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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산山이 사람을 가르친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7. 6. 19. 00:39

산山이 사람을 가르친다

나호열(시인․ 문화평론가)

Ⅰ. 세 편의 시로 읽는 산의 의미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세상이 싫어 산에 든 사람에게 산이 가르친다

떠들고 싶으면 떠들어라

힘쓰고 싶으면 힘을 써라

길을 내고 싶으면 길을 내고

무덤을 짓고 싶으면 무덤을 지어라

산에 들면

아무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 않는다

제 풀에 겨워 넘어진 나무는

썩어도 악취를 풍기지 않는다

서로 먹고 먹히면서

섣부른 한숨이나 비명은 들리지 않는다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바람의 문법

물은 솟구치지 않고 내려가면서

세상을 배우지 않느냐

산의 경전을 다 읽으려면

눈이 먼다

천 만 근이 넘는 침묵은

새털 보다 가볍다

산이 사람을 가르친다

 

큰 산

어느 사람은 저 산을 넘어가려 하고

어느 사람은 저 산을 품으려 하네

어느 사람은 높아서 큰 산이라 하고

어느 사람은 품이 넓어 큰 산이라 하네

발 힘이 흔들거려

쉬어야겠다

넘지도 안기지도 못한 사람들은

저 홀로 산이 되었네

넘지도 안을 수도 없는 산

내게도 있네

 

산을 오르다

산을 오르다 보면 알게 됩니다

가파른 언덕을 만나면 절로 고개 수그려지고

때로는 누구나 땅을 기어야 한다는 것을

높거나 낮거나 산은

땀 흘리며 가는 산은 산이라는 것을

산을 오르다 보면 알게 됩니다

날짐승, 들짐승 잡초 한 뿌리, 풀 한 포기도

넓은 품으로 받아주는 산은

정작 자신의 몫은 하나도 없는 산은

산이라는 것을

산을 오르다 보면 알게 됩니다

멀리서 잘 보이던 산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모습 보이지 않고

오르막 내리막 그 길이 하나라는 것을

그저 산은 산이라는 것을

오늘 그 산은 매화 한 송이 피웠습니다

푸른 쪽물 하늘이 뚝뚝 떨어지는

센 바람 사시사철 불어대는

그 봉우리는 매화나무 한 그루를 키웠습니다

향기는 바람에 실어 어느 그윽한 마을의

책 읽는 가난한 선비에게 봄을 알리고

정작 매화꽃에는 향기가 없습니다

종이 제 몸을 때려 울리는 종소리를 끝내 잡지 않듯이

매화는 자신의 향기를 붙들지 않습니다

우리는 오늘

산을 만났습니다

매화를 만났습니다

꿈인 듯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그 너머에 늘 그렇게 서 계십니다 변함없이 서 계십니다

 

 

해설

우리나라는 산의 나라이다. 전 국토의 70%가 산악지형으로 ,동고서저 東高西低의 형태를 이루며 저 백두대간을 뼈대로 하여 백두산부터 한라에 뻗쳐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우리의 삶은 산에 뿌리를 두고, 산에 기대어 살면서 때로는 양식을 구하고 정주 定住하는 터전으로, 때로는 피난처로, 때로는 신앙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가 하면 수신 修身과 삶의 진경 眞景을 간구하며, 삶의 풍진을 씻는 위무 慰撫의 장소이기도 하였다.

논어 옹야雍也편에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며, 지혜로운 사람은 능동적이고 어진 사람은 고요함을 누린다”고 하였는데(子曰 “知者樂水, 仁者樂山, 知者動, 仁者靜, 知者樂, 仁者壽.”) 우리 민족의 심성 心性을 비유하자면 인자 仁者에 가까우며 그런 까닭에, 평화를 사랑하고 수 천 년을 이어온 ‘두레’의 정신을 잊지 않고 살아 왔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산을 바라보고, 산에 들며, 죽어서는 억겁의 작은 산이 되는 우리의 삶을 어찌 가볍게 볼 수 있을 것인가.

