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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도농 복합 도시의 문화예술의 발전 과제와 전망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4. 27. 23:19

 

도농 복합 도시의 문화예술의 발전 과제와 전망

 

나호열( 한국예총 정책연구위원장)

1.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지 10 여년이 지난 지금, 중앙 대 지방, 도시 대 농. 어촌, 산간 지역이라는 획일적 인식 구도는 그 경계가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지역 간의 차별성에 근거한 경쟁의식이 유발되었다는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선거에 의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출은 일정기간 내 지역발전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고, 전시행정, 재정자립도를 고려하지 않은 각종 사업의 남발로 인한 장기 발전계획의 부재와 사업의 연속성 결여라는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文化'가 지역 발전의 아이템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는 긍정적 소득을 가져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오늘의 삶이 '文化의 시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공감하는 바이지만 문화의 정의와 그 정의내림 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의식과 행동에는 많은 오해와 오류가 중첩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문화 정의에 대한 합의 - 그것이 일부분에 한정될지라도 - 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정책 집행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문화는 한 마디로 단순한 쓰임(用)에 가치와 의미가 덧붙여지는 장식(文)으로 바뀌어가는 과정(化)이다. 다른 말로 가공되지 않은(朴)의 상태에서 세련되고 멋이 있는(美) 상태로의 전환, 또는 욕구의 충족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생존을 위한 의식주의 해결을 넘어서서 생활 전체에 맛과 멋을 인식하고 충족시킴으로서 개개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행위가 문화의 총괄적인 개념인 것이다. 이 총괄적인 개념으로부터 복지 향상, 구휼, 鄕土에 대한 의식 고취 등이 分枝, 또는 파생되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계층간의 경제적 격차, 교육 수준, 직업 분포를 고려하지 않은 문화정책은 겉은 화려하나 속은 텅 빈 外華內貧과 다름 없을 것이다. 여기에 빈번한 거주지 이동은 한 지역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을 휘발시키고 향토에 대한 의식을 훼손시키므로서 장기적으로는 지역 간의 문화적 변별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므로 도시 행정은 향토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지역 내에서 생업을 성취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과 타지에서 전입하는 이주민들이 지역에 항구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시설, 경쟁력을 갖춘 교육 시스템, 굳이 타 지역으로 나가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문화시설의 확충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기본적으로 수행해야할 과제일 것이며 여기에 덧붙여 지역적 특성을 전국화 또는 세계화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계발하는 것이 경쟁에서 이기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2.

 

華城市는 수도권에 위치하여 전형적인 도농복합 도시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면적은 서울시의 두 배에 이르고 인구는 광역시 두 개 區를 합한 95 만 정도이다. 두 개의 도시화 지역과 더불어 농경지와 산업지역, 해안선을 접한 어업과 해양레포츠 지역이 산재하여 앞으로 많은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잠재적 여건을 가지고 있다.

 

