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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 방법론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8. 23. 18:39

시 창작 방법론

양문규 (시인, 문학박사, 계간 『시에』 발행인)

1. 시 창작으로 가는 길

 

시 창작이란 본질적으로 대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나 태도를 언어로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 창작의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1) 시 창작 교재를 통한 체계적인 학습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 다.

― 이론의 학습을 통해 시의 이해를 높이고 시 창작에 적용하게 함으로써 시 창작방법을 이해시킬 수 있다.

 

2) 시적 성과를 높게 성취한 시인의 삶과 작품을 시 창작의 모델로 삼을 수 있 다.

― 시인의 삶의 내력과 시집의 성과를 깊이 탐구함으로써 시 창작의 효과를 꾀할 수 있는 모델로 활용한다.

 

3) 강의자의 창작 결과를 통해서 시 창작의 과정과 결과 사이의 관계를 보여줄 수 있다.

― 이는 교수의 시 창작의 과정을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서 시창작의 과정과 그 실재를 보여줄 수 있다.

2. 시 창작의 길잡이

 

1) 시 창작을 위한 세 단계 방식

A ――――――――――→B――――――――――→C

(시의 원천) (시의식) (시적 형상화)

2) 시 창작을 위한 구체적 설명

 

A) 시의 원천(시 창작의 원천적 측면)

 

①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다.

② 시의 원천은 개발될 수 있다.

― 좋은 책을 많이 읽는다.

― 인생의 많은 체험을 쌓아야 한다.

― 깊이 있는 사색을 즐겨야 한다.

― 여행을 통해서 의식을 확장시켜 간다.

 

B) 시의식(시의 의미화의 측면)

 

① 날카로운 관찰

― 관찰을 통해서 이성으로 대상의 객관적 의미 즉 외면을 이해하는 행위이 다.(과학)

― 통찰을 통해 직관으로 대상의 주관적 의미 즉 그 실재를 깨우치는 행위이 다.(문학)

 

② 창조적 상상력

― 상상력은 간단한 논리를 초월한 사고라 할 수 있다.

― 상상력은 새로운 세계를 여는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C) 시적 형상화(시의 실현적 측면)

 

① 언어의 외재적 측면

― 운율(음악성)과 리듬, 행과 연의 구성.

 

② 언어의 내면적 측면

― 이미지, 은유, 상징 등과 아이러니나 역설의 구조 등.

 

다) 시의 구체적 창작 과정

 

시를 창작하기 위하서는 이론적인 이해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시 창작과정에 적용시켜서 구체적인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상의 내용을 토대로 강의자의 졸시를 통해 구체적으로 그 창작과정을 살펴보도록 한다.

 

 

꽃나무,

우물가 꽃나무

 

 

영원한 봄날의 꽃나무

꿈속에서도 꽃을 퍼붓던 꽃나무

오로지 하나의 집 위에

향그런 열매를 달던 꽃나무

 

 

모진 바람 몰아친다

저 밖의 바람

모스라진 꽃나무 모가지를 꺾고

그 커단 바윗덩이 우물을 메운다

 

집을 비운다

모든 것이 일순간

 

 

솟구치고 솟구치는 검붉은 피

땅속 깊이 스며

옛 생각 껴안고

나지막하게 엎드려 울 때

저 밖의 바람

 

꽃나무의 비애 외면하고

화정을 떠난다

 

― 양문규, 「화정을 떠나며」 전문

 

A) 시의 원천에 관한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한다. 실제 시작과는 구체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저)도 의식을 못하고 있지만 과거의 독서나 체험, 사색이 의식의 밑바닥에 이 시를 쓸 수 있는 어떤 침전물들을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B) 시의식의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정신활동은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통찰 과 상상력이다.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하였던 것은 꽃우물을 버리고 집을 버리고 떠나도록 만든 각박한 세상에 대한 비애를 노래하는 데 있다.

 

먼저 통찰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화정은 순우리말로 풀이해 보면 ‘꽃우물’이 된다.(관찰) ‘꽃우물’은 생의 원천을 이루는 것으로 생명력과 직결된다.(통찰) 여기서 꽃나무 한 그루, 우물가, 그 곁에 집 한 채, 봄날 등은 풍요로운 달콤한 생을 살아가는 시적 화자의 징표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깨닫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꽃우물’이 지닌 진실 즉 행복에의 기대감은 과학적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화정’이 지닌 과학적 진실은 ‘꽃우물’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단순한 깨달음으로 시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을 보다 발전시키고 완전한 형태의 구체성으로 체계화시켜야만 시가 되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요구되는 것이 상상력이다. 그리하여 우선 저는 ‘꽃우물’과 대립되는 사물을 상상해 보았다. 그리하여 ‘화정’의 상징이 ‘꽃우물’이라면 이를 저버리게 하는 상징은 무엇일까 하는 의문으로 발전하여 나갔다. 그러자 ‘꽃’(행복)과 대립되는 ‘바람’(절망) 그리고 ‘우물’(생명)과 대립되는 ‘바윗덩이’(죽음)를 상상하게 되었다. 물론 자동차나 매연 등으로 ‘꽃우물’을 버리고 ‘집’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심사를 드러낼 수도 있지만, 이는 ‘꽃우물’을 떠나는 사내의 복잡한 심사를 드러내는 데는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약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그것은 외면적인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저는 ‘꽃우물’과 관련이 있는 상상력을 발휘하여 드디어 ‘바람, 바윗덩이, 검붉은 피’ 등의 상징들을 찾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을 대비시켜 보면 아래와 같다.