 

 

Ⅱ. 북한산 국립공원

북한산은 예로부터 명산으로 일명 한산, 삼각산(三角山) 또는 화산이라 불렀으며 신라 때에는 부아악이라고도 하였다. 옛날 개성의 송도에서 한양으로 오다가 이 산을 바라보면 백운대(白雲臺), 만경대(萬景臺), 인수봉(仁壽峰)의 세 봉우리가 삼각으로 나란히 우뚝 솟아 있어 삼각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전설에 의하면 고구려 동명왕의 아들 비류(沸流)와 온조(溫祚)가 이곳 부아악에 올라 살 만한 땅을 찾았다고 한다. 또한 무학대사(無學大師)이성계를 위해 도읍지를 정할 때 백운대에서 맥을 찾아 만경대에 올랐다가 서남쪽으로 가서 비봉에 이르렀다고 하여 만경대를 일명 ‘국망봉(國望峰)’이라고도 한다. 비봉은 진흥왕순수비가 꼭대기에 세워져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출처 .[Daum백과]

 

도봉산은 높이 739.5m. 북한산국립공원의 일부로 주봉인 자운봉을 비롯하여 오봉·만장봉 등이 솟아 있다. 산 전체가 하나의 큰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다양한 기복과 울창한 수림이 절경을 이룬다. 도봉동·송추·망월사 계곡은 유원지로 개발되었으며, 불암산·수락산과 더불어 서울 시민의 휴식처 및 등산로가 되고 있다. 그밖에 망월사·쌍룡사·천축사 등의 절이 있다. 도봉산과 북한산의 안부에 해당하는 우이령을 통해 우이동과 연결되며 구파발-송추 간의 간선도로와 서울-의정부, 송추-의정부 간 국도가 나 있다.[Daum백과]

 

사패산은 마을사람들에 따르면 원래 이름은 사패산(賜牌山)이 아니었다. 산의 전체적인 모양, 혹은 큰 봉우리의 바위 모양이 삿갓처럼 생겨서 갓바위산 또는 삿갓산이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조개껍질처럼 생겼다 해서 일부에서 사패산이라 부르기 시작하였고 대부분의 지도가 이것을 따라 쓰는 바람에 사패산이 되었다고 한다. 혹은 조선 시대 선조(宣祖)가 딸 정휘옹주(貞徽翁主)에게 하사한 산이어서 사패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다. 사패산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면서 옛 이름을 밀어내 버렸지만 원래의 이름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주시 일대에서 갓바위산이라는 지명은 이외에 은현면 하패리에도 있다. 양주시 은현면 하패리 산52-1번지와 의정부시 가능동 산81-2번지, 의정부시 호원동 92-15번지가 서로 맞닿은 곳에 갓바위산이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 북쪽에 위치하며 정상에서의 전망이 좋고 울창한 숲과 계곡이 사철 신선하다. 주변에 안골, 범골, 회룡골 등을 품고 있다.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동남단에 있으며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의 오봉산 및 서울특별시 도봉구의 도봉산, 선인봉, 만장봉 줄기가 북쪽으로 이어지면서 그 연봉의 하나로 사패산이 있다. 사패산 봉우리 남쪽에 동서 방향으로 서울외곽순환고속국도 사패산터널이 지나가고 있으며 서남 방향에는 상장봉과 노고산 등 북한산 국립공원 내의 연봉들이 즐비하게 흩어져 있다. 또 서북 방향에는 파주시 광탄면과 양주시 장흥읍의 높은 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으며 평지로 열린 북동 방향은 의정부시 일대이다. 남고북저형의 지형이 양주시 백석읍과 남면으로 이어진다.