이는 경기도와 화성시가 경기국제 보트쇼(2009.06)를 개최하고, 이에 곁들여 화성시는 최근 전곡항에 244억원 들여 1단계로 113척의 요트·보트를 정박할 수 있는 '마리나'시설을 준공했을 뿐만 아니라, 2단계로 내년까지 520척의 마리나 시설을 준공할 계획임을 발표한 것으로도 충분히 입증되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개발 뿐만 아니라 화성시가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와 사적 등의 자원도 풍부하여 지역 주민 뿐만 아니라 타 지역 주민들에게도 교육적 자료로서 볼거리와 생각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고장이기도 하다. 즉, 용주사 범종(국고 제 120호), 북양동 봉림사 목아미타불 좌상(보물 제 980호), 목아미탈불 좌상 복장 전적(보물 제 1095호), 사적으로는 사적 제206호 융릉·건릉, 사적 제217호 唐城 (서신면 상안리), 사적 제299호 제암리 3·1운동 순국유적 (향남읍 제암리) 등이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414호 화성 송산면 고정리 공룡알 화석지, 수령 350년으로 추정되는 천연기념물 제470호 전곡리 물푸레나무가 있고 중요민속자료 제124호 화성 정용채가옥 (서신면 궁평리), 중요민속자료 제125호 화성 정용래가옥 (서신면 궁평리)이 보존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여건을 살펴볼 때 현재 화성시가 제시하고 있는 市政 目標는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Art Cluster 벨트 조성 사업 계획은 화성 도시갤러리 건립, 지역특성을 살린 특화 박물관 건립, 역사문화자산에 기반한 문화마케팅 강화, 폐공간의 문화적 재생 프로젝트 등, 주목할 만한 계획으로 보여진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설립된 화성시문화재단은 "도시와 농촌이 문화의 다리로 교통하고,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 없는 예술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문화예술이 시민과 예술가의 삶의 터전이 되는 화성의 미래 문화를 디자인 하겠다"는 목표와 주요사업으로 다음과 같은 세부 실천항목을 제시하고 있는 바, 이는 시정 목표와 연계되면서 실천 가능성이 높은 구체성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1.전문적 문화진단을 통한 화성만의 차별화된 문화정책 실현

2.도·농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지역문화예술의 균형적 발전

3.창작예술 지원 및 시민들을 위한 직접적 문화수혜 정책으로 기초문화예술 육성

4.지역문화시설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통합운영관리

5.화성을 대내외적으로 알릴 대형축제 기획 및 운영

 

화성시 문화재단은 재정 규모는 알 수 없으나 전국적으로도 스무 개가 넘지 않은 지역문화재단 중의 하나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음을 눈 여겨 보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시장이 이사장직을 맡고 있어 사업집행의 일관성과 추진력은 담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官이 주도함으로서 문화와 예술 활동의 자율성 확보를 얼만큼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스스로 풀어야 하는 문제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화성시가 표방하고 있는 위와 같은 문화 정책은 지리적, 역사적 환경의 안정성과 경제적 확충을 도모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시행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성시문화재단이 제시한 사업목표에 "도·농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지역문화예술의 균형적 발전"과 "창작예술 지원 및 시민들을 위한 직접적 문화수혜 정책으로 기초문화예술 육성'을 적시한 것은 앞으로 화성 예총의 향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성시의 출범과 더불어 설립된 화성예총도 연혁이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지난 10년은 이른바 민주화를 앞세운 진보세력의 독점으로 한국예총이 성장 동력을 잃은 10년 이었다. 예술의 수월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과거에 집착하는 보수집단이라는 이유로 각종 지원의 영역에서 멀어지고,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內訌에 시달리면서 젊은 예술가들의 육성과 지원에 소홀했다는 것이 지난 10년의 한국예총의 얼굴이다.

 

바로 그런 때에 출범한 화성예총은 화성시가 갖고 있는 훌륭한 자원과 지원체제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에 따라 발전과 퇴보의 한 길을 걸어가게 될 것이다. 어느 지역이나 다 같이 겪는 사항이지만. 예술 활동에 필요한 지원 부족, 지역 내 문화단체와의 경쟁과 갈등, 예총 조직을 활성화 시킬 전문 인력의 부족은 성장의 잠재력을 갉아먹는 해악이다.

 

