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가보지는 못했지만 가 보았다
오르고 또 오르면
하늘에 닿을듯하여
자전거 페달을 밟듯
제 발등에 눈물만 던지고 있는
나무들처럼
벌 서고 기도하는 법만 배웠다
허공은 깊고 또 깊어서
승천의 기개만으로는
어림없겠지만
며칠을 굶어 마주한 한 그릇의 밥
노동의 야행에서 마주한
벽에 기대었던 쪽잠에서
절벽을 넘어서는 새들의 아득하고
아늑한 비행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설핏 빗겨 지나갈 때
소유를 배우지 못해 가난이라는 단어가 없는 섬을 기억했다
- 계간 『시선』 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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