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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하늘목장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8. 27. 00:43

여의도 면적 3배 초원 어찌 40년 숨어 있었니[중앙일보] 입력 2014.08.22 00:04

내달 1일 개방 '대관령 하늘목장'

대관령 하늘목장이 40년 만에 개방한다. 여의도 3배 면적의 목장이 하늘과 맞닿아 펼쳐져 있다. 사진은 대관령 하늘목장 2단지 초원 위에서 말 타기 체험을 하는 모습.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비경이 숨어있다. 세상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까발려지는 첨단 디지털시대라는 오늘에도 사람의 발길이 채 닿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 남아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믿어야 한다. 손바닥만 한 땅도 아니고 약 10㎢(300만 평), 그러니까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초원이 40년 세월 내내 꼭꼭 숨어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한두 번 눈에 담았던 풍경인지 모른다. 대관령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선자령까지 걷다 무심코 눈길이 닿았던 그 초원이고, 대관령 삼양목장에 올라 “경치 좋다!”며 탄성을 질렀던 구릉과 능선이어서다. 하나 여태 우리는, 하늘과 맞닿은 그 초원과 구릉과 마루금이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다. 그 풍경이 다음달 1일 40년 만에 문을 여는 ‘대관령 하늘목장’이란 사실을, 목장이 스스로 정체를 밝히겠다고 나선 뒤에야 알았다.

40년 만의 개방을 앞둔 대관령 하늘목장을 week&이 먼저 들어갔다 왔다. 해발 1000m 위에 한도 끝도 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에도 배 곯던 시절의 고달픈 사연이 얹혀있다는 걸 배우고 왔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

week&에는 옛 대통령의 이름이 여러 번 등장한다. 국민의 먹거리를 고민하던 정치에 세월이 얹히니 천하의 절경이 빚어졌다. 그래, 우리가 먹고 사는 꼴이 남에겐 풍경이 되고, 남이 먹고 사는 꼴을 보러 가는 길이 우리의 여행이다.

세상이 모르는 풍경을 먼저 경험하는 건, 비록 그것이 여행기자의 업이라 해도 늘 벅차고 가슴 뛰는 일이다. 실로 오랜만에 가슴 뛰는 풍경 안에 들어갔다 왔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k.kr

호미로 일군 인공 초원 … '동막골' 주민 미끄럼 타던 곳이래요

[중앙일보] 입력 2014.08.22 00:04 / 수정 2014.08.22 15:26

사연 각별한 대관령 하늘목장

1 대관령 하늘목장에서는 아이들이 양과 함께 뛰어놀 수 있다.2 대관령 하늘목장 내부의 유일한 탈 거리인 트랙터마차.3 아이들이 포니에게 당근을 먹이고 있다.4 대관령 하늘목장 초원을 걷고 있는 아이들. 이 초원에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찍었다.▷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름부터 분명히 하자. ‘대관령 하늘목장’이다. 다음달 1일 40년 동안 굳게 닫혔던 문을 열면 이내 대관령 일대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를 이름이다.

목장이 품은 풍광부터, 목장에 얽힌 사연, 목장이 꿈꾸는 내일 모두 각별하다. 최초의 보도여서 표현 하나하나가 조심스럽다.

대통령의 유산

 

대관령 하늘목장은 1년에 원유 1400t을 생산한다.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장이 아니란 뜻이다.
1970년대에 들어서자 박정희 정부는 영동지방 개발에 나선다. 71년 12월 영동고속도로 신갈분기점∼새말나들목 104㎞ 구간 왕복 2차선 도로를 개통한 데 이어 75년 10월에는 새말나들목∼강릉분기점 97㎞ 구간을 연다. 이때 개통된 영동고속도로가 지금의 456번 지방도로다. 지금은 새로 뚫린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터널 몇 개만 지나면 강릉에 들어가지만, 그때는 대관령(832m)에서 아흔아홉 굽이를 돌아나와야 강릉에 닿았다. 길은 달라졌지만, 예나 지금이나 대관령은 영서와 영동을 가르는 기준이자 두 지역을 잇는 관문이다.

길을 닦자마자 박정희 정부는 대관령 개발에 나선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식 시설을 갖춘 한국 최초의 스키장인 용평리조트다. 75년 용평리조트가 들어서면서 평창군 횡계리 일대는 우리나라 겨울 스포츠의 메카로 거듭난다. 평창 겨울올림픽의 본부로 활용되는 알펜시아리조트가 용평리조트 옆에 들어선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바로 그맘때 얘기다. 72년 박정희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단 앞에서 고민을 털어놓는다. “국토의 70%가 산지입니다. 우리가 산지를 개간해 이용하지 않으면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지 못합니다. 우리 인구가 벌써 3000만 명이 넘었고, 인구 증가율이 연 2%가 넘습니다. 식량 문제는 우리의 당면한 문제입니다.”