 

사패산의 높이는 552m이며, 양주시와 의정부시의 경계에 걸쳐 있다. 크게 보아 북한산 국립공원 북단의 한 봉우리이다. 연중 등산객들이 많이 찾고 있으며 사패산에서 울티고개를 따라 내려가 홍복산, 호명산, 한강봉, 불곡산, 도락산 등으로 오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울 근교에서 조건에 맞춰 다양한 산행 코스를 등산할 수 있으므로 사철 인기가 있다. 안골, 범골, 송추계곡, 원각사(圓覺寺) 계곡에서도 오를 수 있다. 의정부시 가릉동, 회룡동, 호원동 등지에서도 오를 수 있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 북한산 국립공원 안내도는 bukhan. knps.or.kr 참조

 

북한산 국립공원은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뛰어난 자연경관과 문화자원을 온전히 보전하고자 1983년 15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서울특별시와 경기도에 걸쳐 약 76.922㎢의 면적을 아우르고 있는 북한산국립공원은 우이령을 중심으로 북한산 지역과 도봉산지역으로 구분되며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주요 암봉 사이로 맑고 깨끗한 계곡이 숨어 있어 산과 물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인 신경준(申景濬 1712 - 1781)의 『산경표 山經表』에는 ‘북한산(삼각산)과 도봉산은 모두 백두산에서 시작된 백두대간에서 가지를 친 한북정맥의 끝부분을 담당한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북한산은 임진강과 한강 유역의 비교적 높은 봉우리들로 이루어져 북쪽으로부터 쳐들어 오는 외적을 막아내는 수도 한양의 버팀목이 되었다.

 

북한산 국립공원은 서울특별시 도봉구, 강북구, 종로구,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양주시, 의정부시 지역에 걸쳐 서울의 북쪽 부분을 감싸 안고 있어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오랜 기간 우리나라 역사의 한 가운데를 차지해 왔다. 그래서 예로부터 수많은 문인들이 북한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였고, 골짜기마다 오래된 사찰과 인문학적 유산들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를 가득 담고 있다.

 

기록으로 찾을 수 있는 북한산 국립공원의 역사는 『삼국사기( 三國史記)』, 『삼국유사 (三國遺事)』에 처음 등장하는데, 백제를 건국한 비류 (沸流? - B.C 18)와 온조 (溫祚 ? - 28)가 자신들이 도읍할 땅을 내려다 보기 위해 북한산에 올랐다는 기록이 전해지며, 신라 진흥왕(眞興王 534 - 576)은 한강 유역을 점령하고 북한산에 자신의 순수비를 세웠다. 고려시대 전란이 있을 때에는, 태조의 재궁을 북한산 향림사에 옮기기도 했으며,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李成桂, 1335 - 1408)는 북한산과 도봉산에 올라 조선 건국의 큰 뜻을 품기도 하였다.

 

북한산지구와 도봉산지구로 나누어지는 북한산국립공원은 우이령을 기준으로 나누어져 있긴 하지만 문화적으로 큰 차이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조선시대의 많은 선비들은 북한산과 도봉산을 함께 유람하였으며, 조선시대 모두 한양 밖 경기 경기의 지역으로 동일한 문화권으로 인식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산과 도봉산 모두 산속 깊은 곳에 사찰이 자리 잡고 있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북한산은 북한산성이라는 국방 유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며, 도봉산은 도봉동문(道峰洞門) 유학자들의 산실인 도봉서원이 위치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름다운 절경과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북한산국립공원은 1983년 4월 2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지금까지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연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립공원 연혁

1983.04.02 국립공원 제 15호 지정(건설부 고시 제 112호)

1987.08.05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동부 ․ 서부 관리사무소 개소

2001.12 송추계곡 및 북한산성 마을이주계획 수립에 관한 조사 ․연구용역

2004.02.01 북한산국립공원 사무소 관리구역 조성(산성 ↔ 도봉)

2007.10.02 사무소명칭 변경(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북한산국립공원도봉분 소)

2009.06 북한산성 이주단지 조성

2010.01.11 북한산 둘레길 시범사업구간 (순례길)준공

2011.04 북한산성 집단시설지구 철거지역 정비완료

2011.06.30 북한산둘레길 조성 완료

2013.06 송추계곡 이주단지 조성

2014.09.30 송추계곡 상가 철거 완료

* 위 글은 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201612.16 발간한 『이야기로 만나는 북한산국립공원 문화자원』10쪽에서 15쪽 까지 옮겼음.

