 기반을 둔 지방정부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생산물이나 자연경관, 문화재를 통해서 도시인들의 레저, 힐링의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어찌 되었든 도농 간의 교류는 상호보완의 의미를 지니고 있음은 틀림이 없는 사실이지만, 지방정부 간의 차별화 즉, 독특한 문화콘텐츠의 기획과 개발, 지역의 주민과 각종 기관간의 유기적 협력과 지원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원활한 성과를 거두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3. 영양 일월산 인문학 콘서트의 의의

 

영양 英陽은 신라시대부터 이름을 간직해온 유서 깊은 고장이다. 일월산을 진산으로 삼고 수 백 년을 이루어 온 마을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그야말로 인자요산 仁者樂山의 길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주실마을, 감천마을, 두들 마을에서 조지훈, 오일도, 이문열과 같은 현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배출되었으며, 구한말의 의병장 김도현, 독립투사 남지현, 엄순봉 등과 같은 우국지사들이 향토를 빛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수의 유교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건축물 들, 불교의 빛나는 전래를 보여주는 봉감모전5층 석탑, 수려한 자연을 벗 삼은 곳곳의 휴양림과 감천 유원지, 선바위와 남이포와 같은 절경 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이번 행사가 열리는 도곡리는 취은당 정자를 증심으로 마을 숲이 조성되어 있고 조선의 의병인 오삼달 장군이 입향한 유서 깊은 마을이다. 이와같이 길 따라 선대들의 숨결과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소소한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일은 더욱 권장되어야 할 것이다.

 

풍부한 자연과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하여 열리는 영양 일월산 인문학 콘서트는 많은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영양만이 가지는 독특한 문향 文香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지게 해줄 것이다.

 

4. 영양의 문화 콘텐츠를 위한 제언

 

1) 서울과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서의 탐방 인원 확대

 

영양의 도농 간 문화교류를 위해서는 서울,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서의 탐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영양의 지리적 특성을 살펴보면 이동 시간이 타 지역보다 길다는 단점이 있으므로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고 그 방 편으로 하루 체류가 아닌 적어도 1박 2일 이상의 체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2) 지역 주민과 각 기관 과의 유기적 협력체계 구축

 

군, 郡, 문학관, 휴양림, 마을 단위가 연계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 이 모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기구가 설치되어야 한다.

 

3) 일 년 상시 운영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구축과 홍보전략

 

전국에서 시행되고 잇는 600여개가 넘는 축제가 갖고 있는 일회성, 지나친 상업성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중으로 개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 되어야 한다. 전국의 지역, 유관기관과의 교류 확대 등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 하고 상설로 운영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