대통령은 고민을 말한 뒤 대관령 개발 계획을 내놓았다. 개발 계획에는 대관령에 소를 키우는 목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대통령의 생각이 들어있었다. 우리 국민도 서양 사람처럼 우유 마시고 소고기 먹어 키도 크고 건강해지길 대통령은 진심으로 바랐다.

하나 문제가 있었다. 대관령 일대가 해발 800m 이상 고지대였다. 땅도 척박했지만 소가 뜯어 먹을만한 풀이 잘 자라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뜻을 거역할 순 없었다. 대통령은 대관령 일대 1000만 평(약 33㎢)을 목장으로 개발할 작정이었다.

결국 1000만 평 중에서 600만 평(약 20㎢)을 삼양그룹의 고(故) 전중윤(1919∼2014) 회장이 맡았고, 300만 평(약 10㎢)을 한일시멘트 고 허채경(1919~95) 회장이 맡았다. 나머지 100만 평은 여러 개인이 나눠 가졌다. 대표적인 기호식품 라면을 만드는 삼양그룹이 목장사업에 뛰어든 건 이해가 되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한일시멘트는 의외였다. 시멘트와 목장은 아무래도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었다. 허채경 회장은 회고록 『내일을 생각한다』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대관령을 개발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뜻을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일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국민적 과업이라고 생각했다.”

대관령 목장 삼국지

 

승마 체험 중인 이종원(11), 황예지(9) 어린이.
삼양그룹은 72년 목장사업을 시작했다. 반면에 한일시멘트는 걸음이 더뎠다. 주식회사여서 이사회의 승인이 있어야 했는데, 대관령 목장사업은 전망이 흐렸다. 결국 허 회장은 서울 강남 일대 개인 부동산을 팔아 자금을 마련한 뒤 회사와 개인이 절반씩 투자하는 형식으로 목장사업을 전담하는 회사를 차렸다. 74년의 일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다. 그 시절의 대관령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화전민도 꺼리는 잡목과 자갈투성이의 황무지였다. 삼양목장이 스스로 “호미로 일군 목장”이라고 하듯이, 한일목장도 손수 돌을 고르고 잡목을 베고 풀을 심었다. 허 회장이 목장에 기울인 정성은 각별했다. 허 회장은 목장에 수시로 머물며 직원들과 함께 초원을 가꿨다. 95년 타계한 허 회장의 묘소도 고인의 뜻에 따라 목장 안에 마련됐다.

삼양목장에 이어 한일목장이 들어서면서 대관령에는 세계 최초의 풍경이 완성됐다. 유럽에 가면 고지대 초원이 흔하지만, 대관령 초원은 유럽의 초원과 태생이 달랐다. 대관령 초원은 인공 초원이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 손으로 일군 소의 터전이었다.

한일목장은 75년 젖소와 한우 300여 마리를 들여왔고, 79년 처음 우유를 생산했다. 한때는 2000마리가 넘는 소를 키우기도 했다. 지금은 젖소 402두, 한우 95두를 키운다. 연간 원유 생산량은 1400t이다. 그러나 한일목장은 삼양목장처럼 문을 열지 않았다. 삼양목장은 90년대 후반 일부를 개방한 뒤 2000년대 초반 입장료를 받기 시작해 현재는 연 방문객 100만 명을 헤아린다. 그러나 삼양목장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한일목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일목장 백승두 사장의 설명이다.

“외부 사람은 이해가 안 될 겁니다. 하지만 한일시멘트 사람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이 목장은 성지와 같은 곳입니다. 선대 회장의 남다른 애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개방할 생각을 못했던 것이지요.”

마침내 한일목장이 다음달 1일 개방된다. 이름도 ‘대관령 하늘목장’으로 바뀐다. 옆집 삼양목장이 관광 명소가 되어서만은 아니다. 지난 2월 하늘목장 일대가 올림픽 특구로 지정됐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경관 농업이라는 시대적 대세에 동참한 것이다. 이로써 대관령 일대에는 대관령에서 이름을 딴 목장이 세 곳이 됐다. 대관령 하늘목장과 대관령 삼양목장, 그리고 대관령 양떼목장이다. 6만2000평(약 0.2㎢) 면적의 대관령 양떼목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면양 목장이다. 식량 문제 해결이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과제하고는 관계가 없다. 그러나 현재 방문객은 삼양목장보다 많다.