그런 까닭에 화성예총이 제시하고 있는 사업목표는 수평적이고 동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수직적 절차를 밟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고 보여진다. 예총 스스로 사업을 시행하고 자생력을 갖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 될테지만, 현실적으로 관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려면 그들이 제시하고 실현되기를 바라는 목표에 근접하는 활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관객이 모이지 않는 행사, 관례적으로 전통 행사이기 때문에 시행해야 한다는 논리는 지양되어야 한다. 그래서 화성 예술인 DB 작업과 워크숍은 어떤 다른 행사보다 우선적으로 심도있게 실현 되어야 한다고 본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 지역에 토착하기보다 노마드 nomad(유목민)의 의식이 강렬한 세태에서 화성에 거주하는 예술인들의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보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러한 예술인 정보화 사업은 자연히 상호간의 정보교류와 의식의 연대활동을 강화시키는 방편이 될 것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는 워크 숍을 통해서 어떻게 화성의 특성과 예술의 수월성을 결합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이 수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반짝이는 단기적 아이디어로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集積되고 세분화된 소통의 단계를 거쳐야만 하는 사항이다. 각 장르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수월성을 높이면서 화성의 대표 예술인을 양성하고, 장르의 폐쇄성을 벗어나 장르간의 소통, 융합, 새로운 장르의 창출 등의 역동성 있는 단계로 이행되어야만 새로운 시대의 예총 활동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다소 막연하고 어설픈 제안이 될 지 모르나 화성시가 갖고 있는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모든 장르가 참여하는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프로젝트를 제작하는 것도 염두에 둘 만하다.

 

어느 지역이나 예술활동에 필요한 재원을 원활하게 확보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예술이 문화의 중심인 것은 사실이지만, 문화의 외연이 급격하게 확대되어 가는 현실에서는 예술 또한 문화의 한 부분으로 축소되는 경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므로 관의 지원을 요청하게 될 경우에는 프로젝트나 행사가 대중들에게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화성예총이 추진하고 있는 화성예술학교 사업은 그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예술학교의 형태나 운영방식은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앞서 논의한 바 있는 화성 예술인들의 부단한 워크숍을 바탕으로 도농복합도시가 안고 있는 문화시설의 집중화 현상을 해소하고 농촌, 어촌 지역과 소외지역을 변별화하여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 주민과 함께 호흡하는 예술교육, 화성시 문화재단이 제시하고 있는 바와 같은, 시민들과 교감할 수 있는 프로젝트 시행 등 官의 지원을 바라기 전에 봉사적 차원에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행동화 할 때 화성예총의 威儀는 높아질 것이다. 예술인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은 대중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술인들이 스스로의 예술 활동을 통해서 획득되어지기 때문이다.

 

이제 이 글을 끝마치면서 화성예총이 발전하기 위한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먼저 지역 예술인들이 수행해야 할 과업이 무엇인가를 검토하는 일이다. 예술인으로서 마땅히 자신의 예술적 성취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예술인과 달리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에게는 또 하나의 과업이 주어져 있다. 이미 일반화된 추세이기는 하지만 story -telling의 창작 기법은 화성과 같이 풍부한 역사성과 자연이 어우러진 고장에서는 더욱 빛을 발하기 쉬울 것이다. 대중성과 독창성은 화성의 예술인들이 진지하게 염두에 둘 가치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을 떠나 하나의 조직으로서 화성예총이 진정한 발전을 이룩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을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비판하며 이를 시대적 조류와 견주어 보는 것이다. 일례로 예술에도 경영의 마인드가 도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화성시나 화성시 문화재단도 문화예술정책의 실행에 경영의 마인드를 적용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실적의 定量化, 사업 효율의 정량화는 많은 예술인들을 당혹하게 만든다. 따라서 그들과 연계하고, 제안을 주고 받으며 사업을 집행하여야 하는 조직으로서 예술경영의 추세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와 더불어 조직의 수장이 바뀔 때마다 실무조직이 바뀌는 현행의 방식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행정 전문 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斷續的으로 꾸려지는 예총 활동은 장기적 발전을 기약하기 어렵다.

 

화성시와 같이 면적은 넓으나 상대적으로 인구가 산재하여 있고, 지역적 특성이 다른 도농복합도시의 문화예술정책은 문화시설의 확충이 우선되기 쉽고, 끊임없는 도시화의 추진으로 지역적 특성이 소멸하는 역문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지역적 기반에서 예술인들의 역할은 교유한 지역적 특성을 되살리는 예술의 창조력을 발휘하는 것이 될 것이다.

 

 

 

나호열

 

1953년 충남 서천 출생

경희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박사) 졸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문화위원 역임( 20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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