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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중국식 漢字 교육, 더 미루면 안 된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12. 24. 12:58

중국식 漢字 교육, 더 미루면 안 된다

  • 조병수 신장병센터 조병수의원 원
  • 조병수 신장병센터 조병수의원 원장 사진
    조병수 신장병센터 조병수의원 원장

우리나라와 중국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두 나라 간 FTA까지 발효되면서 이제 본격적인 중국과의 동반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학창 시절에 제2 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다. 어찌 보면 일제 문화의 잔존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강점기에 일본과 가장 가까우면서 국제적으로 강력했던 나라가 독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현재도 독일어에서 유래한 외래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영어의 차트(chart)가 아닌, 독일어의 카르테(karte)를 사용하는 것 등이 그렇다.

요즈음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제2 외국어가 중국어이다. 중국어 학원은 수강생이 넘쳐나고, 대학의 중국어 학과는 커트라인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 언젠가는 영어 이상의 필수 언어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문제점을 얘기하고 싶다. 우리가 현재 신문이나 서적 등에서 사용하는 한자는 '대만식 한자'이다. 14억 중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한자와는 많이 다르다. 그런데 이 '중국식 한자'가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보다 훨씬 간편하다. 좀 더 실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문자 개혁을 통해 대대적으로 축약하고 정리한 이른바 간체(簡體)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중국에 가서 그곳 젊은이들과 이야기하며 역사(歷史)를 우리 식, 즉 대만식 한자로 써주었더니 다들 신기하다는 듯 쳐다볼 뿐 무슨 단어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우리도 어떤 외국인이 한글을 쓰는데 훈민정음에 나오는 고어(古語)와 고문자를 쓰고 있다면 얼마나 이상스러울까? 아마 그런 느낌을 가지고 나를 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국 사람은 '歷史'를 '厂史'라고 간결하게 표현한다.

한자를 꽤 아는 기성세대도 중국어를 배울 때면 이 수많은 간체의 벽에 막혀 당황하곤 한다. 오랜 시간 우리가 써온 한자를 중국식으로 바꾸는 작업이 간단하진 않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언어와 문 자를 배우는 기본 목적은 '소통'에 있다는 점이다. 기왕 한자를 배우면서 대외적으로 사실상 소통이 불가능한 문자를 공부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일 아닌가. 물론 우리가 써온 한자를 갑자기 중국식으로 바꾼다면 기성세대들은 단순히 불편을 넘어 대혼란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2세대·3세대를 위해 우리가 기득권을 버려야 할 때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