목장은 목장다워야 한다

먼저 지도를 보자. V자 형태의 한일목장이 삼양목장을 보듬어 안은 듯한 모습이다. 하늘목장의 오른쪽 경계가 대관령에서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다. 83년 목장에 들어온 최재돈(56) 목장장의 설명이다.

“선자령에서 내려다보면 오른쪽이 강릉이고 왼쪽이 우리 목장입니다. 선자령에 올랐다가 길을 잃고 우리 목장으로 내려오는 등산객도 삼양목장인 줄 압니다. 사실, 개방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정문에서 입장료를 받지만, 선자령에서 내려오는 등산객에게는 입장료를 받기가 그렇거든요. 그렇다고 철조망을 칠 수도 없고. 당분간은 직원을 배치해 목장으로 내려오는 등산객을 돌려보낼 생각입니다.”

V자 형태 하늘목장의 오른쪽이 1단지고 왼쪽이 2단지다. 1단지가 2단지보다 2배쯤 넓지만, 길이는 2단지가 1.5㎞쯤 더 길다. 마루금을 따라 길쭉하게 2단지가 들어서 있어서다. 주요 시설 대부분이 1단지에 몰려있고, 2단지는 외승 체험에만 개방한다. 목장에서도 2단지는 목초를 거둘 때 빼고는 거의 갈 일이 없단다.

2단지 마루금에 오르면 왼쪽으로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점프대가 내려다보인다. 마루금 오른쪽에 보이는 목장이 삼양목장이고, 삼양목장 너머 구릉이 하늘목장이다. 하늘목장 위로 하늘과 맞닿은 선이 백두대간이다. 마루금을 따라 100m 높이의 풍력발전기가 띄엄띄엄 놓여있다. 대관령 일대에만 풍력발전기 49대가 있는데 이 중에 29대가 하늘목장에 있다.

하늘목장도 딱 한 번 외지인에게 문을 연 적이 있다. 2005년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주요 촬영지가 하늘목장이었다. 이 영화만 허락한 건 제작사가 워낙 집요해서였다. 수차례 제안을 거절했더니 평창군에서도 촬영 협조 요청이 왔단다. 미군 비행기가 추락한 장소, 동막골 주민이 미끄럼을 타는 장면, 멧돼지에 쫓기는 장면 등 주요 장면이 1단지 하늘마루 전망대 바로 아래 초원에서 촬영됐다. 지금도 영화 속 장면 그대로 모습이다.

대관령 하늘목장은 자연순응형 생태목장을 지향한다. 말은 어렵지만 내용은 쉽다. 말하자면 목장은 목장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목장 안에서는 일절 자동차가 다닐 수 없다. 걸어다니거나 트랙터마차를 타야 한다. 목장은 많은 사람이 목장을 거닐기를 바란다. 목장은 개장을 앞두고 옛날 목동이 걷던 길을 복원하는 데 가장 공을 들이고 있었다. ‘풀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같은 안내판도 세울 생각이 없다. 아이들이 울타리 안에서 양과 함께 뛰어놀게끔 할 작정이다. 소와 양이 풀을 뜯어 먹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밟는 풀이 동물에게 밥이 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일깨우게끔 할 생각이다.

◆여행정보=대관령 하늘목장(skyranch.co.kr)의 주소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산 279-7번지다. 영동고속도로 횡계IC로 나와 대관령 삼양목장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나온다. 횡계IC에서 대관령 하늘목장까지는 약 7.5㎞ 거리로 자동차로 20분쯤 걸린다. 입장료 어른 5000원, 어린이 4000원. 9월 한 달 동안 개장 기념으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목장 일대가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목장 안에서 취사가 불가능하다. 하여 식당이 없다. 김밥 같은 간단한 음식을 싸오면 목장 안에서 먹을 수 있다. 트랙터마차가 목장 입구에서 하늘마루 전망대까지 2.2㎞ 구간을 오르내린다. 어른 4000원, 어린이 3000원. 목장에는 젖소·한우·말·양·염소 등 모두 543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다. 이 중에서 송아지·망아지 등 어린 동물에게 먹이를 줄 수 있다. 건초 1000원, 우유 2000원, 먹이바구니(건초+당근+우유) 4000원. 말 타기 체험은 2가지로 나뉜다. 승마 체험은 1단지 승마체험장을 10분 돈다. 1만원. 2시간 동안 말을 타고 2단지를 갔다 오는 외승 체험도 있다. 15만원. 이 밖의 시설은 2016년까지 하나씩 개장할 예정이다. 033-335-5320.

글=손민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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