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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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시킨 일 2011

폐사지에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5. 18. 11:56

 

폐사지에서

 

 

이제는 고사리 밭이 되어버린 곳

 

두렁을 지나

곧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삼층 석탑

서 있다

 

머리에는 화관도 쓰고

가슴께에는 풍경도 멋지게 달았던

어디서나 빛나고

경배하며 주위를 맴돌았던

마음 한 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난보다 넓지 않은

몇 평의 폐허를 보았다

귀가를 서두르며 다시 오던 길 되짚을 때

긴 그림자는

석탑과 함께 그 자리에 남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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