 

행복 : 꽃나무, 우물, 봄날, 집 열매

절망(죽음) : 바람, 바윗덩이, 검붉은 피

 

그러나 마지막 한 가지 남는 문제가 있다. 이와 같이 대응되는 상상의 체계를 어떻게 종합시켜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소재적인 측면과 상상력의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 볼 수 있다. 먼저 전자의 경우 이 모든 소재의 동원은 결국 ‘화정’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해결이 된다. 후자의 경우는 시인의 또 다른 통찰에 의해서 가능한 데, 그것은 시인을 둘러싼 경제적 빈곤이나 환경오염 따위의 것과는 다른, 시인을 서울 바깥으로 내모는, 시인으로 하여금 꽃우물을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어떤 것이다. 그것은 서울이라는 세파, 각박한 관계들, 시에의 꿈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지칭하는 것들이라 할 수도 있다.

 

C) 인용시의 형상화 단계는 앞에서 지적했던 원리 그대로 모든 시적 표현이 이미저리, 비유, 상징, 원형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즉, 꽃나무, 우물, 집, 봄날, 바람, 바윗덩이, 검붉은 피 등은 기본적으로 모두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비유, 상징의 언어이다. 그리고 이 시편의 꽃나무나 우물, 우물가는 지명 유래가 가리키듯 실제 그것이 거기 있음을 의미하지 않고 서울을 떠나는 심사를 드러내 보여주는 상징적 어휘들이다.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

 

산과 산 사이 낮게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 속을 종소리 대신

소똥 묻은 새가 울고 간다

 

스님은 심장을 드러내고 계곡물 소리를 듣는다

서로 가는 것을 묻지 않고,

길이 끝나는 곳으로부터

소리들이 되돌아와 발 디디는 곳마다

종을 울린다

 

물은 흘러가는 것을 묻지 않고 계속 흐른다

 

마음속의 觀音

종소리 아닌 종이 운다

 

절 밖

아름드리 은행나무,

큰 울음

나뭇등걸 속에 내장한 채

하늘을 떠받들고 서 있다

 

― 양문규, 「영국사에는 梵鐘이 없다」 전문

 

A)의 시의 원천에 관한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한다. 그 이유는 앞의 설명으로 대신하기로 한다.

 

B) 시의식의 단계를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절에는 대개 ‘범종’이 있다. 범종은 절에 매달아 놓고 대중을 모이게 하거나 시간을 알리기 위하여 울리는 종이다. 이는 사전적 의미로 관찰에 해당된다. 그러나 시는 관찰만 가지고는 시가 되지 않는다. 즉 날카로운 통찰이 필요하다. 범종은 관찰의 의미를 떠나 불교적 사유의 한 획으로 자리한다. 만일 그것이 관념적인 상태 그대로 남아 있다면 그것은 단지 불교적 단상 이상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어느 날 시인은 영국사에 머물게 되었다. 무심코 매일 듣던 범종소리인데 그날은 다르게 들렸다. 그리고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왜 절에는 범종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스님은 왜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범종을 치는 것일까? 그 다음 차례로 범종은 소리이며, 소리의 의미는 신앙적인 의미로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 일체 중생들은 종소리를 듣는 순간만이라도 번뇌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 따라서 종소리를 듣고 법문을 듣는 자는 오래도록 생사의 고해를 넘어 불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불교적 신앙심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하나의 통찰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찰만으로는 시가 되지 않는다. 그것을 보다 확대하고 심화시켜 한 편의 시로 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생각이 필요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상상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범종소리만이 일체중생의 번뇌를 깨끗하게 씻겨 주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상해 보았다. 자연의 소리, 곳곳에 대상들의 소리도 저마다 번뇌를 없애주고 불성을 얻게 해 줄 수 있다는 각성에 이르게 된 것이다. 즉 범종소리는 인위적인 소리요. 곳곳에 처한 대상물들의 소리는 자연적인 소리라는 것으로 확대하게 되었다.

 

인위적 소리 : 범종

자연적 소리 : 구름, 새, 계곡물, 은행나무

 

이와 같이 대응되는 상징물을 어떻게 종합시켜야 하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이는 소재적인 측면과 상상력의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는데, 우선 전자의 경우 이 모든 소재는 영국사 주변 사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었다. 후자의 경우는 시인의 또 다른 날카로운 통찰에 의해서 가능할 것이다. 즉 인위적인 소리만이 아닌 자연의 소리를 발견, 시적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C) 인용시의 형상화 단계는 앞에서 지적했던 원리 그대로 모든 시적 표현이 이미저리, 비 유, 상징, 원형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즉, 구름, 새, 계곡물, 은행나무 등 기본적인 자연물을 통해 가시적이고, 귀에 들리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존재들의 존재감을 수용하였다. 그것들을 통해 생이 깊어질 수 있다는 것도 제시하였다. 이들 시어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비유, 상징의 언어들이다. 1연 1행에서 “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고 하였다. 이는 아이러니 구조를 통해 시적 효과를 높이고자 한 시인의 시적 태도라 할 수 있다.

 

이상을 통해서 저의 시 「화정을 떠나며」「영국사에는 범종이 없다」는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 이 원고는 화성시가 주최하고 한국문인협회 회성시 지부(지부장 박대진)가 주관하는 제 10회 제부도 바다시인학교 ( 2016년 8월 20일 13:00 - 22:00, 제부도 그린 팬션 일원)의 문학강연집 『바다의 시, 바다의 상상력』에서 옮겨 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