 

* Key Word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 지명 유래, 순수비, 북한산성, 우이령, 사찰, 서원,

도봉계곡 각자군 刻字群

Ⅲ. 등산 登山을 하지 말고 산에 들자!

 

한 걸음만 나서면 성큼 산에 다다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북한산과 도봉산, 사패산 정상에 올라 정상 정복의 쾌감과 세상을 굽어보며 호연지기 浩然之氣를 호흡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행운이기도 하다. 이 천혜의 자원은 자손만대에까지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기에 우리 조상들의 역사가 담긴 문화재와 유물의 의미를 되새기고, 단지 위락의 장소로 홀대해서는 더욱 안될 것이다.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우리에게 있어서의 산은 단순히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체육의 장場을 넘어 우리 삶의 교훈과 깨달음을 주는 학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산에 들 때는 몸과 마음을 경건히 하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겠다는 다짐이 우선되어야 한다.

1. 등로주의 登路主義와 등정주의 登頂主義를 넘어서자!

산악계의 오래된 논쟁이 있다. ‘등정주의’(登頂主義)와 ‘등로주의’(登路主義, )를 둘러싼 입장이 그것이다. ‘등정주의’는 흔히 ‘극지법 등반’을 가리키는데 주로 정상 정복에 중요한 의미를 두는 반면, ‘등로주의’는 ‘알파인 스타일’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그보다는 어떤 길로 어떤 방식으로 올라갔는가 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등로주의’를 ‘머메리즘’(mummerism)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의 창시자 알버트 프레드릭 머메리(Albert Frederick Mummery, 1855∼1895)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는 ‘더 험난한 루트’(More Difficult Variation Route)를 주창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세계 등반사를 바꿔놓은 장본인으로서, ‘정당한 방법으로 절대 도달할 수 없다’(absolutely inaccessible by fair means)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머메리의 정신은 무산소 등정이나 단독 등정 등의 새로운 흐름을 낳았으며 그 정신은 현대 알피니즘(alpinism)을 대표하는 사조로 발전했다.

한국의 산악계의 흐름은 여전히 ‘등정주의’에 치우쳐 있다.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이나 ‘산악 그랜드슬램’(히말라야 14좌, 세계 7대륙 최고봉, 3극점), 혹은 ‘세계 최초’ 등에 대한 강박 관념은 등정주의의 입장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런 입장은 세계적인 흐름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알피니즘의 역사는 한 마디로 ‘등정주의’에서 ‘등로주의’로의 변천사이다. 실제로 세계적인 권위를 갖는 유럽 고산등반협회와 프랑스 산악 전문지 <몽 타뉴>가 매년 수여하는 ‘황금 피켈상’ 후보 조건을 살펴보면 등정주의가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인지를 잘 알 수 있다. ‘셰르파의 도움을 받지 않고, 고정 로프를 사용하지 않으며, 얼마나 적은 인원으로 등정했느냐, 무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산소를 따로 공급받지 않는 것’ 등을 기준으로 수상자를 가리는 것이다. 산소, 셰르파, 고정 루프, 무전기를 썼다면 감점 요인이 된다. 심지어 돈의 사용도 감점 대상이다. 등정주의는 많은 인력과 비용, 장비 등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산악계가 국제적으로 종종 비판을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자연의 일부인 고산에 가서 많은 인원들이 정상 정복만을 목표로 하다 보면 쓰레기 등 다양한 환경적인 문제까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등로주의’의 주창자들은 히말라야 14좌 완등 따위엔 관심이 없다. 그들의 목표는 오직 새로운 루트의 개척과 ‘어렵고 힘든’ 등반에 있다. 어쩌면 그들에게 히말라야 14좌 완등은 일종의 ‘체력 테스트’처럼 비칠 뿐이다. 힘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돈과 시간, 그리고 날씨 등 적절한 운만 따른다면 누구나 해낼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 보니 ‘황금 피켈상’의 후보는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산악인이 4-5천미터 지점의 베이스캠프에 헬기를 타고 도착해서, 여러 명의 셰르파를 대동하고 앞서 설치된 고정 자일과 로프를 잡고 전진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여성으로서 세계 최초 히말라야 14좌 등반을 기록한 오은선씨에 대해 경쟁자였던 독일의 칼텐부르너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녀에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등정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 같다. …… 엄청난 셰르파의 고용, 그녀를 위해 아래부터 위까지 고정 자일을 깔아준 소속 팀의 지원. 그녀는 배낭 하나도 멜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이것은 매우 의심스러운 스타일이다.” 칼텐부르너는 무산소 등정만을 고집한다.

