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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궁중畵 소재로 한국판 '다빈치코드' 만들고 싶었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12. 17. 11:19

"조선 궁중畵 소재로 한국판 '다빈치코드' 만들고 싶었다"

 

입력 : 2015.12.17 03:00 | 수정 : 2015.12.17 09:13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大賞·우수상 동시 수상한 장재영씨]

스릴러 소설로 대상, 애니메이션용 작품은 우수상
증권맨이었다가 작가로 전업

“눈만 뜨면 이야기를 구상하고 잠들기 전까지 펜을 놓지 않는다”는 장재영씨는 “아들딸에게 큰 선물을 주게 돼 기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눈만 뜨면 이야기를 구상하고 잠들기 전까지 펜을 놓지 않는다”는 장재영씨는 “아들딸에게 큰 선물을 주게 돼 기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명원 기자

'그림 전쟁'이다. 조선 시대 정조를 겨냥한 노론 세력의 암살 음모가 숨은 궁중화 넉 점을 둘러싼 스릴러. '원행을묘정리의궤'의 '반차도'를 비롯해 '한강주교환어도', 단원 김홍도의 '서성우렵', 윤두서의 '자화상'이 등장하는 '화원―밀사화의 비밀'은 권력과 예술, 미스터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대하드라마다.

장재영(52)씨는 자신이 쓴 '화원―밀사화의 비밀'이 올해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대상작에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고 눈물을 쏟았다. 1억원 상당의 어마어마한 상금(지원금 포함) 때문만은 아니다. "방송 드라마 공모전엔 계속 떨어지고 있었거든요. 지난 1년간 수입이 0원이었습니다(웃음)." 뭣보다 '스토리의 국가고시'로 불리는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게 믿기지 않았다.

경북대 사학과를 졸업한 장씨는 원래 증권맨이었다. 미국에서 MBA를 하고 돌아와 당시 선망 직업이던 증권회사에 들어갔다. SK증권에 4년 근무했지만 IMF외환 위기 때 그만뒀다. "금융상품팀에서 일했어요. 돈을 끌어와 투자해야 실적이 올라가는데 그 일이 저와는 너무나 안 맞아 그만뒀습니다." 회사 다니면서도 소설 쓰기를 놓지 않았던 게 인생 2막을 열어줬다. 영화 '쉬리'로 흥행에 성공한 강제규 감독의 작가팀에 합류하면서 영화판에 발을 들였다. 공동 작업이긴 했지만 전광렬 이미숙이 주연한 '베사메무초'가 그의 첫 시나리오. 차승원이 주연한 '귀신이 산다'는 시나리오 작가로서 그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다. 시네마서비스의 강우석 감독이 제작, 김상진 감독이 연출해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때 잘했어야 하는데, 돈을 좀 벌어보겠다고 사업에 손을 댄 게 문제였죠." 작가 인생에 최대 고비가 왔다. 사기를 당한 뒤 대구로 낙향했고, 아내와도 헤어졌다. "아, 내가 해야 할 일은 글쓰기밖에 없구나 절감했죠. 2010년부터는 눈만 뜨면 이야기를 구상하고 잠들기 전까지 글만 쓰고 있습니다." '화원―밀사화의 비밀'은 2년을 준비한 작품이다. "사학과 다닐 때부터 조선 시대 궁중 회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영정조시대를 좋아했는데 '다빈치코드'처럼 그림을 둘러싼 지적 재미와 암호를 풀어나가는 스릴, 우리 회화의 우수성을 감상하는 즐거움까지 선사할 이야기를 꼭 한 편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장재영씨는 대상뿐 아니라 다른 응모작으로 우수상까지 차지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용으로 쓴 '엄마 찾아 삼만리'다. "30여 가지 스토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요. 그중 2편이 이번 공모전을 통과한 거죠. 방이 온통 포스트잇 투성이예요. 밥 먹다가 영감이 떠오르면 메모해서 써 붙이고, 이야기가 진척이 안 되면 다시 떼내고요." 그는 자신에게 이야기의 즐거움을 일깨워준 아버지에게 영광을 돌렸다. "박 봉의 보일러 기술자였는데도 세계명작선집을 사다주셨죠. 그걸 읽고 또 읽으면서 상상력을 키웠던 것 같아요." 상금은 어머니를 비롯해 가족들에게 빚진 생활비부터 갚을 것이라는 장씨는 작가 지망생들에게 "계속 써라. 포기하지 말고 써라"고 당부했다. "앞으로 20년은 더 쓰려고요. 보험도 없고, 연금도 없는 제가 믿는 건 이 머리 하나밖에 없으니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