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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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겨울비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7. 1. 14. 22:27

겨울비

 

 

오랜만에 아궁이에 불을 지피나 보다

저 푸스무레하고 아스므레한

턱없이 부족하지만

온가족이 둘러앉아 몇 숟갈 들 수 있는 눈빛으로

한 봉지 쌀을 일고 있나 보다

눈물도 가난해져서뜨물같이 얼굴 가리며 내리는 비

내 몸의 꽃눈을 짚으며멀리서 오는 사람처럼

달그락거리는 그릇 부딪는 소리

남은 허기는 아직 남은 따스한 냄새로 채우고

조금씩 귀가 커져가는 듯한

이월의 예감처럼

떠오를 듯 말듯

아련한 이름처럼

아직도 남은 반만큼의 허기로

겨울비 내린다

 

시와 표현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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