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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변신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11. 15. 11:45

어느 날 갑자기 변한 내 모습… 가족은 이해해 줄까요

입력 : 2015.10.07 03:08

 

[87] 프란츠 카프카 '변신'

가족 생계 책임졌던 가장 '그레고르'
커다란 벌레로 변해 생활비 못 벌자 가족에게 소외되고 비참한 최후 맞아

가족이라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 필요해

물질적으로 풍족해진 사회에서 인간이 목적이 아닌 수단인 존재로 바뀌는 현상을 '인간소외'라고 해요. 사회에서 만들어 낸 물질이나 제도가 오히려 인간을 억압하고 지배하여 인간성을 상실하는 현상을 말하지요. 현대사회의 거대 조직은 인간을 조직의 부품으로 전락시키고, 자동화된 생산구조는 인간을 기계에 의해 소외시켜요. 또한 경쟁적인 사회구조는 인간을 타인으로부터 소외시키고, 인간 자체의 평가보다는 상품적 가치에 의해 평가하기도 해요. 오늘은 이러한 인간소외 현상을 잘 보여주는 소설을 소개하려고 해요. 바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에요.

[책으로 보는 세상] 어느 날 갑자기 변한 내 모습… 가족은 이해해 줄까요
/그림=이병익
이야기 속 주인공 그레고르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외판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잠에서 깬 그레고르는 자신의 몸이 이상하게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자라 등껍질처럼 딱딱한 등을 밑으로 하고 천장을 멀뚱멀뚱 쳐다보던 그는 배 부분을 보기 위해 머리를 약간 들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갈색의 둥그런 배를 볼 수 있었다. 그 바람에 배를 덮었던 이불이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자 배에 달린 수많은 다리가 보였다. 흉측하고 가느다란 다리들, 그것은 분명히 벌레의 다리였다. 또한 자신의 다리이기도 했다."

평소와 달리 아침이 되어도 방에서 나오지 않는 그레고르를 걱정하던 가족과 회사 지배인은 커다란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의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아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비명을 질렀고 지배인은 뒷걸음질로 달아났지요. 그레고르는 자신의 상황을 침착하게 설명하지만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였지요.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데다 의사소통마저 할 수 없게 된 그레고르는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방 안에서 누이동생이 챙겨다 주는 음식을 먹었어요.

가족들은 그동안 그레고르에게만 의지해 생활해왔어요. 그렇지만 벌레가 된 그레고르가 더는 돈을 벌 수 없게 되자 취직을 하고 하숙인을 들이는 등 가족들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들입니다. 하지만 집안이 안정을 찾아갈수록 그레고르는 점점 가족들에게 잊혔어요. 그레고르에게 음식을 챙겨주거나 방 청소를 해주는 것도 소홀해졌고요. 그래서 그는 잘 먹지도 못했고 잡동사니가 가득한 방에서 쓰레기와 함께 생활했습니다.

#이야기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둘째로 노동시간이 많고 수면 시간은 최저 수준이라고 해요. 이러한 환경에서도 여러분의 부모님이 직장에서 밤낮없이 일을 하는 이유는 바로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입니다. '변신'의 주인공 그레고르도 마찬가지였어요. 온종일 돌아다니고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제때 식사도 챙겨 먹지 못하며 일을 한 이유는 바로 가족 때문이었지요. 파산한 부모님의 빚을 갚고 누이동생의 교육을 위해서 말이에요. 식구들이 하루 일찍 파산으로 인한 어려움을 잊고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서 남들보다 몇 배 더 열심히 일했고 그 덕분에 점원에서 외판원으로 승진할 수 있었어요.


독일에서 출간된 '변신'의 표지. 인간의 실존적 체험을 극한에 이르기까지 표현해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오른쪽).
독일에서 출간된 '변신'의 표지. 인간의 실존적 체험을 극한에 이르기까지 표현해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오른쪽). /위키피디아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하고 난 뒤에도 내면은 예전과 똑같았어요. 겉모습만 바뀌었을 뿐 기억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그대로였지요. 하지만 커다란 벌레의 모습으로 바뀌고 나서야 가족들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깨닫게 되었어요. 가족들에게 그레고르는 생활비를 조달하는 수단이나 다름없었던 것이지요. 누이동생의 말은 이런 그레고르의 처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내쫓아야 해요.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어요. 어째서 저것이 오빠란 말이에요? 만일 정말 오빠라면 사람이 저런 동물과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쯤은 벌써 알아차렸을 거예요. 그리고 스스로 집을 나가버렸겠죠. 틀림없어요. 그편이 훨씬 아름답잖아요? 그랬다면 오빠는 없더라도 우리는 오빠에 대한 추억을 더듬으면서 살아갈 수 있었을 거예요."

누이동생에게 '저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그레고르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가족에게 소외당하고, 외면당한 그레고르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프랑스의 사상가 앙드레 모루아는 '가족은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했어요.

꾸미지 않은 본래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사이이며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가족이라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가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오늘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어보며 가족이란 무엇이고,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함께 생각해봐요]

여러분 주변에서 벌어지는 인간소외 현상의 예를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