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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11. 16. 21:29

[뉴스클립]

 

Special Knowledge <599> 세계유산

이민정 기자

 

 지난여름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피땀이 어려 있는 일본의 하시마(端島) 섬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와 협의 끝에 ‘강제 징용’(forced to work) 사실을 명시하는 조건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신청을 했었지요. 세계유산이 뭔지, 누가, 무슨 기준으로 선정하는지를 중앙일보가 만든 온라인 청소년 매체 TONG기자단과 함께 알아봤습니다.

세계유산, 163개국에 1031점 등재

세계유산은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가 인류의 후손에게 전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유산을 지정, 보존하기 위한 제도이다. 유네스코는 교육, 과학, 문화를 통해 각국 국민 간 협력과 세계 평화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유엔 산하기구다. 세계유산은 1972년 11월 16일 제17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되고 75년부터 공식적으로 효력을 발휘한 ‘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이하 ‘세계유산협약’)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세계유산협약 당사국들은 세계유산협약의 운영지침에 따라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보호 및 보존을 위해 자발적이고, 의무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2015년 11월 기준 세계유산협약 당사국은 191개국이다. 그 중 세계유산은 163개국에 총 1031점이 등재되어 있고, 문화유산이 802점, 자연유산이 197점, 복합유산이 32점이다.

 
문화·자연·복합유산으로 분류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수원화성(사적 제 3호)의 야경. 18세기에 완공된 수원화성은 동서양의 군사시설 이론을 잘 배합시킨 독특한 성이다. 약 6㎞에 달하는 성벽 안에 4개의 성문이 있다. 모든 건조물이 각기 모양과 디자인이 다르다. [사진 문화재청]


 세계유산협약에 따른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 세 가지로 분류되며 이러한 유산은 부동산으로 한정된다. 문화유산은 기념물(monuments)·건조물군(groups of buildings)·유적(sites), 자연유산은 무기적·생물학적·지질학적·자연지리학적 생성물 혹은 멸종 위기의 동식물 서식지, 복합유산은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을 말한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우리나라 12건(문화유산 11건, 자연유산 1건)의 세계유산 목록 중 대표적인 예로 문화유산은 백제역사유적지구(2015), 남한산성(2014),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2010) 등이 있고 자연유산에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이 있으나 아직까지 복합유산은 등재되지 않았다.

 
세계유산이 되기 위한 주요 요건
 

1995년 석굴암과 함께 세계유산에 등재된 불국사.


 세계유산이 되려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주요한 요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등재 기준 요건 충족이다. 세계유산이 되기 위한 등재기준은 10가지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기준이 다르다. 문화유산은 ①인류의 창조적 걸작품, ②문화지역에서 인류의 가치가 교류한 증거, ③문화적 전통, 현존 또는 소멸된 문명의 독보적 증거, ④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보여주는 특정 유형, ⑤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 ⑥살아있는 전통·사상·신앙 등과 연계된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자연유산은 ⑦자연미가 뛰어난 자연현상, ⑧지형·지질·자연지리학적으로 지구역사상 중요한 발전단계, ⑨생태학적 주요 진화단계, ⑩생물의 다양성을 확보한 곳이어야 한다.

 둘째, 진정성과 완전성 충족이다. 진정성을 위해 유적·유물·역사지구에 대한 복원은 오직 완전하거나 상세한 기록을 바탕으로 할 경우에만 허용되며, 추측이나 짐작에 의한 복원은 탈락 사유가 된다. 예를 들어 경복궁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궁궐이지만 여러 번 불타고 추정 복원되는 바람에 세계유산에 등재할 수 없었다. 완전성은 해당 유산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위해 필요한 요소를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는지, 대표성을 나타내기에 규모가 적절한지, 유산 보호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피해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보아 판단한다.

 셋째, 보호 및 관리체계(계획) 요건은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진정성 및 완전성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해당 국가의 법령·규정·제도와 관리 체계 등이 갖추어져 있는지를 살핀다. 또한 유산 보호를 위해 유산 주변 지역을 유산구역(property zone)과 완충구역(buffer zone)으로 설정하고, 해당 구역의 토지 및 건물의 이용과 개발을 제재할 수 있는가를 평가한다.

등재 작업의 시작, 잠정목록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의례공간으로 인정받은 종묘.


 세계유산 등재는 각국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Tentative List)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된다. 잠정목록은 세계유산의 예비 목록의 성격으로, 세계유산으로 신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잠정목록에 먼저 등재되어야 한다. 세계유산 신청일로부터 최소 1년 전에는 등재가 되어 있어야 하며 특정한 심사 절차는 없고, 수시로 갱신이 가능하다.