등정주의는 한 마디로 결과중심주의다. 투입 대비 산출 효과를 따지는 자본주의 혹은 신자유주의적 효용성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방식이다. 때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상 정복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등로주의는 일반적인 코스를 선택하지 않는다. 더 위험하고, 더 힘들고,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코스를 선택한다. 또한 셰르파나 장비의 도움을 최소화한다. 결국 남는 것은 산악인 자신의 감각과 판단이다. 갈수록 발달하는 등반장비업체의 상업적 의도 역시 개입된다. 한국사회에서 등정주의가 여전히 환대를 받는 것은 경쟁과 효율이 지배적인 사회적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이제 ‘정상(자본 욕망)’이 아니라 ‘루트(삶 욕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 권경우(문화평론가, 문화사회연구소 연구기획실장/nomad70@daum.net)

 

* Key Word

엄홍길, 박영석

2. 산에서의 예절을 지키자!

'계곡은 술판에 추태, 시비에 몸싸움까지'…'봄철 음주산행 심각'

세계일보 2017.05.17

 “뭐~ 한두 잔쯤이야.” / 술 냄새는 진동, 시비에 고성방가까지 ‘눈살’ / 곳곳에서 이뤄지는 불법행위 ‘몸살’ / ‘막걸리 페트병과 소주병을 풀숲이나 바위 뒤에 버려’ / 술 마시고 싸우고 

  상상의 공간

1

 

'벚꽃 벨트'가 북상하면서 벚꽃 축제가 한창이다. 벚꽃에 이어 개나리와 진달래 등 울긋불긋 봄꽃이 상춘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도봉산에는 가벼운 옷차림의 등산객이 종일 몰리며 봄이 왔음을 실감케 한다. 경쾌하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 등산로 곳곳에 핀 봄꽃은 산을 찾은 등산객의 마음을 맑게 한다.13일 도봉산 입구에서 마주친 한 등산객은 아슬아슬하게 걸으며 술 냄새가 풍겼다. 한눈에 봐도 술에 취한 모습이다. 음주산행은 해마다 반복되고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나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봄철 인파가 몰리는 곳곳에서 꼴불견 등산객을 쉽게 목격되고 있다. 

상상의 공간

13일 오후 서울 도봉산 국립공원을 찾은 등산객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등산을 하고 있다.

