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고시원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9. 5. 28. 10:37

고시원

 

 

개천의 지렁이가 용이 되려면

고시 考試가 외길이었지

청춘을 불사르고 가는 벼랑길

십 년 전 쯤

우연히 만난 친구가 고시원에 있다길래 면박을 주었지

이제 용이 되기엔 너무 늦은 나이

허튼 꿈을 버리라고 했지

그믐달처럼 휘어진 그의 등이

마지막 모습

언젠가 고시원에 불이 나서

죽은 사람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

개천에서 태어나 하늘로 오르는

용이 되고 싶었던 사람들

한 두 평 숨 쉴 수만 있으면 꿈도 꿀 수 있다고

저마다의 고된 하루를 눕히던 고시원

맞다 맞아!

쪽방도 아니고 여인숙도 아니고 합숙소도 아니고 고시원이라니

어차피 인생이란 죽을 때까지 치루어야 할 엄숙한 시험

꿈으로 불타오르는 용들의 작은 집

온 세상이 한 채의 거대한 고시원

맞다, 맞아! 

 

*계간 시와 정신 201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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