 각국 정부는 세계유산 등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잠정목록에 등재된 유산에 대한 추가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준비가 되었다면 매년 9월 30일까지 세계유산센터에 세계유산 예비신청서를 접수하고, 미비사항을 검토·보완해 이듬해 2월 1일까지 본 신청서를 접수할 수 있다. 신청 가능 유산의 개수는 지역간 균형을 위해 국가마다 연간 2점(자연유산이나 문화경관 1점 포함) 이내로 제한한다.

다양한 협약 운영 기구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 유적은 2000년 등재됐다.


 이러한 세계유산 등재 관련 업무와 세계유산협약 운영은 유네스코의 다양한 조직이 담당한다. 협약 당사국들로 구성되는 총회에서 선출한 21개국으로 구성되어 세계유산협약 운영의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세계유산위원회’, 세계유산위원회 업무를 자문하는 3개의 자문기구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 마지막으로 세계유산 관련 다양한 행정과 조정 업무를 총괄하는 유네스코 사무국 조직인 ‘세계유산센터’다.


복잡한 심사 과정

 세계유산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세계유산센터는 해당국가에서 제출된 등재신청서의 충족 여부 확인 후 유네스코와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에 평가를 의뢰한다. 문화유산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자연유산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복합유산은 ICOMOS와 IUCN이 공동으로 평가한다. 자문기구는 신청서 검토와 현장실사 두 가지로 나눠 평가를 진행한다. 신청서 검토 팀은 신청서와 함께 제출된 참고자료 등을 토대로 1차 검토를 진행한다. 현지실사의 경우 매년 8~9월경 세계유산 신청국에 전문가를 파견, 현지 실사를 진행한 후 보고서를 작성한다. 다음해 1월, 두 팀의 심사 내용을 바탕으로 선정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권고사항을 결정하는 회의를 개최한 후 4~5월경 자문기구 권고안을 ‘등재, 보류, 반려, 등재불가’로 나누어 통보한다. 그리고 6~7월경에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자문기구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세계유산 심사는 잠정목록 제출 후 1년 뒤 등재신청서가 제출됐다면 최소 2년 6개월가량 소요된다. 보편적으로 세계유산 등재 준비기간을 최소 3~5년 정도로 보고 있지만 해당 국가들의 사정에 따라 7~10년 이상 준비한 나라들도 많다. 남한산성의 경우 2010년 2월 잠정목록 등록부터 2014년 6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38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등재가 결정되기까지 4년 4개월이 걸렸다.
 

등재되면 좋아지는 것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해당유산의 보호에 대한 국내외 관심과 지원이 높아진다. 그리고 유산 보호에 대한 국제기구 및 정부의 기술적,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추가적인 관심으로 보존계획 및 관리 수준이 향상된다. 그리고 유산의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방문객이 증가되고 고용기회 및 수입이 증대된다. 소유권은 등재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되고, 매 6년마다 세계유산위원회에 유산의 상태에 대한 정기 보고를 해야 한다. 더불어 유산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가 일어날 경우에도 보존현황을 보고해야 한다.

 
한국 등재 유산은 12점

 우리나라는 1988년 101번째로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했다. 세계유산과 관련된 국내 기관으로는 외교부, 문화재청,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이 있고 자문 비정부기구(NGO)로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가 있다. ICOMOS 한국위원회는 지리학, 건축학, 고고학, 미술사학 등 다양한 전공의 교수진 및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세계유산등재와 협약의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해인사 장경판전(1995), 종묘(1995), 석굴암과 불국사(1995)를 시작으로, 창덕궁(1997), 수원화성(1997),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 유적(2000), 경주 역사 지구(2000),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 조선왕릉(2009),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10), 남한산성 (2014), 백제역사유적지구(2015)까지 현재까지 총 12점의 세계유산이 등재되었다.

 
세계유산 잠정목록 15건

 우리나라는 현재 ‘한국의 서원’을 비롯하여 총 15건의 잠정목록이 등록돼 있다. 이중 ‘한국의 서원’은 2016년 세계유산 등재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고, ‘한양도성’은 2017년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준비 중에 있다. 만약 내년 7월 조선시대 지방의 사립학교 격인 전국 9개 서원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2011년 잠정목록에 등록된 이후 6년 만의 경사이며 한국에서는 13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다.

정리=이민정 기자 lee.minjung01@joongang.co.kr

▶이 기사는 TONG·문화재청·문화유산국민신탁이 진행하는 ‘청소년 역사 바로 알기 캠페인’의 하나로 지난달 17일 열린 ‘세계유산 바로 알기’ 강연(강사 박진재 박사,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기사 작성에는 장혜정·박나영·이연우(대구 함지고 2) TONG청소년기자가 참여했습니다.

DA 300

 


협조·자문=유네스코 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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