 

등산로 주점에서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 마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부 등산객들은 술 냄새를 풍기며 도로 위에 쓰러져 잠들기까지 했다. 계곡에는 하천 이용 안내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고 바위 뒤에서 소변을 보는가 하면 등산로 주변에서는 버린 쓰레기도 쉽게 볼 수 있다. 단체 등산객들은 “올해도 대박! 잘하자! 화이팅!” 구호를 외치며 불쾌하게 만드는 일도 있다. 일부 등산객의 몰지각한 행동이 봄을 즐기려는 등산객들의 기분을 망치고 어렵게 가꾼 산림마저 훼손하고 있다. 도봉산을 즐겨 찾는 김 모 씨(52·남) "술에 취한 등산객을 보기만 해도 불안하다. 술 냄새는 그럭저럭 참을 수 있다. 하지만 힘이 풀린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몸을 가눌 수 없어 사고 날까 봐 걱정된다."라며 "특히, 술을 마신 등산객들은 사소한 시비에도 거친 욕설과 몸싸움으로 이어져 힘들다. 나이가 드신 분이 반말은 물론 손가락질까지 서슴지 않아 말도 못 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처럼 음주산행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부 등산객들은 술을 물병에 담아 산행하면서 마시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등산로에서 풍기는 역겨운 술 냄새 물론 등산객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주변을 어지럽히고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풀고 마음의 힐링(healing)하기 찾기 위해 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이처럼 일부 등산객의 몰지각한 음주 추태와 무질서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봄철 등산로 입구는 얇은 바람막이 겉옷 하나만 입어도 될 만큼 날씨가 따뜻해졌지만, 끝점인 정상은 아직 쌀쌀하다. 이처럼 온도교차가 큰 음주 산행은 예상치 못한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되기 쉽다. 정상에 오른 후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흡수가 빨라 적은 양에도 더 쉽게 취할 수 있다. 특히, 체력이 소진상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하산하면 균형감각을 잃어버려 돌부리에 걸린 거나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져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술을 즐겨 마시는 등산객들은 "뭐~ 한두 잔쯤은 건강에도 좋아요. 친구들과 오랜만에 산을 찾고 같이 걸어서 좋습니다. 이 맛에 산을 찾는다."며 "이때 안 마시면 언제 마시냐"는 입장이다.도봉산 공원사무소 한 관계자는 “따듯한 봄 날씨에 등산객들이 늘었다. 산에서 마시는 술은 더 위험하다. 음주산행은 건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마시는 술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술을 못 이겨 음식물을 토해내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술을 마신 후 잠시 쉰다는 생각으로 바위에 앉아 있다가 쓰러져 잠든 등산객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음주산행은 본인 자신을 생각해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상상의공간

음주산행을 제지하거나 단속할 마땅한 법규가 없어 공원사무소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등산로 입구에 ‘꼭 지켜주세요. 위험한 음주산행 절대금물입니다.’ 경고 메시지가 담긴 플래카드를 부착하고 음주산행 근절을 위한 홍보를 하고 있으나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불법행위와 함께 음주산행도 단속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등산로 입구에 있는 천막형 식당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상상의 공간

.

 

공원 한 관계자는 “술은 지정된 곳에서만 마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얼마나 마시는지 모르겠다. 등산로 입구 옆 재활용 회수기에 한 사람이 막걸리 페트병을 서너 개씩 버리고 간다. 반나절만 지나도 대형 회수기에 막걸리 페트병으로 가득 찬다.”며 “일부 등산객의 손에 든 막걸리를 보고도 이를 막을 근거가 없다”고 토로했다.   쓰레기 무단투기도 심각한 문제다. 일부 개선이 되고 있으나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도봉산 등산로 입구에는 ‘자연보호! 국립공원이 앞장섭니다. 여러분이 동참하신 재활용품 수거를 통하여 소외계층을 후원합니다.’ 재활용 회수기를 설치해 등산객들이 반입한 쓰레기는 스스로 치울 수 있도록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하천 이용 안내문 앞에서 버젓이 술을 마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술을 마신 후 주변의 시선을 피해 풀숲이나 바위 뒤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경우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곳곳에서 이뤄지는 불법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남은 음식물 버리기, 고성방가, 취사행위, 흡연행위, 시비 등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 Key Word

국립산악박물관 nmm.forest.go.kr 033 635 4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