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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열의 시창작론

시와 역사 : 시와 이야기 혹은 오늘의 현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4. 8. 4. 22:05

 

 

 

. (문학)意義

 

  1. 역사적 존재로서의 인간 이해.

    ⇒ 문학 작품은 시대의 반영이며 생활상을 반영한다.

    ⇒ 사실이 아닌 허구의 형식 : 개연성

 

  2. 사실의 증언을 넘어서는 비과학적 통찰의 영역.

    ⇒ 과학적 진실()아닌 상상력의 세계를 지향한다.

    ⇒ 언어의 축자적 의미(사전적 의미)를 초월한다.

 

  3. 문학의 효용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존재한다.

    ⇒ 정화 淨化(카타르시스)

    ⇒ 계몽 啓蒙

   

 Ⅱ. 한국 현대시사의 문제 : 염무웅(영남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한국 문학사의 지리한 논쟁, 1930년대 카프문학과 함께 등장했던 참여와 순수의 이분법을 폐기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참여문학'이라는 주제는 논쟁 형식으로 1960년대를 뜨겁게 달궜다. 이와 관련, "60년대는 지금과 달리 문학이 사회적 의제의 공급원 노릇을 하던 시기였으므로 순수, 참여 논쟁은 문단을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 진보·보수 세계관을 대표하는 시금석으로 유통됐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문단 바깥에는 순수문학 대 참여문학의 대립 구도가 고정관념처럼 남아 있다. 그 시각으로 오늘의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순수-참여논쟁은 벌써 반세기 전의 일이므로 오늘의 쟁점을 담아내기에는 시효가 지났다."

 

 "시인·작가들의 직접적인 관여를 요구하는 현실 사회의 호소와 압력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해왔다""문학의 현실 참여는 작가의 내면에서 솟아난 주체적 욕구이면서 동시에 외부 현실에서 가해지는 객관적 요구"라고 정리했다.

 

 

"문학의 현실 참여 또는 '문학과 현실의 관계라는 주제는 한국 근대문학이 출발한 1900년대 이래 오늘날까지 한번도 우리곁을 떠난 적이 없다. 좀더 일반적인 관점에서 문학이 어떻게 현실이 관여하는가. 또한 현실로부터 문학이 어떤 제약을 받아왔는가를 살펴보고 문학의 문학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깊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어 염 교수는 "문학의 현실 참여에서 말하는 현실은 높고 넓고 깊은 것"이라고 되새겼다.

 

"문학이 자원의 고갈, 인구 폭발, 기후 변화, 종족 갈등, 빈부 격차 및 양극화 등의 문제와 맞서야 할 것"

 

"세계의 파멸에 저항하는 문학'이 오늘의 새로운 참여문학"

 

. 역사를 증언하는 시 읽기

 

1. 오적 五賊 /김지하 (일부)

 

또 한 놈 나온다.

국회의원 나온다.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 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

털 투성이 몽둥이에 혁명 공약 휘휘 감고

혁명 공약 모자 쓰고 혁명 공약 배지 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깃발같이 높이 들고 대갈 일성, 쪽 째진 배암 샛바닥에

 

구호가 와그르르

혁명이닷, 구악(舊惡)은 신악(新惡)으로! 개조(改造), 부정 축재는 축재 부정으로!

근대화닷, 부정 선거는 선거 부정으로! 중농(重農)이닷, 빈농(貧農)은 잡농(雜農)으로!

건설이닷, 모든 집은 와우식(臥牛式)으로! 사회정화(社會淨化),

정인숙(鄭仁淑), 정인숙(鄭仁淑)을 철두철미하게 본받아랏!

궐기하랏, 궐기하랏! 한국은행권아, 막걸리야, 주먹들아,

빈대표야, 곰보표야, 째보표야,

올빼미야, 쪽제비야, 사꾸라야, 유령(幽靈)들아, 표 도둑질 성전(聖戰)에로 총궐기하랏!

손자(孫子)에도 병불() 후사, 치자즉도자(治者卽盜者)요 공약즉공약(公約卽空約)이니

우매(遇昧) 국민 그리 알고 저리 멀찍 비켜서랏, 냄새난다 퉤 -

골프 좀 쳐야겄다.

 

 

해설: 19705월 《사상계》에 발표된 작품이다. 담시(譚詩)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택해 전통적 해학과 풍자로 사회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 풍자시이다.

 

2.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랍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해설: 현실 참여의 시 (민중의 의식과 힘)

 

3.어린 게의 죽음 - 김광규

 

어미를 따라 잡힌

어린 게 한 마리

 

큰 게들이 새끼줄에 묶여

거품을 뿜으며 헛발질할 때

게장수의 구럭을 빠져나와

옆으로 옆으로 아스팔트를 기어간다

 

개펄에서 숨바꼭질하던 시절

바다의 자유는 어디 있을까

눈을 세워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달려오는 군용트럭에 깔려

길바닥에 터져죽는다

 

먼지 속에 썩어가는 어린 게의 시체

아무도 보지 않는 찬란한 빛

 

해설: 무력에 맞서는 1970년대의 저항정신을 형상화한 작품

 

4.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일이 끝나 저물어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해설 : 자본주의와 함몰되는 서민의 애환을 노래한 시

 

5. 농무(農舞) /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가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이게나 맡겨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개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해설 : 산업화 시대의 농촌의 피폐함을 노래함.

 

6. 서울로 가는 전봉준 / 안도현

 

 

눈 내리는 만경 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 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가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주니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늘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속으로 젖은 발 내리고 싶어하던

 

잔뿌리였더니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 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도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 주지 못하였네

 

못다 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가 알가니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나라 풀뿌리들이

입춘 경칩 지나 수군거리며 봄바람 찾아오면

수천 개의 푸른 기상나팔을 불어 제낄 것을

지금은 손발 묶인 저 얼음장 강줄기가

옥빛 대님을 홀연 풀어 해치고

서해로 출렁거리며 쳐들어갈 것을

 

우리 성상 계옵신 곳 가까이 가서

녹두알 같은 눈물 흘리며 한목숨 타오르겠네

봉준이 이 사람아

그대 갈 때 누군가 찍은 한 장 사진 속에서

기억하라고 타는 눈빛으로 건네던 말

오늘 나는 알겠네

 

들꽃들아

그날이 오면 닭 울 때

흰 무명 띠 머리에 두르고 동진강 어귀에 모여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해설 : 1894년 동학혁명을 주도했던 전봉준을 통해 군사정권에 대한 저항정신을 표출.

 

 

 

 

7. 노동의 새벽 /박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

이러다간 오래 못 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 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 가도

끝내 못 가도

어쩔 수 없지

 

탈출할 수만 있다면,

진이 빠져, 허깨비 같은

스물아홉의 내 운명을 날아 빠질 수만 있다면

아 그러나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지

죽음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이 질긴 목숨을,

가난의 멍에를,

이 운명을 어쩔 수 없지

 

늘어쳐진 육신에

또다시 다가올 내일의 노동을 위하여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소주보다 독한 깡다구를 오기를

분노와 슬픔을 붓는다

 

어쩔 수 없는 이 절망의 벽을

기어코 깨뜨려 솟구칠

거치른 땀방울, 피눈물 속에

새근새근 숨쉬며 자라는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희망과 단결을 위해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잔을

돌리며 돌리며 붓는다

노동자의 햇새벽이

솟아오를 때까지

 

 

해설 : 1984년 최초의 노동 시인으로 노동현장을 고발한 시

 

 

* 이  글은 성동 - 한양  평생대학 ( 2014.05.27 10:00 -13:00)에서 강의한 내용의 발체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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